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오만과 편견 - 선배님들이 도와주십시오!

까칠부 2015. 1. 7. 11:07

결국 구동치(최진혁 분)가 선택한 것은 둘 다였다. 양심과 진실, 그것을 일컬어 정의라 부른다. 타협하지 않는다. 현실에 굴복하지 않는다. 아무리 목적이 옳다고 그를 위해 잠시의 양심을 저버리지도, 진실을 외면하지도 않겠다. 오롯이 검사로서 진실과 정의만을 쫓겠다. 문희만(최민수 분)과는 달랐다. 아니 문희만에게는 문희만 자신도 정창기(손창민 분)도 없었다.


새로운 세대를 위해 길을 만들고 열어주는 것이 기성세대에게 주어진 역할일 것이다. 최소한 자기가 선 위치까지는 올 수 있도록 보살피고 이끌어주어야 한다. 기득권을 가진 기성세대가 자기의 이익과 안위만을 챙기려 하면 아직 준비가 갖춰지지 않은 새로운 세대가 희생될 수밖에 없다. 어쩌면 우리사회가 가진 근본적인 문제일 것이다. 아직 젊기에 가능한 순수와 열정마저 기성세대의 입장과 이해에 맞춰간다. 꺾고 부수며 길들인다. 세상에 마모된 기성세대의 정의만이 이 사회를 지배하게 된다.


구동치가 그리 외친다.


"선배님들이 저를 살리고 싶으시다면 도와주십시오!"


강수(이태환 분)도 정창기를 그렇게 다그친다.


"그러니까 이제 갚아! 목숨 걸고라도!"


그것은 그들의 권리이기도 했다. 그들이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들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15년 전 어린 강수(이태환 분)를 구하려다가 하마트면 살인자가 될 뻔한 것도, 아니 자칫 잘못했으면 살인의 피해자가 되었을지도 몰랐다. 한열무(백진희 분)는 어린 동생을 잃었다. 어린 동생을 잃고 부모마저 평생을 고통속에 살아야만 했었다. 강수는 자신의 과거를 통째로 잃어버렸다. 이제 비로소 모든 진실을 밝히고 어긋난 것들을 바로잡아야 한다. 그런데 여전히 자신들의 입장과 상황만을 이야기하며 그들에게 참으라 침묵하라 강요한다. 어찌해야 하는가. 


검찰은 체면보다는 실리다. 법과 원칙을 지키지 못한다면 최소한 검찰로써 부끄럽지는 말아야 한다. 하지만 그 부끄러움조차 현실의 이익과 위협 앞에 어이없이 굽히고 만다. 필요하다면 증거도 조작하고, 무리한 기소도 밀어붙이고, 아예 기소 자체를 무효화하기도 한다. 세상의 여론이야 잠시 지나가는 것이지만 힘을 가진 윗분들의 눈은 자신의 인생을 결정지어준다. 검찰의 치부를 아무렇지 않게 아직 젊고 순진한 한열무에게 밀어붙이듯 들려준다. 그것이 네가 선택한 검찰의 실상이다. 네가 믿고 있는 법과 정의의 실체다. 네가 살아야 할 현실이다. 차라리 당당하고 단호하기까지 한 모습에서 아릿한 슬픔마저 느끼게 된다. 과연 그것이 진실일까?


단지 계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자기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어떤 동기를 필요로 하고 있었을 것이다. 강수를 위해서. 무엇보다 지난 자신의 죄를 갚기 위해서. 죽을 것을 알면서도 정창기는 박만근의 사진을 입수하여 강수에게 건네고 쓰러진다. 문희만 역시 오랜시간 풀지 못한 숙제가 하나 있었다. 그것은 문희만 자신의 죄이거나, 아니면 검사로서 자신이 밝히지 못한 누군가의 죄일 것이다. 구동치를 구속해서라도 지키려 했던 문희만의 강박은 다름아닌 자신을 향한 것이었을 수 있다. 마지막 순간 그의 선택은 무엇인가.


그들이 정의롭고자 한다면 기성세대로서 마땅히 그들이 정의로울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들이 바르고 순수하고자 한다면 선배로써 그들이 바르고 순수할 수 있도록 보호하고 보살펴주어야 한다. 자신들이 남긴 짐으로 인해 그들이 고통받지 않도록 한다. 원래 부모의 마음이란 그런 것이다. 스승이 제자를 바라보는 마음이 그런 것이었다. 아직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그들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양보하고 희생한다. 아직 어린아이가 죽었고, 젊은 여성들이 그 제물이 되었으며, 정의로운 검사들이 스스로의 신념을 꺾어야 한다. 누구의 잘못인가. 그 모든 압력으로부터 젊은 검사들을 지키고, 그들에게 길을 제시하는 것이 문희만의 역할이었다. 그조차 감당할 수 없는 현실의 위력 앞에 꺾도록 굽히도록 강요한다. 문희만의 마지막 선택이야 말로 드라마의 화룡점정을 찍을 것이다.


모든 진실이 밝혀졌다. 서로 지나온 길은 달랐지만 출발점도 마침내 도착할 종착지도 같았다. 눈앞에 놓인 벽들을 하나하나 제거하고 나니 그 실체가 드러나고 만다. 그래봐야 고작 대기업의 현직 이사다. 하지만 그 이상을 목표로 하기에는 구동치나 한열무나, 아니 문희만조차도 아직 너무 무력하다. 이기더라도 그들은 무사할 수 있을까. 이제 한 주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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