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표절에 대한 어이없는 생각들...

까칠부 2010. 2. 9. 07:32

와이낫의 파랑새와 씨엔블루의 외톨이야를 비교해 듣고서도 그러는 사람들이 있다.

 

"이게 왜 표절이야?"

 

물론 그들도 인정한다. 일부는 비슷하다. 그러나 전체가 같지는 않지 않은가. 나 이겨야...

 

예전 어느 가수의 표절의혹이 나왔을 때 지인이 그러더라.

 

"이건 절대 표절이 아니다."

 

왜?

 

"요즘 세상에 누가 이런 식으로 노골적으로 베껴쓰나? 표절의 기법이 얼마나 많은데."

 

성대현도 라디오스타 나와서 그리 고백한 바 있었다.

 

"8마디인가 같으면 표절이었는데 7마디째에서 달라지곤 했었다."

 

당시부터도 표절판정을 피하기 위한 기술은 있어왔던 것이다. 적당히 멜로디를 바꾸고, 코드를 바꾸고, 악기편성을 바꾸고,

 

지금에 와서는 표절곡을 가지고 표절했다고 대놓고 이야기하고 들려줘도 긴가민가할 정도로 기술들이 발전했다. 지인의 말도 그런 뜻이었다. 이렇게까지 똑같을 정도면 표절이 아니라 우연의 일치일 것이라고. 아니면 그조차도 안 되는 아마추어던가.

 

배철수씨도 그래서 인터뷰에서 그러지 않았던가.

 

"표절여부는 작곡자가 가장 확실하게 안다."

"작곡자의 양심에 달린 문제다."

 

어느새 그런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표절을 하고서도 원곡자조차 그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그동안 컴퓨터와 핸드폰만 기술이 발전했을 것이라 생각하는가?

 

그러나 그렇게까지 발달한 표절기법들도 한 가지에 대해서만큼은 피해가지 못한다. 바로 곡의 분위기다. 그 느낌.

 

왜 표절을 하려 마음을 먹겠는가? 그 곡이 주는 느낌을 탐내서다. 그 음악에서 전해지는 그 어떤 이미지나 분위기를 탐하기 때문이다. 그 들리는 것을 욕심내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떻게 해도 그것만은 버리지 못한다. 요즘의 표절은 그래서 멜로디나 코드가 아닌 곡의 분위기를 베낀다. 적당한 변조와 기술적인 위조를 통해서.

 

그래서 지금에 와서는 그에 맞춰 아예 표절의 기준도 바뀌었다. 과거에는 몇 마디가 유사하면 표절이었지? 그러나 지금은 대중이 들어서 어떤 노래를 강하게 떠올리면 그것으로 표절로 인정된다. 원작자가 표절로 인정했고, 대중이 그에 동의했다면 어찌되었거나 그것은 표절이다. 표절기법이 발전한 만큼 표절에 대한 기준도 바뀐 것이다. 몇 마디는 같고, 몇 마디는 틀리고... 지금은 90년대가 아니라는 말이다.

 

즉 지금에 와서 사람들 생각하는 것처럼 코드도 같게, 멜로디도 같게, 그런 촌스런 짓은 아무도 않는다. 오히려 그러고 있으면 표절은 아닐 거라 동정을 받는다.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그런 서툰 짓거리를.

 

아예 같으면 그건 표절이 아니라 카피다. 무단복제다. 아마 비영리적인 목적이라면 아마추어 커버밴드 정도 되겠다. 영리적인 목적이라면 아직 정산되지 않는 커버곡일 테고. 그런 걸 표절이라 하지는 않는다는 거다.

 

완전히 같다... 내가 지금 남의 글 베껴쓰려 해도 티나게 알아보도록 베껴쓰지는 않겠다. 대학시절 리포트 베껴쓸 때 교수님 눈치 못 채도록 손질하던 그 감각들을 잊은 건가? 세상에 그런 식으로 베껴쓰는 사람은 없다는 거다. 최첨단 21세기에는.

 

다시 말하지만 표절의 기준은 멜로디가 어떻고 코드가 어떻고가 아니라, 원작자가 표절이라 인정하고 대중이 그에 동의하는가의 여부다. 과연 그 음악이 그토록 다른 음악을 연상케 하는가.

 

하여튼 새벽부터 별 같잖은 글을 봐서는. 프로작곡가씩이나 되는 사람이.

 

하긴 우리나라 법원과 법관들의 수준을 봐서는 그다지 마음놓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그렇더라도 원칙은 그렇다는 것이다.

 

원작자의 판단과 대중의 동의... 과연... 아침부터 참 많이 웃는다.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