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씨엔블루를 통해 보는 매니저의 문제...

까칠부 2010. 2. 14. 22:14

라디오스타에서 SS501의 리더 김현중이 팬들을 보호하기 위한 경호원을 고용해주기를 소속사에 계약조건으로 걸고 싶다고 했을 때 조금 놀랐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연예인이 있다는 사실도 그랬지만, 그런 생각이 저리 신선하게 다가올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기도 했다.

 

SS501이 개념아이돌로 평가받는 이유 가운데도 사실 그런 부분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팬들이 사진찍고 달려들고 하는 것들에 대해 매니저로 하여금 과격하게 대하지 말라고 부탁하더라는. 그런 모습들을 직접 보았다는 증언들이 SS501을 개념아이돌로 만든 것이다. 그러나 말했듯 그런 건 상식 아니던가?

 

아마 해외에서도 연예인 경호는 그렇게 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팬들이 다가와 위해를 끼치거나 하는 건 막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최대한 팬에게 직접적인 위해가 가해지지 않도록, 어지간히 위급한 상황이 아니면 미리 선제적으로 위험요인을 제거하는 것이 아닌 직접적인 위해에 대해서만 반응하도록. 설사 파파라치의 존재에 대해서도 괜한 충돌로 언론에 보도되기라도 하면 연예인 자신에게 피해가 돌아올테니.

 

말하자면 팬이란 고객인 것이다. 설마 고객에게 주먹질하는 상인이 있을까. 고객에게 주먹질하는 가게주인이라면 가게 문 닫아야 할 것이다. 감히 내 물건을 팔아주고 나로 하여금 돈을 벌게 해주는 고객에게 말이라도 함부로 할 수 있을까.

 

사실 이것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첫째 폭력에 대해 너무 관대하다. 맞아도 맞는가보다, 맞아도 이유가 있어서 맞는가보다, 분명 폭력이고 폭행인데 이유부터 따진다. 하긴 성폭행에 대해서도 피해자의 잘못부터 따지는 문화이니 오죽할까. 워낙 집안에서, 학교에서, 혹은 군대에서 그렇게 맞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자라다 보니 폭력에 대해 무감각하다.

 

그리고 둘째 주제에 고객에 대해 너무 거만하다. 아마 자주 들을 것이다.

 

"나가! 내가 물건 안 팔고 말지! 당신 아니면 내가 장사 못 할 줄 알아?"

 

결국 프로의식의 부재다. 프로란 자기 직업을 자기 정체성으로 삼는 사람이다. 나라고 하는 인간이 아니라 장사꾼으로서의 나다. 물건을 팔아 하는 입장으로서의 나다. 그에 충실하고 바로 그로써 결과를 내는 것이 자존심이고 긍지인 것이지 그것을 거부해가며 지켜야 하는 자존심이며 긍지가 아닌 것이다.

 

그러나 워낙에 사람들이 대단하다 보니 그런 것을 용납 못한다. 또 자주 하는 말,

 

"내가 이런 일이나 할 사람이 아닌데 말야..."

 

말 그대로 프로라는 자각이 없는 것이다. 연예인이나 매니저나. 바로 앞에 고객이 있고 바로 그 고객이 내 돈을 벌어다 주는데, 그런데 그 잠시의 분을 못 참아서. 잠시의 억울함이나 잠시의 화나 잠시의 짜증을 못 참아서. 그래서 바로 입이 험해지고 손이 나가고,

 

물론 여기에는 연예인들의 과도한 스케줄도 한 몫 할 것이다. 한 철 장사라고 한 번 뜨기 시작하면 스케줄이 밀려든다. 육감대결에서 한승연이 농담처럼 말한 그대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차타고 가다가 문 열고 내리면 노래 부르고 춤추고, 그리고 바로 다시 차에 올라 다음 스케줄 가고,

 

그 스케줄조차 너무 빡빡하게 짜여져 있어서 매니저라면 거의 카레이서 수준이란다. 빅뱅의 대성도 바로 그래서 스케줄 사이를 이동하다가 사고가 나서 크게 다친 적 있었다. 더구나 연예인 자신의 의지에 의해서가 아니라, 특히 아이돌의 경우는 기획사의 의지가 더 강하게 작용하기에 연예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과도한 스케줄을 강요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 매니저에게는 스케줄을 지켜야 할 책임이 주어지고.

 

이번 사건의 경우도 방송국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팬들로 인해 시간이 지체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시간 안에 방송국에 들어가 리허설 하고 촬영 마치고 그리고 다음 스케줄로 이동하든 해야 할 텐제 팬들로 인해 지체되고 있으니. 여기에 이런저런 이유들이 더해지면서 짜증이 폭발한 것이다. 그 책임에 대한 무게로 인해.

 

한 마디로 구조적인 문제다. 한국사회의 근본적인 문제이기도 하면서, 연예계 매니저의 구조적인 문제라 할 것이다. 내가 연예계 매니저에 대해 자세히 아는 것도 아니니 뭐라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그렇지만, 연예인 매니저로 인한 저런 구설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한두사람의 문제라면 개인의 문제일 테지만, 그것이 반복된다면 결국 그 집단 전체의 문제일 것이니.

 

무엇이 문제일까. 결국 연예인의 사정이나 입장은 생각지 않는 과도한 스케줄이 첫째 문제일 것이다. 그리고 매니저에게 너무 많은 책임이 지워지는 것도. 매니저이면서 운전사고 또 경호원이기까지 해야 하니. SS501의 김현중이 팬들을 위한 경호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빈 말이 아닌 것이다. 오히려 팬들을 생각해서라도 경호는 전문경호원이 하는 쪽이 더 나을 것이니. 과도한 스케줄에 지친 매니저보다야 경호 자체에 전념할 수 있는 경호원 쪽이 더 전문적으로 또 방어적으로 팬과 연예인 자신을 보호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그만한 지출을 할 의향이 매니지먼트회사 쪽에 있는가.

 

우연찮게 그래서 또 서태지의 경호원들이 팬들을 대하는 모습을 찍은 동영상을 보게 되었다. 물러나 달라는 요청조차도 공격적으로 들리지 않도록 배려하는 모습이라는 것이. 그리고 그것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는 것이 서태지 자신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데뷔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보여 온.

 

그러고 보면 카라 팬들 사이에서도 카라 매니저에 대한 평가가 좋다. 아마 모든 매니저가 그런 것은 아니라는 뜻일 게다.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다면 매니저가 팬들에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연예인 자신에게 좋지 않다는 것을 누구라도 알 수 있을 테니. 다만 그럼에도 저런 문제들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

 

결국은 연예인 자신, 아니 연예인 자신의 의지조차 마음대로 하는 것이 소속사일 테니 소속사의 의지가 더 중요해지는 부분이라 할 것이다. 연예인을 단순히 돈을 벌어다주는 상품으로서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존재케 하는 팬들과의 관계 역시 존중하고 보호해 줄 수 있기를.

 

아무튼 폭행사건과 관련한 뉴스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짠하다. 그래도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이라고 폭행사건에도 연예인을 옹호해주는 팬들이라는 게. 맞은 것이 팬 자신임에도 차마 연예인을 미워하지도 못하는 팬이라는 것이. 그래서 더욱. 그래서 더욱 연예인과 기획사의 자성이 필요한 것일 게다. 자신들을 존재케 하는 팬들을 위해서라도.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도.

 

참 언제쯤에나 이런 뉴스가 들리지 않게 되려는지. 씨엔블루라서가 아니라 그동안도 여러 차례 있어 온 일이기에 더 생각이 깊어진다. 서로가 좋자는 관계다. 팬이라서 연예인을 좋아하고 연예인이기에 팬이 소중하고. 그런데 그 사이에 존재하는 폭언과 폭행이란. 시간이 필요할 것 같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