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민도 G7 가운데 그다지 순발력이 있는 편은 아니다. 오히려 약간 둔하고 어눌하다. 순발력 있고 재치가 있다면 한선화쪽에 더 점수를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제 효민은 터졌고 한선화는 죽었다. 왜?
간단하다. 효민에게는 써니가 있었다. 물론 이전에도 병풍캐릭터 가지고 가끔 터지기도 했지만 그러나 맥락없이 끊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 효민의 플레이는 매우 자신감 넘치고 안정적이다. 바로 써니와 김신영 때문이다.
뭐냐면 대본과 같은 것이다. 자, 배역이 주어지고, 상황이 주어지고, 다른 출연자와의 관계가 주어졌다. 여기서 애드립치라. 그건 이미 애드립이 아닌 거다. 더 재미있고 재미없고의 차이는 있겠지만 하는 입장에서는 한결 편하게 보다 나은 애드립을 만들어낼 수 있다. 경험이 쌓인다면 더욱.
반면 선화에게는 주위에 아무도 없었다. 물론 선화의 주위에도 김신영과 써니와 현아와 효민이 있었다. 그러나 선화와 그들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던가. 특히 써니와 효민과는 함께 팀을 이루지 않은지도 오래다. 현아와도 김태우를 사이에 두고 간접적으로 이루어진 관계가 전부고. 과연 거기서 무슨 말을 할까. 반면 김태우, 유리 등과 함께 있을 때는 만만치 않게 터져주었던 선화다.
결국 뭐냐면 주도적으로 상황을 만들 수 있느냐 없느냐다. 주도적으로 상황을 만들 수 있을 때야 관계란 캐릭터에 종속된다. 징징막내 현아의 경우가 그렇다. 막내라는 자체가 다른 언니들에게 먼저 다가가기 좋은 캐릭터다. 막내이기에 귀엽고 친숙하고 거기에 징징현아라는 캐릭터가 더해지면서 다른 멤버들도 반응하기가 편하다. 더 이상 구체적인 관계 없이,
"얘는 막내다."
성인돌 나르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다만 나르샤의 경우는 나이차이도 있고 해서인지 캐릭터도 분명하고 하지만 플레이가 겉돈다는 한계가 있다. 그에 비해 막내라는 것은 가장 어리기에 대하기도 편한 장점이 있다. 어쩌면 유치자매라는 것도 현아의 가능성을 묶어두는 족쇄였는지도. 확실히 막내로 다시 돌아오고서는 훨씬 플레이가 넓어지고 자유로워졌다.
물론 그것을 상황을 만든다고 하기는 뭣하다. 그보다는 사건의 기점이 된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사건이 일어나고 그것을 상황으로 만드는 것은 MC의 몫일 것이다. 그러나 어제도 보았다시피 김신영은 그런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써니를 부여잡은 효민에 비해 선화가 끝까지 죽은 것도 그래서다. 김신영의 팔은 선화에게까지는 닿지 않으니.
내가 구하라에 대해 아쉬워하는 부분도 그것이다. 구하라에게는 분명 상황에 반응하는 능력이 있다. 상황을 만들 수 있는가는 모르겠다. 그건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이고, 주위와의 관계를 주도할 수 있을 만큼은 되어야 가능한 것이니까. 그러나 분명 어떠한 상황이 주어졌을 때 그 안에서 제대로 반응한다. 사실 유치개그도 그렇게 했을 때 시너지가 있었다. 유치개그가 살 수 있었던 것도 그때그때 보여준 구하라의 리액션의 덕이 컸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반응할만한 상황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
초반 구하라가 분량을 만들어낼 때도 그랬다. 그때는 김태우가 상황을 만들어줬었다. 처음 마을어르신들 앞에서 재롱잔치를 할 때는 그 상황이, 그리고 김태우와 일하면서 김태우와의 관계에서 만들어진 상황에 구하라는 몸으로 반응했던 것이었다. 거기에서 분량이 나왔었다. 굳이 예능을 한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녹아든 느낌?
내가 구하라의 예능감에 높은 점수를 준 것도 그 때문이었다. 분명 재미있는데 따로 예능을 한다는 느낌이 없었다. 자연스럽게 상황에 반응하며 자기를 연기하는 그런 느낌이었다. 이만하면 꽤 예능에서도 통하겠구나. 그러나...
구하라가 언제부터 캐릭터를 잃어버리기 시작했는가를 보면 답이 나온다. 먼저 구하라와 관계를 만들고 상황을 만들고 사건을 만들던 김태우와 떨어지면서부터였다. 그리고 새로이 짝을 이룬 김신영은 콩트를 하거나 개인기를 하는 것에는 능하지만 그런 식으로 관계를 만들고 상황을 만드는 것에는 아예 관심 자체가 없다. 즉 구하라가 반응할 수 있는 여지가 사라진 것이다. 거기에 유치개그같은 개인기나 시키고 있으니.
어제 분량에서도 보았듯 구하라가 가장 편하게 반응할 수 있는 상대는 김태우다. 원래 오빠가 있기 때문일까. 또 김태우가 짓궂기는 해도 멤버들과 잘 어울려준다. 먼저 건드려도 주고, 또 당해주기도 하고, 그러면서 반응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든다. 덕분에 어제 구하라는 성인돌 나르샤에나 어울리는 섹드립 때문에 꽤 곤혹스러워하기는 했지만, 그러나 사람들의 반응에서 보듯 그것은 구하라의 또다른 가능성이고 매력이 될 가능성도 있다. 즉 김태우와 관계만 복원된다면.
그러나 문제는 과연 다음주에도 구하라는 김태우와 함께 할 수 있을까. 김태우와 어느 정도 관계가 성립되려 하니 김신영과, 그래서 적당히 묻어가려 하니 이번에는 현아와, 현아와 유치자매로 관계가 고정되려 하니 이번에는 또 김태우와, 유리와,
구하라에게 캐릭터가 없는 것은 바로 그같은 관계의 부재 때문이다. 관계를 만들 여지를 주지 않는다. 어디 한 곳 정착 못하고 이리저리 떠도는 전학생 느낌? 어제는 아예 현아와의 관계단절까지 시도되고 있었다.
"하라언니보다 써니언니가 더 좋아!"
"하라언니 그렇게 안 봤는데 실망이야!"
애교라기에는 너무 지나쳤다. 차라리 보는 앞에서 그랬다면 또 여기서 상황이 만들어지고 그에 반응하면서 그것으로 관계를 만들어갔겠지만 서로 떨어진 상태에서 그리 하고 나면 과연 이후 다시 유치자매를 만든다고 전과 같은 그런 느낌을 줄 수 있을까. 마치 친자매처럼 함께 붙어 떨어지지 않는 그런 관계로. 글쎄...
아무튼 그러면 구하라는 이제 현아와도 헤어지고 다시 장차 유리와도 헤어지고 나면 다시 누구와 관계를 만드는가? 선화와 백지자매를 만들까? 그것도 재미있기는 하겠는데 거기서 또 헤어지고 나면?
그리고 사실 내가 구하라더러 관계를 만들라, 캐릭터를 만들라 강조하는 것은 구하라더러 에이스가 되라 하는 게 아니다. 남들보다 더 치고 나가라 하는 것도 아니다. 관계라는 것은 즉 역할이다. 청춘불패 안에서 과연 구하라는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존재로 인식되는가.
다시 말해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구하라의 이미지라는 것이다. 구하라란 어떤 소녀다. 어떤 사람이다. 그것은 성실한 것이 될 수도 있고, 유쾌한 것이 될 수도 있고, 어벙한 것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런 자칫 비호감이 될 수도 있는 것들을 호감으로 바꾸는 것이 제작진이며 출연진이며 자기 자신의 할 바일 테고.
리얼버라이어티라는 게 누구 하나 잘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누군가 에이스가 있다면 뒤에서 받쳐주는 존재도 필요하다. 치고 나가면 뒤에서 그를 받쳐주는 역할도 필요하다. 그런 것까지 모두 포함해 리얼버라이어티라 하는 것이다. 그것도 좋다. 단 어떤 이미지로서, 어떤 캐릭터로서인가 하는 것이다. 어떻게 대중들에 보여질 것인가.
내가 걱정하는 것은 그 부분이다. 아무리 리얼버라이어티라고 뚜렷한 이미지 없이 존재감마저 사라지고 나면 과연 그것이 장기적으로 구하라에게 도움이 되겠는가. 확실한 어떤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을 때 그것이 구하라에게 장차 어떤 도움이 될 수 있겠는가.
말하지만 구하라는 예능인이 아니다. 아이돌이다. 아이돌로서 단지 예능에 출연하고 있을 뿐이다. 본업은 여전히 아이돌이고 무대에 서는 것이 일이다. 장차는 연기를 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버라이어티에서 존재감을 잃고 뚜렷한 어떤 이미지를 보여주지 못한다. 과연 그것이 구하라에게 도움이 되겠는가. 나아가 그런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이 의미가 있겠는가. 예능인이라면 끝까지 붙어 있어야겠지만 아직 현역아이돌이라면.
사실 병풍이라고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병풍에게도 각자 자기 역할이라는 것이 있다. 내가 문제삼는 건 병풍이라는 자체보다는 아무 역할도 존재감도 없이 이미지조차 없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아니라. 프로그램에도 자기에게도 출연할 의미가 없다. 그건 어쩔 수 없는 거겠지.
나는 지금도 구하라에게 예능감이 없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다만 구하라는 개인기로 웃기는 예능감이라기보다는 상황에 반응하는 예능감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제까지의 청춘불패로 보아 그닥 프로그램과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이미 병풍으로 전락한 것으로 입증이 되었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예능에 오히려 자신만 소모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것도 제대로 보여준 것 없이.
유치개그같은 거나 하다 보면 병풍으로 전락될 수 있다... 내가 줄곧 경고해 온 바였다. 덕분에 구하라 팬들로부터 욕도 엄청 들어야 했었다. 왜 잘 나가는데 초치느냐고. 그러나 보다시피. 지금 구하라는 병풍도 이런 병풍이 없다 할 정도다. 전혀 하는 것 없이, 어떤 자기 이미지도 없이. 다른 게 문제가 아니라 바로 그게 문제라는 것이다. 아무 역할도 이미지도 없다는 그것이.
자기가 먼저 다른 멤버에 들이대 효민처럼 억지로라도 관계를 만들고 캐릭터를 만들던가, 아니면 프로그램과 맞지 않는 것을 인정하고 물러나던가, 이대로 병풍으로 머물며 자기를 소모하지 않기 위해서는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자기가 먼저 능동적으로 치고 나갈 것인가. 부족함을 알고 스스로 물러나 더 이상의 소모만은 막을 것인가.
굳이 병풍이더라도 상관은 없다.. 그러나 먼저 자기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역할은 없어도 이 프로그램에서 어떤 존재인가. 어떤 이미지인가. 자기 자리를 찾고, 자기 존재를 찾고, 무엇보다 자신을 위해서. 그 말을 하고 싶었다. 어찌할 것인가. 그것이. 그렇다.
'연예일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깟 예능... 카라의 복귀가 드디어 눈앞이다! (0) | 2010.02.07 |
---|---|
아이돌의 두 얼굴 - 여신과 이웃집 동생 사이... (0) | 2010.02.07 |
청춘불패 - 청춘불패의 가장 큰 문제... (0) | 2010.02.06 |
청춘불패 - 간만에 청춘불패다웠다... (0) | 2010.02.06 |
섹시컨셉이 끝장인 이유... (0) | 2010.0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