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모여서 연주하고 음악하고 노래하고... 다 밴드다. 하다못해 술자리에서 노래반주해주는 밴드도 밴드다. 그러나 음악적으로 밴드라 할 때는 보다 엄밀한 의미로 쓰인다. 바로 밴드음악을 하는 팀으로.
밴드음악이란 무언가? 밴드 자체내에서 생산되는 음악이다. 자작곡이면 좋지만 아니더라도 상관없다. 김태원도 말한 바 있듯 굳이 스스로 들려줄만한 음악이 없고 이야기가 없으면 남의 음악도 좋다. 커버곡이라든가 아니면 기존 작곡가의 곡을 받던가. 부활도 그래서 양홍섭에게서 희야를 받았고, 크래쉬도 신해철이 쓴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로 활동하고 했었다. YB도 아예 앨범 전체를 곡을 받아 채웠었고.
그러나 전제가 있다. 말했듯 밴드 자체 내에서 생산되는 음악이기에 거기에는 밴드의 의지가 들어가야 한다. 즉 밴드 스스로가 그것이 정말 좋고 자기들이 추구하는 방향과 맞다고 생각해서, 혹은 자기들 나름대로 그 위에 자기들만의 색깔을 더하고자 다른 누군가의 음악도 선택해 연주하고 노래한다는 것이다. 내가 하고 싶어서, 우리가 하고 싶어서, 그래서 밴드의 이름을 걸고서 연주하고 노래하는 음악이라는 거다.
그런데 보라. 씨엔블루에 대해 옹호하는 측 주장을 보자면 씨엔블루가 정작 연주하고 부르는 "외톨이야"라는 노래는 씨엔블루의 의지와 전혀 상관없다. 그들과 음악적인 색깔이 맞아서도 아니고, 자신들의 음악적인 색깔을 덧씌우고자 해서도 아니고, 그것을 진심으로 좋아해서 들려주고 싶어서도 아니다. 무엇보다 그 노래에 밴드의 이름을 걸 생각도 전혀 없다. 노래는 어디까지나 작곡가의 것이고 씨엔블루는 단지 그것을 연주하고 부를 뿐이다.
다시 말해 그들이 하는 음악은 밴드음악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냥 아무 노래나 들려주니 시키는대로 연주하고 부를 뿐이고 거기에는 아무 어떠한 의지도 들어가 있지 않으니, 그것은 단지 어디 행사장에서 손님을 위해 반주를 해주는 그런 밴드와 전혀 다르지 않다. 아니 그나마 그런 이들에게도 프라이드라는 게 있다. 그래도 최소한 자기들이 연주하는 음악에 대해 자신들의 이름을 건다는. 그러나 씨엔블루는 그것도 없다. 오로지 작곡가 탓, 기획사 탓, 그런데 과연 밴드라 할 수 있을까?
내가 신해철이 은퇴할까 걱정하지 않는 이유도 그것이다. 밴드의 모양을 갖췄다고 그것이 밴드가 되는 것이 아니다. 밴드에게는 밴드로서의 의지가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씨엔블루에게는 그런 것이 있는가? 씨엔블루 옹호론자들의 말에 따르면.
물론 그들이 연주하는 음악에 그들의 의지가 담겨 있었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그래서 결국에 표절한 노래를 들고 지금껏 연주하고 돌아다니며 인기며 돈이며 누리고 있었다는 것이니. 그러면 밴드는 맞는데 인간으로서 문제가 남는다. 어쩔까? 신해철을 은퇴시킬까? 아니면 인간으로서 막장이 될까?
아무튼 재미있게 되었다. 신해철이 은퇴하느냐? 아니면 씨엔블루가 스스로 밴드임을 부정할 것이냐? 개인적으로 전자를 바라지만... 밴드가 아닌데 밴드 부정해봐야 재미 없잖은가?
오늘 아침 지하철에서 무가지 보다가 또 한 번 뿜고 말았다. 도대체 어디까지 뻔뻔해지려는 것인지. 너무 당당한 것이 무서울 정도다. 우리나라의 보편적 정서라는 것을 알기에. 하여튼. 그냥 웃는다, 이제는.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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