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밴드 중 몇몇 그룹들은 자신들이 직접 곡을 만들지 않고, 작곡가로부터 받은 곡을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태원 : 자기가 할 얘기가 없으면 쓸 수가 없는 거죠. 저는 인생을 살면서 제 얘기만 해도 쓸 게 너무 많아요. 다른 분들한테 감성적으로 도움이 될 만하고, 회상에 빠지고, 비가 오는 날 밖을 멀리 바라보고…. 이럴 수 있는 음악을 전 만들 수 있어요. 왜? 제가 그랬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이 곡으로 히트해야 되겠다'는 식의 생각은 사실 많이 없어요. 그냥 쓰는 겁니다. 너무 평범하게 살지 못한 인생이었기 때문에 그냥 글이 나와요.
문득 이 인터뷰 기사가 떠올랐다. 당시는 이게 상당히 관대하게 넘어가는구나 생각했는데, 그러나 가만 생각해 보니 의외로 독한 디스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 보라. 음악을 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아니 만화를 그리고, 게임을 만들고, 대본을 쓰고, 연기를 하고...
언젠가 말한 것처럼 문화란 소통이다. 대중문화 역시 대중과의 소통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싶어서,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그래서 음악을 하고 만화를 그리고 게임을 만들고 대본을 쓴다.
물론 자작곡이 전부는 아니다. 곡쓰는 능력이 안되면 남의 곡을 받아 부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단, 밴드라는 것이다. 밴드음악이란 밴드 안에서 음악이 생산되고 공유되는 것을 말한다. 아니 굳이 밴드를 만들어 활동하는 이유가 무언가. 바로 그곳에 자기가 추구하는 무언가가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저 사람과는 꼭 함께 음악을 해 보고 싶어."
그래서 남자의 자격에 나와서도 김태원은 그리 말하고 있었다.
"자기가 들어서 좋은 음악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잘해서가 아니라 잘하고 싶어서다. 그보다는 함께 해보고 싶어서다. 잘하는 건 부차적인 문제였다. 실제 유명밴드 가운데서도 정작 데뷔당시를 보면 뭐 저런 것도 밴드인가 싶은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래도 좋으니까. 함께 만들어가는 음악이 좋으니까.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자작곡도 나오고 점차 연습과 무대를 통해 실력도 쌓아 나가고.
그런데 정작 밴드가 할 이야기가 없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같이 음악을 하고 싶어 밴드를 만들었는데 정작 할 이야기가 없다는 것은.
물론 김태원 성격에 디스한다기보다는 그런 것도 음악의 한 부분이라 인정하고 넘어간 것일 게다. 그러나 다른 각도에서 보자면 선을 그은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저들은 그냥 저런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다.
한 마디로,
"저들은 그냥 밴드의 이미지를 차용해 쓰고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해 그들은 밴드가 아닌 단순히 기획사가 미디어가 만들어낸 이미테이션일 뿐이다. 한 마디로 아이돌.
내가 음악인에 요구하는 것은 다른 게 아니다. 더 잘하고? 못할 수도 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저런 부분들이다.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는가."
어제 말한 선택이고 책임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내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그것이 없다면 그건 음악인이라 할 수 없겠지.
내가 또 아이돌을 음악인이라 인정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획사의 인형에 불과한 아이돌이 무슨 음악인?
자작곡이 있다고 꽤 기대했던 한 밴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이름을 언급하는 것도 역겨운데, 결국에 그런 수준이라는 거겠지. 기획사의 뒤에 숨어 기획사의 뜻대로만 따르는. 음악인으로서의 양식도 양심도 없는.
항상 하는 말이지만 아이돌은 음악인이 아니다. 가수도 아니고 뭣도 아니고 그냥 아이돌일 뿐이다. 그것을 벗어나고 싶으면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고 나와 자기 의지로 들려주던가. 잘하든 못하든. 그렇지 못하기에.
문득 김태원의 인터뷰가 떠올라 써 보았다. 별 같잖은 밴드같지도 않는 밴드 때문에. 또 열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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