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오만과 편견 - 검사가 범죄를 제대로 수사할 수 없는 이유

까칠부 2014. 12. 3. 04:17

어느새 하드보일드로 빠지기 시작한다. 중요한 증인이 습격당한다. 안전한 곳에 대피시켜두었던 송아름(곽지민 분)이 구동치(최진혁 분)들이 보는 앞에서 마약거래상 김재민과 함께 주차되어 있던 차 위로 떨어져 내린다. 김재민은 용의선상에 오른 누군가의 지시를 받고 송아름이 남긴 증거를 찾기 위해 심지어 검사인 구동치를 해치려고까지 했었다. 비로소 송아름이 남긴 증거와 증언으로 사건의 실체에 다가가려는 적은 빠르고 강하게 반격해 온다. 부장검사인 문희만(최민수 분)까지 변호사 오택균(최준용 분)으로부터 협박당하고 있다.


사소한 주변이야기들은 이제 대충 정리되었다. 한열무(백진희 분)가 과거 구동치를 일방적으로 떠났다가 검사가 되어 돌아온 이유도, 모든 오해가 풀린 뒤임에도 여전히 구동치와 거리를 두려 하는 이유까지, 강수(이태환 분)의 비밀도 밝혀졌고, 정창기(손창민 분)가 강수의 주위를 맴도는 이유 역시 문희만과의 해묵은 갈등의 원인과 함께 대부분 드러나고 있었다. 한열무가 구동치에게 마음을 열기 위해서도, 그리고 강수와 정창기가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서도 당장 그들의 앞에 놓인 사건부터 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 국회의원과 청와대 민정수석까지 연루된 성접대의혹에 그들이 아직 풀지 못한 숙제의 답이 있다. 그런데 그 대상이 너무 크고 강하고 그리고 위험하다. 동기와 목적이 분명한 만큼 과정의 험난함이 예상된다. 느슨하고 유쾌하던 분위기가 조금씩 무겁고 단단하게 조여든다.


문희만에게 수사란 정치의 일환이다. 수사란 검사의 일이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일로써 자기를 입증하고 검증받는다. 수사는 검사가 검찰이라는 조직으로부터 자기를 평가받는 자료인 것이다. 그렇게 부장까지 되었다. 그렇게 오도정(김여진 분) 역시 차장까지 되었다. 실적이 필요하기에 철저히 수사한다. 여기까지는 구동치와 입장이 통했다. 한열무만 어설픈 정의감을 보이며 신입티를 내고 있었다. 그러나 정치적인 고려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을 때 단지 범죄행위를 수사해야 한다고 고집하는 구동치를 더 이상 문희만은 용납하지 못한다. 주윤창과 김재학만을 잡으라. 그것은 문희만이 필요로 하고 따라서 허락해 줄 수 있는 마지막 선이었다. 어느 조직이나 위가 문제다. 그런 사람들이 오히려 출세하고 권력을 손에 쥔다. 정치의 논리가 검사로서 수사에 최선을 다하려는 구동치를 궁지로 몰아넣는다. 이제 고작 사흘. 문희만이 구동치에게 허락한 시간이다. 그 순간에도 문희만은 진정한 속내를 감추고 있다.


누구의 라인이고, 누구의 인맥이고, 부장검사와 차장검사 사이에서는 치열하고 첨예한 정치싸움이 벌어진다. 수사실에서는 일개 피의자가 자신을 수사하려는 현직검사를 비웃는다. 증거를 확보하려는 현장에서 누군가의 지시를 받은 마약거래상에 의해 목숨을 위협당하는 상황까지 벌어진다. 결국 그것을 위한 것일 터다. 권력이란 곧 정의다. 무에서 유를 만들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다. 악이 선이 되고 선이 다시 악이 되어 버린다. 어떤 죄도 잠시 눈감고 고개만 돌리면 아예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당당해질 수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상당한 댓가가 오가게 될 것이다. 그런 재미라도 있으니 권력을 가지는 보람도 있는 것이다. 구동치가 맞서고 끝내 넘어야만 하는 진짜 적의 실체일 것이다. 검찰의 인사권까지 쥐고 흔들며, 피의자를 마음대로 풀어주고, 현직검사의 죽음까지 아무렇지 않게 덮을 수 있다. 어쩌면 자칫 구동치 자신의 목숨까지 위험할 수 있다. 구동치만이 아니라 한열무까지 진실을 밝히기 위해 그 위험을 무릅쓴다. 아무도 돕는 이 없이 외로운 싸움을 이어간다.


역시 문희만이 변수다. 그가 감추고 있는 속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종곤(노주현 분)이 끝이 아니다. 이종곤 라인으로 분류되지만 마음으로부터 그에게 충성하고 있지 않다. 과거의 일들이 밝혀진다. 15년 전 일어났던 교통사고와 그와 관련한 문희만의 통화내용이 구동치에게 전달된다. 사고를 낸 것도, 이후 한별의 죽음과 강수의 실종과정과도 어쩌면 직접적인 연관이 없을 것이다. 다만 문희만을 쫓는 과정에서 당시의 진실이 실체를 드러낸다. 문희만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실들이 조금씩 밝혀지며 구동치와 한열무가 간절하게 쫓고 있던 한별의 죽음에 대한 진실에 다가서게 된다. 어떤 식으로 한별의 죽음은 이번 사건과 연관지어질까? 문희만 자신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숨겨두고 있던 패를 꺼내보여야 한다. 당장한 불리한 처지로 몰려 있지만 반격의 순간이 돌아온다. 모든 진실을 밝히는 순간이다.


확실히 졸지에 가족을 잃어야 했던 이들의 절절한 마음이 세밀하게 묘사된다. 자식을 가슴에 묻는다. 아직 자식이 살아있는데 어찌 가슴에 묻을 수 있을까? 직접 시신을 눈으로 보았고 장례까지 치렀음에도 아직 부모의 가슴속에는 자식이 살아 숨쉬고 있다. 시간을 잊은 듯 심장을 찢고 뛰쳐나와 살아있을 때처럼 울고 웃으며 뛰다니고 있다. 비슷하기만 해도 확실한 것 같고, 작은 빌미만 있어도 그렇게 믿어버리고 싶다. 그래도 고맙다. 살아있어주어서. 남의 자식이라도 살아있어주어서. 죄인이 된다. 아직 살아있는 자식으로 인해 그 앞에 죄인으로 살아가야 한다. 행복해질 자격조차 없다. 결코 행복해져서는 안된다. 정작 억울한 피해자임에도 자신이 가해자가 되어 평생을 그렇게 고통속에 살아가야 한다. 끝나지 않을 고통속에 살아야만 한다.


적은 크고 강하다. 잔인한데다 교활하기까지 하다. 뻔히 눈에 보이는데 손이 닿지 않는다. 오히려 저들에 의해 떠밀려 닿을 수 없는 먼 곳으로 떠내려가고 만다. 남은 시간도 얼마 없다. 증거도 부족한데 결정적인 증인마저 생사를 알 수 없다. 혼란을 위해 또다른 진실을 위한 단서까지 전해진다. 그렇지 않아도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른 문희만과의 사이에 또다른 악재가 더해진다. 길을 찾을 수 있을까? 여러 갈래의 길이 보여도 결국 모든 길은 하나로 통하게 될 것이다. 선택해야만 한다. 기다림이 답답하도록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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