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청춘불패 - 초심으로 돌아오다...

까칠부 2010. 2. 13. 00:42

첫째 방패연이 아니라 방구연이다. 방패연은 구멍이 없이 댓살을 방패 간干자 모양으로 넣은 연이고 구멍을 넣은 것은 이보다 진화된 방구연이다. 구멍이 있어 자유자재로 조종이 가능해서 연싸움도 가능한데, 그러나 연싸움이 빠진 것이 아쉽다. G7대항 연싸움을 해봐도 좋을 텐데.

 

둘째 만두는 집안마다 빚는 모양이 다르다. 그리고 만두 처음 빚는 사람의 공통점 일단 크게 빚는다. 현아. 하여튼 우리집안에서도 친가와 외가가 만두빚는 모양이 달라서. 소 만드는 방식도 다르고. 특히 어디선가는 당면 대신 라면을 부숴 넣는 바람에 조금 먹다가 당황했었다. 색색의 만두야 말로 우리네 일상의 다양함이다.

 

아무튼 간만에 초창기의 청춘불패를 보는 느낌이었다. 개인기도 없고 콩트도 없고 적절히 상황을 활용해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이. 굳이 억지로 이야기를 만들려 하지 않다 보니 어색하던 관계도 스스럼없이 잘 어울린다. 그동안 관계가 없는 듯 여겨졌던 것은 결국 무리해서 이야기를 만들려 했기 때문이다. 상황이란 어느 시점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전체로부터 연장된 어느 한 부분임을 이제 이해한 듯.

 

무리해서 캐릭터를 드러낼 것도 관계를 강조할 것 없이 해 온 대로 대단할 게 없어도 자연스럽게 하다 보면 캐릭터든 관계든 나온다. 그동안 오히려 억지예능을 하느라 캐릭터도 관계도 모두 죽여버린 느낌이다. 리얼버라이어티는 역시 자연스러운 것이 생명이다. 비록 아직도 어색하고 서툴지만 그게 또 G7만의 매력이니까. 20대 초반의 여자아이돌들이 나이 먹은 아저씨들마냥 능숙해도 오히려 어색하다. 어색한대로 즐겁게 노는 것이 또 보는 즐거움 아니겠는가.

 

분량분량 해도 어느새 병풍을 벗어던진 때문인지 효민도 선화도 모두 여유가 있고 안정감이 있고, 굳이 분량에 욕심내지 않는 유리며 구하라도 이제까지와는 달리 자연스럽고 스스럼없다. 웃고 떠들고 왁자하게 노는 사이 그냥 보는 것만도 즐거운... 원래 이런 게 초창기 청춘불패였는데. 억지로 웃기려해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일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던 것이었다.

 

그러나 역시 아직 믿음이 가지 않는 것은 그동안도 가끔 이런 적이 있었다는 거다. 개인기 줄이고 콩트 줄이고, 그러나 다음주 더한 개인기와 콩트가 나오기도 했기에. 그럼에도 만족스러웠다는 것은 전혀 기대않고 게임하면서 보다가 게임을 오히려 접고서 집중하게 되었다는 것. 초심으로 돌아간 청춘불패는 그래서 더욱 반가웠다. 아마 작가가 리플을 단 것도 이런 것이 자신이 있어서가 아닐까.

 

자려고 누워 나누는 대화도 재미있었고, 곰태우와 나르샤의 동갑내기 부부에 막내딸 현아의 상황극도 재미있었고, 곰태우를 골탕먹이려다 자기가 당하고 마는 써니나, 효데렐라 캐릭터를 아예 즐기면서 써니도 타박하게 된 효민도, 역시나 백지캐릭터를 보여준 선화, 혼자 말하고 혼자 웃으며 그 나이 또래의 발랄함을 보여준 현아, 역시나 군민며느리답게 예쁜 척에 - 물론 실제로도 예쁘다. - 열심인 유리, 스스럼없이 자연스런 모습을 보여준 하라, 오늘은 모두가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있었다.

 

베스트가 따로 없이 그 모두가 하나의 자연스런 이야기로 이어졌다. 근엄한 아버지 노촌장에, 큰오빠 곰태우, 큰언니 나르샤, 작은 언니 김신영, 그리고 여섯 자매들. 제각각 다양한 개성들로 어우러지는. 다만 아쉽다면 서로 스케줄상의 문제로 이 이상의 체계적이고 치밀한 장기프로젝트는 힘들 것이라는 정도일까. 그런 게 있다면 더 서로간의 관계가 단단해질텐데. 그건 정말 아쉽다.

 

아무튼 그래서 또 기대가 되는 것이 다음주 게스트가 나온다는 것이다. 아직 서로의 관계가 단단하지 못하기에 청춘불패는 그동안 외부게스트가 나타났을 때 서로의 관계며 캐릭터가 오히려 부각되는 모습을 보여왔었다. 서로간의 어색함을 게스트라고 하는 이질적 요소가 중화시켜준달까? 민호가 왔을 때도, 크리스마스 특집에서도 그래서 청춘불패는 확실히 분위기가 살았었다. 이번에도 그러지 않을까.

 

역시 문제라면 사적으로는 몰라도 방송에서는 아직 낯가림이 있어 보이는 멤버들. 정확히는 자신들의 관계를 방송용으로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는지 모르는 것이리라. 어디까지 허용되고 어디까지 가능한가. 어떤 모습이 더 방송에 재미있고 자신들에게도 도움이 되는가. 캐릭터며 관계며. 그러나 역시 하고 싶은 말은 자연스럽게 오늘처럼 어울려 놀다 보면 관계란 자연스레 만들어진다. 캐릭터도. 그것을 바라던 것이었는데.

 

말했듯 게임을 하며 삐딱하게 앉아 있다가 정자세로 집중해 보게 만들 정도로 재미있었다. 크게 터지는 장면은 없었지만 청춘불패란 원래 소소함으로 보는 프로그램이라. 리얼버라이어티란 그런 자연스러움이 만들어내는 디테일한 재미다. 간만에 다시보기로 볼만한 방송이 나온 듯. 재미있었다.

 

 

덧1, 역시 작가의 리플은 도발이었다. 아니나다를까 이렇게까지 만들었는데도 과연 네가 깔 수 있겠느냐는. 당연히 못 까지. 이렇게 잘 만든 프로그램을 까댈 정도로 내가 무도하지 않다. 이제까지의 청춘불패에 대한 모든 판단은 일단 묻어두기로 한다. 이대로만 계속되기를. 정말 좋았다. 기대해 봐도 되겠다.

 

덧2, 그런데 연날리기 하는 김에 자치기라든가 다방구, 장치기, 팽이치기같은 놀이도 함께 해 보면 안될까? 시골 가면 겨울에 놀 게 많은데. 비석치기도 있고. 구슬치기도 있고. 저번 로드리랑 노촌장이 했던 딱지치기도 대회를 해봐도 재미있겠다. 고무줄놀이에. 어쩐지 그리울 것 같다. 안될까?

 

덧3, 왜 하필 외톨이야를 거기에 삽입하고 있었을까. 지금 외톨이야를 둘러싼 논란이 보이지 않는 것일까. 신해철을 비롯 인디밴드와 인디팬들 전체가 들고 일어나려는 판에 외톨이야라니. 문득 눈에 거슬리는 장면이었다. 워낙 재미있게 보느라 잠시 잊고는 있었지만. 조금은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