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청춘불패 - 청춘불패의 가장 큰 문제...

까칠부 2010. 2. 6. 01:16

내가 유이하게 챙겨보는 리얼버라이어티가 청춘불패와 남자의 자격이다. G7도 일곱. 남자의 자격 아저씨들도 일곱. 원래 음양의 도리만 알아도 알아야 할 것의 절반은 아는 거다. 딱 양에 치우친 남자의 자격을 보다가 음에 치우친 청춘불패를 보니 균형이 맞지 않나? 늙은 남자의 자격과 어린 청춘불패와.

 

아무튼 워낙에 대조적인 프로그램이라 내용에 있어서도 비교되는 부분이 많은데, 역시 가장 비교되는 것이 캐릭터다. 정확히는 관계.

 

예를 들어 남자의 자격에서 이경규란 이경규라는 이름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이경규는 김태원에게는 존경하고 따라야 하는 형이다. 그러나 김국진에게는 어딘가 미덥지 않고 나서서 바로잡아주어야 하는 형이다. 이윤석에게는 상전이면서 또한 가끔은 반항하고 싶은 형일 테고, 김성민은 항상 친하게 지내고 싶지만 이경규가 거부하는 관계, 이정진과 윤형빈에게는 나이차이도 있고 커리어도 있고 어렵기만 한 큰형이다.

 

김태원 역시 마찬가지다. 이경규에게 김태원은 어쩐지 죽이 잘 맞는 동생이다. 때로 노부부 상황극도 하고, 날방컨셉으로 은근슬쩍 김태원과 손발을 맞추기도 하고, 김국진에게는 그런 김태원이 건강때문에라도 신경쓰이는 친구이고. 이윤석에게는 또 동병상련으로 마음쓰이는 형이다. 김성민 이하 이정진과 윤형빈에게는 그래서 항상 신경쓰이는 돌봐주고 싶은 형이다.

 

즉 남자의 자격에서 모든 멤버는 다른 모든 멤버에게 의미가 있다. 즉 캐릭터가 있다. 캐릭터라는 게 이경규라, 김태원이라 개인에게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관계 안에서 변형되고 응용되며 재생산된다. 그래서 가장 캐릭터가 희미한 이정진과 윤형빈은 그냥 이정진과 윤형빈 하나다. 아마 앞으로 남자의 자격이 해결해야 할 문제일 텐데,

 

그러나 청춘불패는 더 심하다. 오늘 현아가 구하라와 떨어져 김신영, 효민, 선화, 써니와 어울릴 때, 과연 그들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고갔을까? 현아란 청춘불패의 다른 멤버들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구하라는? 유리는? 효민도 써니와 어울리니 써병커플이지 그러나 그들의 관계가 딱히 다른 멤버들에 의미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한 마디로 제각각 따로 논다. 그나마 청춘불패에서 의미가 있는 관계가 김태우와 유리와의 유사커플이다. 커플은 아닌데 김태우의 찝적거림과 유리의 새침함이 만들어내는 오묘한 관계. 그 밖에 관계라 할만한 써니와 효민의 써병커플이나 구하라와 현아의 유치자매 역시 둘 사이에서나 의미가 있을 뿐 굳이 다른 멤버들에게까지 의미가 있는 것 같지는 않고. 아니 써병커플의 경우는 기존의 써니와 김신영의 콤비가 더해지면서 김태우와 유리, 선화 사이의 삼각관계와 같은 정도는 이어졌으려나?

 

그래서 또 어이가 없는 것이 오늘의 방송분이다. 선화는 원래 김태우와 유리의 러브라인에 끼어 캐릭터를 잡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김태우, 유리 커플과 떨어져 혼자 놀고 있었다. 현아도 구하라와 유치자매가 되더니만 역시 떨어져 김신영등과 어울리고 있었고. 물론 그래서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지면 모르지만, 그러나 역시 표면적인 대화와 리액션 뿐. 과연 그 안에 관계와 캐릭터란 있는가. 써니에게 있어서의 현아와 현아에게 있어서의 선화, 효민에게 있어서의 현아, 과연...?

 

그게 문제다. 항상 청춘불패가 널뛸 수밖에 없는 것. 프로그램이 아직까지도 안정을 찾지 못하는 것. 리얼버라이어티라는 게 캐릭터와 관계인데 그게 아직 제대로 잡혀 있지 않으니. 말했듯 그냥 캐릭터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관계를 고려한 캐릭터를 말하는 것이다. 구하라에게 있어서의 효민이나, 효민에게 있어서의 유리나, 유리에게 있어서의 현아 같은. 그냥 같은 G7이다,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다가 아닌 프로그램 안에서 실제 쓰이는 캐릭터와 관계를 말하는 것이다.

 

다른 리얼버라이어티들이 오래도록 안정된 재미를 줄 수 있는 것이 그런 것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소재가 주어지면 알아서 멤버들이 반응한다. 어떤 근거가 주어지면 알아서 캐릭터와 관계에 맞게 반응하며 연기한다. 유재석이 한 마디 하면 그에 맞춰 박명수가 반응하고, 또 정형돈이 기존의 캐릭터와 관계에 맞춰 다시 반응하고, 노홍철은 노홍철의 역할로, 정형돈은 그런 노홍철과의 관계로, 기대가 되고, 그 기대를 충족시키는 기본적인 재미라는 게 있다.

 

그러나 청춘불패에는 그런 게 없다. 그래서 아직까지 웃기려면 거의 개인기. 내가 지난주 그리 짜증을 낸 이유다. 도대체 뭔놈의 리얼버라이어티가 개인기에 의존해서만 분량을 뽑아내는가. 캐릭터와 관계를 가지고 상황극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냥 콩트. 그냥 개인기.

 

그러니까 매주 안정을 찾지 못하고 프로그램이 떠도는 것이다. 일정하게 어떤 관계와 캐릭터를 가지고서 반응도 하고 상황극도 하고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되는대로 맡겨놓다가 어느 순간 안 풀리고 하면 콩트에 들어가거나 아니면 개인기에 의존해 웃기려고만 드니. 멤버의 컨디션에 따라, 혹은 멤버 구성에 따라 내용에 차이가 벌어질 밖에. 더구나 아직 리얼버라이어티라고는 생소한 어린 여자아이돌들이니.

 

차라리 팀을 나누지 말고 한 데 어울려 놀게 하느니만 못하다. 아니면 정 팀을 나누려면 일관되게 팀을 나누어 팀 안에서라도 캐릭터와 관계를 분명히 하던가. 팀 안에서라도 서로가 서로에 대한 캐릭터를 갖고 관계를 갖고 그것을 가지고 놀더라도 어떠한 일관된 재미와 기대를 줄 수 있도록. 최소한 한 팀 안에서라도 제대로 된 관계에서 제대로 된 캐릭터와 제대로 된 상황극이 나올 수 있도록. 그러고 나면 팀과 팀 사이에 관계를 만들어가며 재미를 더해갈 수 있을 테니. 멤버를 교체하더라도 그렇게 모든 게 확실해진 상황에서 안정감 위에 새로운 변화를 줄 수도 있을 것이고.

 

그러나 지금 이대로는... 뭐라도 관계가 생길만 하면 멤버 교체. 캐릭터가 잡힐만 하면 또 다른 멤버와. 그렇다고 새로운 멤버와 제대로 관계가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관계가 만들어진다고 다른 멤버들에게까지 그것이 확대되거나 재생산되는 것도 아니다. 중심을 잡아주는 MC조차 없이, 또 함께 어울려 하는 것도 적으니 그대로 쪼개진 채 흩어질 뿐. 이도저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랄까? 그냥 되는대로 흘러가는대로 맡기자.

 

확실히 제작진도 리얼버라이어티가 처음이라던가? 출연자들도 죄다 리얼버라이어티는 처음. 김신영은 그냥 무한걸스의 연장이고. 차라리 남희석이 아쉬워지는 건 괜한 게 아닐 것이다. 비중있는 MC조차 없이 여기까지 오게 된 프로그램과 출연자들이 안쓰러울 뿐.

 

어제가 청춘불패 몇 회였더라? 15회였나? 16회였나? 이제 20회가 다 되어 가는데도 여전히 자리를 잡지 못한 리얼버라이어티라는 것은. 남자의 자격으로 치면 아마 말 편이 이 쯤이었을 텐데. 그때에도 모아놓으면 서로가 놓치는 법 없이 서로의 말을 잘 받고 잘 주워먹고 있더라는 것이었다. 아무리 연륜에서 차이가 있다지만.

 

청춘불패가 해결해야 할 과제일 것이다. 과연 사적인 친분과는 상관없이 프로그램 안에서 어떻게 서로의 관계를... 아, 그러고 보니 청춘불패가 6개월 단발이었던가? 10월 말부터, 11월, 12월, 1월, 2월, 벌써 4개월 지나가고 있다. 계약기간 끝나고 종영할 거면 더 신경쓰지 않아도 되겠다. 그러나 아니라면 고민해야 할 것이다. 과연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관계이고 어떤 캐릭터인가. 출연자들이 아직 어리고 미숙해 그런 것까지 신경을 쓰지 못하면 제작진이 나서주던가. 이번주처럼 아예 기왕에 있는 관계까지 깨려 들 게 아니라 말이다.

 

출연진은 어리고, 제작진은 생각이 없고, 정말 난해하기 이를 데 없는 상황이라 하겠다. 아이돌의 순수한 모습을 보이려면 순수한 모습 자체를 보이던가, 이도저도 아니고 서툰 예능으로 웃기려고나 들고. 제대로 뭐 하나 하는 것 없이 알량한 아이돌의 개인기에만 의존해서. 제작진의 무책임과 무성의, 생각없음이라 할 것이다. 오로지 모든 것이 제작진의 책임인 것이다.

 

참 과제가 많다. 앞으로 두 달, 단발로 끝낼 것이냐 계속해 연장할 것이냐, 지금까지 하는 것으로 봐서는 그냥 끝내려는 것 같다만. 설마 더 하려는 것이라면 무모하다 말해주겠다. 아이돌 재롱이나 보는 - 아이돌이라는 것에 양해를 구하고 보는 그저 그런 프로그램으로 끝내고 말 것이 아니라면. 변화가 필요하다. 더 근본적인 변화가. 제작진의 분발을 기대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