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카라와 스윗튠...

까칠부 2010. 2. 11. 22:33

카라의 가장 큰 강점은 그들의 음악이 주류에서 살짝 벗어나 있다는 데에 있다. 당장 걸그룹 앨범들을 주욱 늘어놓고 들어보면 한 귀에 들어온다. 한결 세련된 사운드의 다른 걸그룹의 음악과 그에 비해서 조금 허술한 듯 촌스러운 듯 그리움을 불러일으키는 음악과,

 

확실히 카라의 음악은 90년대 아이돌 음악에 닿아 있다. 아직 체계화되기 전의 살아 날뛰던 90년대 이전의 날목소리와도 닮아 있다. 듣고 있으면 목소리를 통해 멤버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성이 그대로 전해진다. 이건 박규리, 이건 한승연, 이건 니콜, 이건 구하라, 이건 강지영... 기계음에 거의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도 강점이다. 그만큼 아이돌로서의 카라의 매력이 생생하게 전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돌음악이란 단지 음악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컨셉이고 전략이다. 보다 노골적으로 아이돌 자신의 상품성이다. 아이돌을 어떻게 팔려 하는가. 아이돌을 얼마나 가치있게 포장해 보이는가. 더 훌륭하고 세련된 음악과 무대로서 대중에 어필하는 것도 좋지만, 그러나 그 이전에 아이돌 자신을 대중에 알릴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아이돌과 음악을 일치시켜야 시장에 내다팔 수 있다.

 

어차피 아이돌 소비층이란 음악을 듣자는 계층이 아니다. 그들이 소비하는 것은 아이돌 자신이다. 아이돌의 이미지. 음악은 그 아이돌과 소통하는 도구에 불과하다. 어떤 음악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누가 무대에 서 있느냐가 중요하고, 따라서 그 누구인가를 떠올릴 수 있으면 음악적으로 충분하다.

 

즉 남들과 같은 훌륭한 음악보다는 자기들만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음악이 아이돌로서는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오히려 가요차트에서 1위를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가요차트에서 1위를 했어도 음악과 아이돌의 이미지와 매치시키지 못한다면 그것은 실패한 것이다. 반면 가요차트에서 1위를 하지 못했어도 그 음악으로써 아이돌의 이미지를 구체화하여 대중에 전달할 수 있다면, 음악과 아이돌을 일치시켜 그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다면 그것으로 훌륭한 것이다. 예를 들어 카라의 프리티걸처럼. 혹은 미스터처럼. 어느 프로그램에서도 1위를 차지하지 못했지만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지금의 카라를 있게 만든 음악들이다.

 

예를들어 미스터만 하더라도 과연 카라가 아닌 다른 걸그룹이 불렀어도 그런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 싶은 강한 개성을 드러낸 음악이었다. 미스터에는 확실히 카라만의 개성이 살아 있었다. 워너가 상대적으로 죽은 것도 워너에서는 정작 멤버들의 개성을 느낄만한 여지가 부족했다. 그러나 미스터는 락을 연상시키는 강렬한 그루브와 함께 카라 멤버 각자의 개성과 매력을 드러내고 있었다. 카라만의 전혀 길들여지지 않은 날내 나는 서툴고 거친 목소리를 서툴고 거친 그대로 전하는 지나칠 정도로 솔직한 사운드가 얼핏 선정적일 수 있었던 엉덩이춤을 소녀적인 발랄함으로 바꾸어주었고, 카라 특유의 통통 튀는 개성과 이어질 수 있었다. 말하자면 작고 볼품없지만 바다에서 갓낚아 올린 물고기에서 느껴지는 싱싱함이었을 것이다.

 

그것이 카라의 매력이다. 그리고 카라의 이미지이기도 하다. 다른 걸그룹은 몰라도 카라만큼은 어디에서 망가지더라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어디에서 어떤 동창스러움을 보여주어도 요정으로서의 아이돌의 이미지를 깨뜨린다기보다는 그저 그게 카라만의 매력이겠거니 한다. 그것은 자연스레 이후 각종 버라이어티에서의 카라의 이미지와 이어지며 카라의 인지도를 높인다.

 

훌륭한 아이돌음악이란 이런 것이다. 물론 미스터는 음악적으로도 매우 훌륭한 노래다. 그러나 아이돌음악으로서 카라의 매력을 정제하고 극대화시켰다는 점에서 미스터는 카라에게 있어 이보다 훌륭할 수 없는 음악이다. 락유와 프리티걸도 마찬가지다. 비록 현재의 대세로부터 벗어나 있는 탓에 대박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이로서 카라는 다른 걸그룹과 차별화되는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할 수 있었고, 음악적인 성과 이상의 대중적인 인기와 인지도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럴 수 있었다는 것, 결국 그만큼 작곡가가 아이돌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이해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락유 이래 카라의 성장에 맞춰 그때그때 맞는 곡을 써낼 수 있었다는 것은 그만큼 작곡가가 카라와 일체화되지 않고서는 힘든 일일 테니.

 

내가 카라의 작곡가로서 스윗튠을 지지하는 이유다. 물론 다른 작곡가도 카라의 개성을 그렇게 잘 살려 드러내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히트곡을 연달아 써낼 수 있는 대박작곡가란 고스톱쳐서 딴 것은 아닐 테니까. 그러나 과연 그렇다고 스윗튠만큼 카라의 개성과 매력을 차별적으로 드러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더구나 그들 가운데는 다른 걸그룹에 곡을 준 경우도 적지 않은데 자연스레 묻어나는 작곡가의 개성이란 이제까지 다른 걸그룹과 차별된 이미지를 구축해 온 카라에게 어떤 이점이 있을 것인가.

 

카라는 모두가 인정하다시피 걸그룹 가운데서도 가장 가창력이 떨어진다. 가창력이 떨어진다기보다는 훈련이 안 되어 있다. 과연 그같은 훈련이 덜 된 목소리로 다른 걸그룹과 같은 스타일의 음악을 불러 경쟁할 수 있을 것인가. 경쟁하더라도 과연 그와 같이 음악적으로도 차별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금까지와 같은 카라만의 독자적인 위치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전혀 다른 스타일로 이제껏 구축해 온 입지와 개성이란 과연 음악적으로도 비슷한 스타일을 따라갔을 때 계속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

 

결국 그같은 훈련이 안 된 목소리를 카라만의 개성으로, 강점으로, 매력으로 살려낸 이들이 스윗튠이라는 것이다. 말했듯 그로써 카라는 다른 걸그룹들과는 차별화된 자기만의 입지를 굳히고 있고. 카라가 오히려 음악적으로 더 낫다는 2NE1에 비해서도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다는 것은 바로 그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음악보다는 개성이고 매력이다. 그것을 살려줄 수 있더라는 것.

 

하긴 그 어떤 것보다 큰 것이 조금 전에도 언급한 카라의 가창력 문제일 것이다. 과연 카라가 그같은 다양한 스타일의 다른 음악까지 무리없이 소화할 정도의 실력이 되는가. 이제까지와는 다른 스타일의 음악을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소화할 수 있는 기본이 되어 있는가. 어차피 실력이 안 된다면 한 가지라도 제대로 하는 편이 낫다. 한 가지라도 제대로 해낼 수 있으면 그 다음에 다른 영역도 건드려 볼 수 있을 테니. 아직 스윗튠 스타일의 음악에서도 카라는 완성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서툰 모습을 보이기에는 그동안 카라가 너무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고. 데뷔 초기에나 컨셉의 변화에 따른 불안감이 허락되는 것이다.

 

이번 미니앨범의 성공도 따라서 카라가 얼마나 노래를 잘 부르고, 곡이 얼마나 잘 뽑아져 나왔는가가 아니라 - 즉 음악적 완성도가 아닌 카라의 새로운 컨셉과 얼마나 일치하느냐에 갈릴 가능성이 높다 할 것이다. DSP에서 완전 삽질하고 있다는 건데, 얼마나 카라의 목소리와 어울리는가, 얼마나 새로이 무대에서 보여줄 카라의 개성과 매력과 어울리느냐, 음악을 파는 게 아니라 카라를 파는 거다. 음악만 파는 게 아니라 카라와 함께 파는 거다. 그런데 카라의 컴백과 음반발매 사이의 간격을 그렇게 벌려 놓아서는.

 

아이돌이란 몇 번을 말하지만 음악인이 아니다. 그들이 파는 것은 음악이 아니다. 자기 자신이다. 음악은 그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그 수단으로써 얼마나 훌륭한가 하는 것이 아이돌 음악을 평가하는 가치다. 과연 카라에게 가장 어울리는 것은 무엇인가. 카라가 가장 훌륭하게 소화해낼 수 있는 것은.

 

음악이 대박을 치는 게 아니라 아이돌이 대박을 쳐야 한다는 것이다. 음악만 대박을 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의 앞에 아이돌이 있어야 한다는 거다. 대박곡을 탐내기보다는 과연 그것들이 얼마나 아이돌의 이미지와 맞는가를 봐야 하는 것이다. 아이돌은 음악이 아닌 비즈니스이므로.

 

아무튼 나로서는 카라와 기계음으로 떡칠된 최신 댄스음악과 매치를 못 시키겠다. 누가 뭘 부르는지도 모르겠는 그런 음악보다야 서툴고 거칠지만 카라만의 개성과 매력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스윗튠의 음악이 좋다. 음악이 좋아이기도 하지만 카라가 좋아서. 그래서 이번 앨범도 기대한다. 스윗튠과 카라이기에.

 

때로 대중음악을 보면 음악이 좋아서라기보다 자기 노래라서라는 게 있다. 작곡가가 훌륭해서라기보다 그 곡 스타일이 자기에게 맞아서. 가수가 훌륭하다기보다는 어쩐지 그 노래가 더없이 어울려서. 스윗튠과 카라도 그런 경우가 아닌가. 앞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지금 당장은.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다.

 

 

 

덧, 한재호, 김승수 콤비가 스윗튠이라는 이름을 쓴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았다. 역시 팬덤과는 담을 쌓고 살다 보니. 아무튼 카라에게는 이들 이상이 없는 것 같다. 카라라는 개성과 매력에는, 카라라고 하는 이미지에는. 과연 어떤 음악을 카라를 통해 보여줄 것인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