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김정선에 키보드 이봉환, 이봉환은 아마 원년멤버일 테고, 김정선은 2집부터 함께 했을 것이다. 그야말로 배철수와 생사고락을 같이 했던 송골매의 두 날개들. 여기에 부활 출신의 정준교와... 그래도 부활에 몸을 담았던 최승찬. 원한이 좀 있다. 부활 6집 가운데 가장 마음에 안 드는 파트가 최승찬이 쓰고 부른 너의 침묵이었거든. 이봉환과 최승찬이 더블보컬에 더블키보드로 가는구나.
구성이 묘하다. 김정선 기타, 정준교 베이스, 고중원이 드럼, 그런데 키보드와 보컬이 각각 둘씩이다. 과연 어떤 음악을 들려주려는가...
다른 누구보다 정준교가 다시 밴드로 돌아온 게 반갑다. 부활 2집부터 부활 6집 망할 때까지 함께 했으니 거의 12년이었다. 물론 그 사이 88년 잠정해체하고, 93년 3집에서는 김태원과 김재기 2인밴드였다가 94년에 가서야 재결성한 사연이 있기는 하지만. 그러나 부활 3집을 만들면서 김태원이 가장 의지하고 먼저 찾아갔던 것이 옛 부활의 멤버들이었다. 그래서 부활 3집에서도 세션으로나마 참가하고 있었다.
최승찬은 아마 들국화의 객원이었던가 세션이었던가로 알고 있는데, 그래서인가 부활 6집의 "너의 침묵"은 마치 들국화의 노래를 듣는 것 같았다. 목소리도 좋고 곡도 좋고 다 좋은데 당시 부활의 앨범과는 튀어서 거슬렸던 기억이...
다만 김정선과 이봉환은 조금 걱정된다. 송골매가 사실 그렇게 연주력이 좋은 팀은 아니었거든. 그래서 배철수가 오승동을 내보내고 이태윤, 이건태, 이종욱 등을 영입했을 것이다. 스쿨밴드의 한계를 넘어서 제대로 본격적인 밴드로 거듭나고자. 그러나 이때가 배철수로서도 벽에 부딪혔던 때라. 아마 그래서 더 그리 조급해 했는지도.
새로운 송골매에 구창모와 배철수가 참가하지 않은 건 그래서 이해한다. 구창모는 이미 4집을 끝으로 송골매를 나가 솔로로 데뷔하고 있었고, 배철수 역시 당시 한국 밴드로서는 마의 벽이었다는 10집에 도전하다가 한계를 느끼고 좌절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김태원의 말처럼 더 이상 나올 것이 없는데 억지로 부여잡고 있는 것은 추할 뿐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들려주는 것이지 억지로 쥐어짜 들려주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 밴드라면.
구창모는 이미 송골매에 자신의 음악이 없음을 알기에 뛰쳐나갔고, 배철수는 더 이상 들려줄 이야기들이 바닥났기에 그만두었고, 그렇다면 계속해서 밴드를 이끌어갈 것은 아직 할 이야기가 남았고, 송골매에 자신의 음악이 있다고 여기는 이들일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 동의하는 이들. 김정선 역시 송골매의 기타리스트였고, 이봉환 역시 송골매의 원년멤버로 키보디스트엿고.
아무튼 반갑다. 작년에는 H2O가 재결성하더니만. 홍길동 OST를 나중에 다운로드받아 들었다. 역시나 여전히 호쾌한 음악이었다. 어찌 이런 음악을 그동안 참고 있었을까. 그리고 재작년에는 백두산이 다시 결합. 올해는 송골매인가. 개인적으로 벗님들도 다시 나와주었으면 싶지만. 이제 80년대 밴드 가운데 남은 것은 벗님들 뿐이다. 아, 긴 잠에 들어간 시나위도 다시 깨어났으면.
바야흐로 80년대의 부활이다. 드라마 전우와, 사실상의 검열과, 국정원과, 땡전뉴스와, 정부미화 드라마와, 문화계에 대한 정부의 간섭 등등... 나이까지 그때로 돌아갔으면 좋으련만 그건 또 무리겠고. 그건 또 왜 안 되는 건지.
역시 그 시절의 음악은 그 시절의 그들밖에 들려줄 수 없는 것이라. 송골매와 H2O와, 부활과, 백두산과, 그리고 블랙홀과 블랙신드롬,
조만간 송골매 음악 하나 올려봐야겠다. 어떤 게 좋을까? 당시 송골매 음악 하나 모르고서는 취급도 못 받던 시절이라, 한국 락음악사에서도 그 위치가 독특하다.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려 본다. 돌아온 송골매의 음악을. 구창모도 배철수도 없는 그러나 아직도 날고 싶어 날개를 퍼덕거리는 그 사나운 매의 못 다한 이야기들을. 오랜 친구를 기다리듯. 정겨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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