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스타란 말 그대로 하늘 위의 별과 같은 존재였다. 어쩐지 신비하고 어쩐지 보통 사람과는 다른, 지난주 남자의 자격에서 극장에서 관객들이 박수를 치더라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그만큼 동경의 대상이었고, 따라서 대상에 깊숙이 동화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미디어가 발달하고 네트워크가 발달하면서 그같은 신비감은 여름날 안개처럼 서서히 걷히고 말았다. 그들도 단지 사람일 뿐이라. 우리와 전혀 다르지 않은 인간일 뿐이라. 연예인의 일상이 네트워크를 통해, 그리고 미디어를 통해 알려짐에 따라 하늘 위의 별과 같던 스타는 바로 이웃의 친구가 되고, 누이가 되고, 혹은 아는 누군가가 되었다.
그래서 과거와 지금의 스타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도 약간 성격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나와 다른 대상에 대한 동경의 표현으로 그의 일상을 엿보고자 했었다. 반면 지금은 나와 같은 동류로서 그같은 동류로서의 일상을 보고 싶어한다. 비유하자면 무대 위에 선 배우에 대한 열망이 과거의 호기심이었다면, 무대 뒤의 배우에 대한 관심이 지금의 호기심인 셈이다.
그렇게 집요하게 연예인의 과거를 캐고 그러고 확인하고 나서야 만족하는 것도 그래서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최근의 대중이란 보다 연예인의 과거에 대해 관대해질 수 있었다.
"저들도 나와 다르지 않다..."
물론 아직까지는 조금 멀다. 그렇게 과거를 캐고 끄집어내고서는 이번에는 자신의 도덕적인 요구나 열등감을 연예인에 대해 투사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이른바 공인 어쩌고 하는 것이다. 하여튼 같잖은.
아무튼 예능에서의 망가짐이 과거와는 달리 연예인의 이미지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도 그래서다. 아는 것이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연예인이 사실은 연예인의 연기를 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예전 공인에 대해 쓴 글의 연장이기도 한데, 결국은 스타란 스타로서의 연기를 하고 있을 뿐인 것이다. 배우로서, 음악인으로서, 혹은 아이돌로서.
과거에는 원래 그대로 즐겼다. 배우로서, 음악인으로서, 혹은 아이돌로서. 무대 위에 한껏 분장을 하고 선 배우인 셈이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저들도 원래는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한 꺼풀 벗기고 나면 우리 이웃, 내 친구, 내 누이, 무대 뒤에서 분장을 지우고 선 배우의 모습을 전제하고 볼 줄 알게 된 것이다. 무대 위의 스타와 무대 뒤의 스타를 벗어던지고 난 모습을 동시에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개인의 유리다. 무대 뒤에서의 한심한 모습을 알면서도 무대 위에서의 카리스마있는 연기에 대해서는 따로 판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무대 뒤의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근엄한 모습과 무대 위에서의 한없이 가벼운 촐랑거리는 모습에 대해서도 따로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즉 예능에서 망가지는 모습을 보인다고 해서 그를 무대위의 모습과 애써 연결짓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놀란다.
"아, 이런 모습도 보이는 사람이었구나."
거꾸로 무대위에서 카리스마를 보이던 사람이 무대 뒤에서 우스꽝스럽게 망가지면 또 다시 이렇게 놀란다.
"원래는 이런 사람이었었네?"
시너지라는 것이다. 최근 연예인들이 너도나도 예능에 출현해 자신의 날모습을 보이려 하는 것도 그래서다. 물론 그러다 그것이 지나쳐서 선을 넘는 바람에 아예 않느니만 못하게 된 경우도 있지만, 적당히 선만 지킨다면 그것이 자신에 대한 인지도나 호감을 높일 수 있음을 알기에.
구하라가 성형사실을 고백하고서 오히려 여초사이트에서 호감이 높아진 것도 그런 예다. 청춘불패에서 이래저래 망가지며 무대위에서의 화려하고 새침한 모습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을 때, 새로운 친근한 모습이라며 안티에서 호감으로 돌아선 이들이 많은 것도 같은 이유다.
"아, 구하라가 원래는 이런 여자였구나..."
그같은 친근감과 동질감에 구하라에 대한 호감으로 바뀌고, 더불어 무대위에서 보여주는 - 혹은 그녀의 매력을 한껏 북돋워 보여주는 사진이나 동영상등에서 보여지는 괴리감을 놀라움으로, 그리고 감탄으로 바꾸어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오히려 그같은 괴리가 어쩌면 당연할 수 있는 그런 모습들을 더욱 극대화시켜 보여준다고나 할까?
대중이 스타를 소비하는 방식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더 이상 스타는 스타가 아니다. 단지 스타를 연기하는 일반인일 뿐이다. 무대 위에서는 별이 되고, 무대에서 내려오면 우리와 별로 다를 것 없는 화장을 지운 모습이 되는. 또 그래서 연예인 생얼이 그리 유행하는 것 아니던가.
다만 말했듯 선이라는 게 중요하다. 그래도 도저히 넘어서는 안되는 선이라는 게 있다. 관대해진 만큼 그 선을 넘어서면 더 이상 돌아올 수 없다. 그것은 인간에 대한 신뢰이며 호감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배반한다면... 그건 끝이다.
물론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기획사가 괜히 있는 것도 아니고, 매니저가 괜히 있는 것도 아니고, 연예인도 괜히 되는 게 아니다. 그 선만 지켜준다면야 약간의 망가짐은... 시대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과거와는 다른.
아무튼 그게 내가 요즘 조금 서운해하는 이유다. 나는 역시 스타를 스타로서 소비하던 세대라. 신대철이 손도 대지 않고 기타를 치더라는 말을 그리 믿고 싶어 했더랬다. 조금은 신비해주어도 좋지 않을까. 물론 카라 빼고. 대충 그런 것이다.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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