막내 윤형빈은 자기가 팀 가운데 가장 역할이 적다는 것에 컴플렉스를 갖고 있다. 그러면서 비슷하게 하는 일이 없지만 그래도 비주얼로 모두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이정진에게 라이벌의식 비슷한 것을 갖고 있다. 그런데 어느날 그 이정진이 운동에 허당인 것이 드러난다. 어쩔까?
발가락으로 이정진을 가리키며,
"그냥 못하는 거에요!"
라고 할 때 그만 풉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런 짓궂음이야 말로 남자의 모습 아니던가? 여자도 그렇던가? 친한 사이가 아니라면야 그렇게까지 하겠냐만 친한 사이이기에 때로 정도를 넘어서면서까지 짓궂은 짓도 하는. 그래서 이정진도 당황하면서도 웃은 것이겠지.
이정진이 몇 번이나 실패하고 있을 때 이경규와 김태원이 걱정하던 모습과 윤형빈이 괜히 딴지를 걸면서 못하는 것 뿐이라 심술을 부릴 때도 그랬다. 사이가 나빠서? 아니다. 사이가 나쁘면 오히려 더 음습하다. 그만큼 서로의 관계가 꽤 돈독하다는 뜻인 것이다.
저번 석모도 이래로 계속 그랬다. 17대 1 편에서도, 맥가이버 편에서도, 아웅다웅하는 것 같으면서도 어느샌가 모두가 하나다. 아버지 이경규, 어머니 김태원, 큰형 김국진, 둘째 이윤석, 쓸데없이 활달한 김성민과 그 아래로 이정진, 막내 윤형빈...
서로 놀리고, 서로 괴롭히고, 그러나 그런 한편으로 훈훈한 정이 감돈다. 그토록 싫어하던 김성민... 오버하는 것이 싫다며 아예 다른 멤버 여섯이서 왕따를 시키던 그가 첫 시도에서 실패했을 때 모두가 보이던 모습들처럼. 성공했을 때 또 모두가 순수하게 감탄하던 그 모습처럼.
마치 시트콤을 보는 느낌? 아마 남자의 자격에 대해 여전히 불편한 사람들과 나와의 차이일 것이다. 그들이야 각자가 연예인이고, 방송인이고, 출연자다. 따라서 모두가 방송인으로써 방송에 충실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열심이어야 하고, 예의발라야 하고, 최소한 방송분량은 뽑아야 하고,
그러나 남자의 자격 자체가 그런 프로그램이 아니다. 최소한 나한테는 그렇다. 잘하든 못하든 어느샌가 그것이 자기 모습이 되어 버린 느낌? 잘하면 잘하는대로, 못하면 못하는대로 애정이 생겨버렸다. 전혀 웃기지 않는데 그래도 뭐라도 해보려 끼어드는 이정진의 모습이나, 항상 웃기지 못한다는 사실에 컴플렉스를 느끼는 윤형빈이나, 뭔가 어정쩡한 이윤석 모두...
말하자면 그런 조화 자체를 즐기게 되었다고나 할까? 뭔 의도인지는 알겠는데 전혀 웃기지 않는 이정진의 멘트를 들으면서도 원래 저 녀석은 저렇구나... 풀을 베는 것도 방송분량이라고 혼자서 하려는 윤형빈에 대해서도 쟤는 저렇구나...
결국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은 가식이란 최소화된 출연자들의 모습이다. 천진난만 그 자체인 김성민이나, 싫고 귀찮은 것을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김태원이나, 귀찮아 하면서도 도전하고, 성가셔 하면서도 끝까지 참아내며, 과제를 수행해가는 여러 캐릭터들의 모습이나,
물론 어느 정도는 연출도 포함되었겠지만 너무 자연스러워 마치 그것이 그들의 본래 모습 같다. 본래 모습 그대로 어우러지는 모습들인 것 같고. 그래서 어느샌가 나 자신도 그 한 가운데로 옮겨가 있는 느낌이다. 그들 가운데 그들과 함께 그들의 일상을 느낀다고.
아마 이런 게 빠심인 모양이다. 그러나 빠심이라는 게 괜히 생기는 거겠는가? 그만큼 끌어당기는 것이 있으니까. 따뜻한이 결핍한 때 그 따뜻함이 그립고 좋은 것이다. 최근의 남자의 자격이 부쩍 더 좋아지는 이유다. 따뜻해서. 흐뭇해서. 좋아서. 그냥 다 좋아서. 그렇다.
'남자의 자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자의 자격 - 의외로 여자들에게 먹힐 지 모르겠다... (0) | 2009.09.14 |
---|---|
남자의 자격 - 그래 그랬었다... (0) | 2009.09.13 |
남자의 자격을 복습하다가... (0) | 2009.08.10 |
남자의 자격 - 웃기기보다 흐뭇했다... (0) | 2009.08.10 |
남자의 자격 - 이래서 남자의 자격이다... (0) | 2009.07.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