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아이돌과 음악인...

까칠부 2010. 2. 1. 20:41

몇 번이나 말했지만 나는 아이돌을 음악인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내가 아무리 카라를 좋아해도 예외는 없다.

 

아이돌이 음악인이 될 수 없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음악인이란 바로 자기 음악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하니까.

 

자기 음악에 대해 책임을 지나는 것은 그 음악에 대한 권리를 갖는다는 것이다. 바로 선택이고 판단이다. 즉 자기가 어떤 음악을 할 것인가에 대해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하고 그에 대해서도 스스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대중을 상대로 음악을 하는 입장이니 전적으로 자기 입장만을 강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대중에 영합하는 그 자체까지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대중이 좋아하는 장르, 대중이 좋아하는 멜로디, 대중이 좋아하는 무대, 사운드, 등등... 따라서 당연히 그 음악에 대한 책임도 음악인 자신이 져야 한다.

 

그러나 아이돌은 그런 것 없다. 처음부터 기획사에 의해 생산되어 출시된다. 그 음악까지도 팩키지로. 음악이란 아이돌이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기획사의 상품으로서 기획사의 의지를 대신하는 것이다. 심지어 아이돌 자신에 대해서까지도. 거기에 무슨 선택이 있고 판단이 있을까.

 

예를 들어 씨엔블루만 하더라도 그렇다. 그들이 진정 밴드이고 일본 인디씬에서의 경험을 자랑으로 여기고 있다면 자기 음악에 대해서는 스스로 선택을 하고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들은 단지 기획사에서 시키는대로 따를 뿐이었다. 표절에 대한 책임도 오로지 그래서 작곡가와 기획사에만 있고. 과연 그들을 음악인이라 할 수 있을까.

 

지금에 와서 내가 더 이상 씨엔블루를 비판하기를 포기한 것은 그래서다. 그들은 음악인이 아니니까. 그냥 아이돌이다. 기획사의 인형. 기획사의 의도를 대신하는 인형과도 같은. 인형에 대해 욕해봐야 인형을 조종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단지 아이돌주제에 밴드흉내내는 게 짜증나는 거고 인디밴드 전력을 들먹이는 게 같잖은 것 뿐이다. 하지만 호프집 알바도 이야기하는데 인디밴드 잠시 한 것 정도야...

 

아이돌이 아닌 음악인이라 주장하고 싶으면 먼저 자기 음악에 대해 책임질 수 있게 되고 나서 말하기 바란다. 최소한 내가 어떤 음악을 하고, 어떤 음악을 어떻게 하고,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그러면 인정하겠다. 그러나 그런가.

 

하여튼 같잖은 것들이 음악을 하지도 않으면서 음악인 척 하는 것들이다. 무대 위에서 단지 음악을 연기할 뿐인 인형들이 감히 음악을... 아이돌이 아이돌스러운 것은 귀엽고 좋지만 그래서 아이돌이 음악인인 체 하면 그저 같잖을 뿐이다.

 

그래서 이번 카라 앨범을 기대하는 것인데... 카라 멤버들 - 특히 언니들의 주장이 반영되었다고. 언플인지 어떤지는 모르지만 스스로 자기 음악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과연 카라는 아이돌에서 아티스트로 성장해갈 수 있을 것인가. 바라는 바이지만.

 

다시 말하지만 아이돌은 아이돌일 뿐, 아이돌은 아이돌이기에 귀여운 거다. 같잖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