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과 음악...

카라 1집과 2집을 놓고 비교하자면... 솔직히 음악은 2집이 낫다고 본다. 다만 가창력에서...

 

김성희가 있고 없고의 카라의 가창력 차이는 음... 뭐라 비유해야 하나. 아무튼 넘을 수 없는 차이가 있다. 심지어 지금의 구하라와 별차이 없던 한승연마저도 당시는 그닥 드러나지 않았었으니.

 

그러나 정작 카라가 뜨기 시작한 것은 노래와는 전혀 인연이 없는 구하라와 강지영이 김성희를 대신해서 들어오면서. 미안하지만 최근까지도 이 둘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가끔 한숨이 나온다. 그러나 떴다.

 

내 동생이 1집 타이틀 뷁킷을 보더니 한 마디 하더라.

 

"쟤들 뭐하자는 애들이야?"

 

그나마 후속곡 맘에 들면에 대해서는 반응을 하던데,

 

한 마디로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아이돌을 대할 때 음악부터 듣지는 않는다는 거다. 어떤 음악을 하는가보다 누가 하는가에 관심이 많다. 아이돌이니까.

 

즉 원래의 아이돌이란 음악에 대한 선호가 음악인에 대한 선호로 이어지는 경우라면, 현재의 아이돌은 아이돌에 대한 선호가 음악에 대한 선호로 이어지는 경우다. 아니 물론 음악이 중요하기는 하다. 음악이 좋아야 아이돌도 뜬다. 그러나 그 전에 음악이 아이돌의 이미지를 대중에 전달할 수 있어야 - 나아가 대중의 호감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아이돌음악으로서는 좋은 음악이라 할 수 있다.

 

한 마디로 비즈니스다. 어떤 컨셉으로 어떤 방향으로 대중에 접근할 것인가. 그런 점에서 카라 1집에서 타이틀곡 선정은 실패였다. 사람들은 아이돌에게서 그런 강한 이미지를 바라지 않으니. 남자를 걷어차버리는 아이돌은 베이비복스 1집으로 충분하다. 귀여우면 좋고 발랄하면 좋고 청순하면 좋다.

 

원더걸스가 아이러니에서 재미를 못 보고 텔미에서 대박을 터뜨린 것도 그래서였다. 정말 귀여웠다. 소희가 전면에 나서면서 노래며 분위기 자체가 전반적으로 밝고 상쾌해졌다.

 

반대로 애프터스쿨의 경우는 데뷔곡 자체가 너무 밝았다. Ah!에서 Diva까지, 아무래도 주연과 소영, 나중에는 유이를 내세우려 하다 보니 정작 팀의 중심인 박가희가 소외되어 있었다. 아예 티아라의 은정처럼 드러나지 않으면 모르겠는데 박가희는 가만히 있어도 눈에 띄는 존재였다. 그러다 보니 괴리감이 발생하고 균형이 깨졌다. 그러던 것이 더 어린 새멤버를 영입하고서도 박가희에게로 컨셉을 맞춤으로써 균형을 맞추고, 나아가 박가희에게 호감이 있는 여성층을 공략할 수 있었다. 지금에 이르러 애프터스쿨이 구축한 이미지는 다른 어떤 걸그룹과도 다른 독자적인 것이다. 역시 전략의 승리라 할 수 있었다.

 

티아라의 경우도 말했듯 팀의 중심이 은정 이상의 연장자가 아닌 소연 이하의 동생들이었다. 특히 효민과 지연. 반면 이번 처음처럼에서는 비로소 은정이 전면에 나설 수 있었다. 보핍보핍으로 티아라를 알리고, 은정의 인지도가 어느정도 된 다음 은정을 내세울 수 있었기 때문에 처음처럼이라는 보다 성숙한 이미지를 소화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마 보핍보핍이 아닌 처음처럼을 처음부터 밀었다면 거짓말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카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린 여자아이들이 나와서 걷어차버릴거야... 어쩌면 10대 소녀들이나 어떤 여성팬층들엔 좋을 수 있겠다. 그러나 많은 걸그룹의 수요자들에게는 이게 뭔가 하는 당혹감이 있다. 어느 정도 데뷔하고 시간도 흐르고 한 걸그룹이 아닌 신인이.

 

반면 락유는 상큼했다. 발랄했고. 그냥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았고. 더구나 멤버들이 한결 어려지고 예뻐졌다. 한승연과 구하라, 강지영, 정니콜... 박규리가 사실 살짝 손해를 보기는 했지만 자신들의 이미지에 맞는 음악을 찾은 것이었다. 대중들이 그들에게서 기대하는 어떤 이미지에 걸맞는 음악을. 그리고 이어 들고 나온 프리티걸. 허니는 그야말로 탁월한 선택이었다. 귀여움에서 한껏 여성적인 매력을 돋보인 허니 이후 워너... 아마 가사에 대한 불만만 아니었다면 이 또한 대박이었을 텐데. 워너에 이은 마법... 그러나 워너의 가사논란에 이어 미스터가 대박터지는 바람에 약간의 궤도수정이 가해지지 않으면 안되었다. 아마 기획사 쪽에서도 조금 당황스러워하지 않았을까. 2집 앨범을 듣더라도 인스트루먼트에 워너와 마법 두 곡이 실린 것으로 봐서 마법을 밀 생각도 있었던 것 같은데.

 

아무튼 아이돌과 음악과의 상관관계를 이해하자면 먼저 행사문화라는 걸 이해해야 한다. 언젠가 말했을 것이다. 행사장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언가. 노래? 노래 들으려 행사장 가는 사람 드물다. 노래 들을 환경도 아니다. 음향도 엉망인데다 분위기도 그리 어수선한데 음악이 제대로 들리기나 할까. 그보다는 유명한 연예인을 본다는 게... 음악은 콘서트장 가서 듣는 거다. 아니면 라이브할 수 있는 클럽이거나.

 

즉 음악보다는 인지도고, 음악이 좋아서라기보다는 유명해서라는 거다. 유명한 인기연예인 나와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춘다. 그래서 최근 예능이 그리 중요해진 것이다. 앨범은 기대도 않는다. 음원도 기대도 않는다. 앨범 팔아봐야 몇 푼 안 되고, 음원 팔려봐야 겨우 용돈벌이다. 그보다는 새로 음반을 내고 그것을 대중에 알림으로써 행사장에 부를 이유를 제시하는 것이다. 예능으로 얼굴도 알리고 이름도 알리고.

 

그런 점에서 가장 최적화된 것이 아이돌이다. 과거에는 몰라도 지금은 아이돌이야 말로 기획사 입장에서 가장 돈이 되는 상품이다. 행사하는 쪽에서도 굳이 다른 준비 없이도 나와서 알아서 노래하고 춤추고 무대까지 만들어주니 이보다 좋을 수 없고. 그래서 중요한 것은 음악보다는 아이돌의 이미지메이킹. 대중의 호감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음악은 단지 그 수단일 뿐. 그래서 음악도 좋아야 한다는 것이겠지만.

 

따라서 아이돌의 음악이 좋고 나쁘고도 그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 음악 자체가 과연 좋은가 훌륭한가가 아니라, 과연 아이돌의 컨셉에 맞는가 아닌가. 나아가 아이돌의 상품가치를 높일 수 있는가 아닌가. 음악적 완성도만이 아닌 아이돌까지 포함한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바로 거기에서 아이돌의 성패도 결정되고.

 

즉 앞서 말한 어떤 음악을 하느냐가 아닌 누가 음악을 하느냐에 대한 접근이다. 그 누군가를 알리는 것이고 그 누군가에 대해 이미지메이킹을 하는 것이다. 누가 어떤 음악을 하는가에 대한 입체적인 어떤 이미지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이미지를 대중으로 하여금 소비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케팅이고 전략이다. 고도의 비즈니스로서의 음악인 셈이다. 아이돌의 음악이란.

 

이번 소녀시대의 앨범에 대해서 그래서도 우려하는 바가 있었다. 언젠가 말했지만 소녀시대는 우리나라 걸그룹 가운데 소녀시대와 그 밖의 나머지라 해도 좋을 정도로 절대적인 지분을 가지고 있다. 원더걸스마저 미국으로 떠나 흐지부지된 지금에는 그 지위는 확고부동하다. 다시 말해 소녀시대가 흔들리면 걸그룹시장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그런데 Oh!의 무대를 처음 봤을 때 떠올린 것이 소녀시대의 인기와 인지도에 편승해 소녀시대를 소모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었으니.

 

새로운 이미지의 구축도 없고, 기존의 이미지의 확인이나 재생산도 없었다. 뭐랄까... 구태의연함? 소녀시대니까 먼저 다가가면 대중들이 좋아해줄 것이라고 하는 안이함? 그래서 전략이 무언가 굉장히 헷갈려해야 했었다.

 

그러나 생각해 보니 올해 소녀시대는 해외공연이 계획에 잡혀 있더라는 것이었다. 아마 동남아시아와 일본에서 공연이 있을 모양인데, 확실히 공연장이란 텔레비전과는 환경 자체가 다르다. 무대 자체에 집중하도록 하고, 그로부터 소녀시대의 인지도를 높이고 만족을 얻도록 하자면 방송과는 다른 컨셉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물론 어쩌면이다. 단지 그렇게 납득했다는 것 뿐.

 

오히려 음악하기가 전보다 더 힘들어진 시기라는 것이다. 전에는 그저 음악만 좋으면 되었다. 물론 당시도 이미지나 컨셉이라는 것도 있었지만 그러나 역시 음악이 우선이었다. 통할만한 음악이면 통한다. 그러나 이제는 비디오를 넘어 네트워크의 시대가 되어 버린 터라 음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아이돌이 대세를 이루게 된 것이겠지만. 보다 비즈니스적인 접근이 필요하게 되었다는 게...

 

그러나 역시 어떻게 해도 아이돌은 매력적이라는 것. 나 역시 어쩔 수 없는 자본과 미디어의 노예라. 솔직히 음악은 인디밴드 쪽이 더 좋아도 보고 듣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건 아이돌이다. 그러자는 것인데 나라고 별 수 있나.

 

아무튼 그래서 카라의 다음 앨범이 기대된다. 멋있는 컨셉이란... 그것은 또 어떤 방식으로 카라를 대중에 알리고 카라로 하여금 대중에 다가가게 할까. 그리고 또 어떤 매력에 또 대중은 열광하고. 이번에도 한재호 김승수라는 설이 있어서. 개인적으로 카라에 이 두 콤비 - 스윗튠 이상은 없다고 생각하기에.

 

뭐 이런 것 생각할 것 없이 그냥 좋으면 들으면 되는 게 음악이기는 하지만. 별난 놈이라 생각하시라. 별 쓸데없는 생각도 다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