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자쭈 청춘불패를 남자의 자격과 비교하고 하는 것은 - 물론 내가 남자의 자격을 좋아해서도 있다. 현재 챙겨보는 유이한 리얼버라이어티가 남자의 자격과 청춘불패니까. 그러나 그보다는 내가 이 두 프로그램에 대해 매우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과 통한다 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이 두 프로그램은 비슷한 냄새가 난다. 언젠가 말한 적 있을 것이다. 청춘불패는 아이돌버라이어티이기 때문에 태생적인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아이돌이라는 거다. 아이돌 데리고 노홍철같은 또라이 캐릭터를 만들겠는가, 이수근같은 협잡캐릭터를 만들겠는가. 박명수도 안되고 정형돈도 곤란하다. 말했듯 아이돌은 짓궂기는 해도 못되서는 안되고, 엉뚱하기는 해도 그것이 정상을 넘어서서는 안 된다. 아이돌이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 한선화가 맡고 있는 백지캐릭터만도 아이돌로서는 상당히 무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한선화가 신인이고 시크릿이 거의 인지도가 없기에 망정이지 효민만 해도 저 캐릭터 밀었다면 꽤나 곤란했을 것이다. 그나마 나르샤니까 성인돌 캐릭터를 소화하는 것이다. 하다못해 선화와 효민을 병풍인 채로 내버려두는 것조차 그리 부담스러운 것이 아이돌 버라이어티라는 것이다. 기획사의 눈치도 보이고, 팬덤의 눈치도 보이고, 그래서 이것저것 다 고려하자니 선택의 여지는 좁고.
아마 아직까지 청춘불패가 제대로 캐릭터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은 그것도 한 몫 하고 있을 것이다. 어느 하나 소홀하지 않도록 배려하다 보니 생각이 많아지고 그 결과가 지금일 것이다. 그래서 바로 그런 점들에 대해 내가 프로그램이 시작할 때부터 아이돌버라이어티라 한계를 그었던 것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으리라.
물론 아주 방법이 없지는 않았다. 내가 처음 노주현의 역할에 주목했던 것이 그것이었다. 사과농장에서 노주현이 보인 못된 꼰대의 모습이 딱 G7과 대립구도를 만들기에 적당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 노주현은 남희석마저 없는 상태에서 마을사람들과 소통하느라 마음좋은 아빠의 모습이 되어 버렸다. 대신 곰태우가 못된 오빠캐릭터로서 G7전부와 관계를 맺으며 어느정도 악역을 맡아주고는 있지만, 역시 전직아이돌이자 현역 가수로서 그 수위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곰태우는 연기자가 아니다. 김신영은 처음부터 악역을 맡을 생각이 없는 것 같고. G8의 하나가 되고자 하지 MC로서 G7을 받쳐줄 생각을 않는다. 효민을 효데렐라로 만들어주었던 악역연기를 생각하면 가장 적임자가 김신영인데 당사자가 그럴 생각이 없으니.
아니 설사 그렇게 따로 악역이나 문제 캐릭터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그렇다. 노주현과 김신영, 곰태우가 모두 G7을 괴롭히거나 사건을 일으키는 역할을 맡아 상황을 만들더라도 정작 G7 안에서는 모두 착하고 성실하고 귀여운 아이돌로서의 이미지를 크게 벗어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G7안에서는 모두가 아이돌로서 아이돌답게 착하고 성실한 착한 예능이 나오지 않으면 안된다는 말이다.
하긴 바로 그런 점이 내가 청춘불패에 처음 이끌린 점이기도 하다. G7이 초반 보여주었던 풋풋한 모습들이 자연스레 남자의 자격과 오버랩되었으니까. 딱히 악역도 없고 문제아도 없고 오히려 가족같은 팀웤으로 훈훈한 웃음을 주는 남자의 자격과. 물론 남자의 자격에서도 이경규라는 악역과 김성민이라는 사고뭉치가 있지만 그러나 귀엽기만 한 악역이고 사고뭉치다. 이경규는 매번 다른 멤버들에 당하는 역할이고, 김성민은 사고뭉치임에도 긍정적인 사고뭉치라 오히려 호감을 사고 있으니까.
더구나 남자의 자격 멤버들은 죄다 리얼버라이어티라고는 초짜들이다. 이경규는 예능에서는 전설이지만 그동안 리얼버라이어티는 숱하게 말아드셨고, 이윤석도 따라서 같이 말아드신 적 있으며, 김국진을 비롯한 나머지는 죄다 리얼버라이어티라고는 처음이다. 김국진은 라디오스타에서 다시 부활했다고는 하지만 공백이 길었고, 김태원은 이제 갓 버라이어티에 적응한 상태고, 김성민과 이정진은 아예 버라이어티와는 인연이 없다시피 했고, 윤형빈도 개그콘서트에서 왕비호나 연기했지 리얼버라이어티와는 거리가 있었다. 예능과는 전혀 거리가 먼 그런 서툰 모습들이 또 G7과 닮아 있었고. 어떤가. 많은 부분 일치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과연 그런 남자의 자격에서는 어떻게 분량을 만드는가. 개인기도 없이, 따로 콩트를 하는 것도 없이, 그런 것들과는 거리가 먼 멤버들까지 이끌고 어떻게 매번 이야기를 만들고 장면들을 만들고 웃음을 주고 감동을 주는가. 더구나 캐릭터의 소모 없이 오히려 멤버들에 대한 호감도 역시 높아지는가. 그래서 그런 점들을 참고하라는 것이다. 비슷한 부분이 있는 만큼 배울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것이니.
몇 번이고 반복해 말해 왔던 캐릭터와 관계라는 것이다. 물론 같이 하자고 해도 연륜과 경험의 차이란 어쩔 수 없다. 노주현을 포함하더라도 출연자 나이 다 더하면 머리수가 셋이나 더 많음에도 청춘불패가 남자의 자격에 안 될 것이다. 그동안 먹은 밥그릇수만으로도 청춘불패는 남자의 자격에 상대가 되지 않는다. 그동안 만난 사람이며 겪은 사연들이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어찌 같을 수 있을까?
그러나 말했듯 누구도 청춘불패에 그런 대단한 수준의 예능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일단 G7이라는 것만으로도 먹고 들어간다. 예쁘고 귀여운 여자아이돌은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법이다. 그것 하나 때문에라도 일단 청춘불패는 시커먼 아저씨들 투성이인 남자의 자격보다 한참 앞서 있다. 남자의 자격 초반 시청율이 5%도 안 나왔던 것과 비교하면 지금 청춘불패의 시청율은 경이적일 정도다. 굳이 남자의 자격보다 더할, 아니 남자의 자격만큼 해야 할 이유가 있는가. 어차피 아무리 노래 잘 부른다고 김태우나 박효신보다는 카라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딱 그 정도면 되지 않겠는가.
이를테면 분위기 카피다. 카라가 사랑할수록을 부르면 김재기만큼 음역이 되겠는가? 이승철의 음색이 되겠는가? 정동하의 느낌이 나오겠는가? 그러면 결국 카라의 사랑할수록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것으로도 좋은 것이다. 카라니까. 아이돌이니까. 이경규 말마따나, "TV에서 그동안 안 해 본게 어디 있겠느냐"는 거다.
아이돌은 아이돌스럽게 가면 된다. G7은 G7스럽게 가면 된다. 청춘불패는 청춘불패답게. 단 그 기본에 대해서다. 어떻게 남자의 자격은 저리 분량을 뽑아내는가. 바로 출연자 자신과 일치하는 개성적인 캐릭터와 출연자 사이에 이루어지는 유기적이고 끈끈한 관계다. 언젠가 말한 가족같은 분위기다.
남자의 자격에서 출연자들은 자연스럽게 서로를 형, 동생이라 부른다. 실제 형처럼 대하고 동생처럼 대한다. 때로 짓궂게 대하기는 해도 그것이 악하거나 독하게 보이지 않는 것은 그런 관계가 전제되기 때문이다. 자동차편에서 이정진더러 어느 아줌마가 차를 사 주었느냐고 해도 디스라 보이지 않는 것도, 지난주 김성민의 빈 자리를 이정진이 노린다 했을 때도 그것이 그저 시시덕거리는 농담으로 여겨지는 것도 그래서다. 그런 전제로 남자의 자격은 자극적이지 않은 훈훈한 웃음과 이야기들을 만들어낸다.
그것이다. 써니와 현아가 "우리 자매 할래?" 했을 때, 유리가 숙소에서 밥을 해먹지 않는다는 하라의 말에 걱정스런 표정을 지을 때, 모두가 담합해서 곰태우에게 매운 고추를 먹이려 했을 때, 울고 있는 현아를 하라가 위로해주고, 아파 누워 있는 현아에게 유리가 죽을 쑤어 주고, 지난주에서처럼 모두가 모여 시시덕거리며 별 의미없는 수다도 떨고 장난도 치고, 마치 친자매처럼. 한 가족처럼. 딱 지난주 같은 방에서 함께 잠들었을 때 모습이 그랬었다.
아, 그런 의도에서였을까? 만일 그렇다면 이 글을 더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만일 가족같은 관계로서 G7의 관계를 만들어가려 한다면 사족이겠지. 그러나 그럼에도 강조하고 싶은 것, 역시나 지극히 자연스러운 멤버들간의 캐릭터와 관계라는 것이다. 억지예능을 하기보다는 그런 아이돌스러운 본연의 모습에서 자연스러운 이야기들을 만들어내도록. 큰 웃음이 아니더라도 어느새 공감하고 마는 자연스러운 이야기들이 나올 수 있도록.
보고 싶더라는 것이다. 카라베이커리에서의 구하라의 눈웃음을. 그리고 데뷔초 어느 인터뷰에선가 박규리가 말했던 날아다니는 날벌레를 손으로 냉큼 잡더라는 구하라의 대범함을. 미리 짜여진, 혹은 준비된 예능이 아닌 그런 자연스런 본모습들을. 그런 자연스런 매력들을.
역시나 그러자면 MC들의 역할이 중요할 텐데. 그러나 정작 현재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김태우 하나 뿐이니. 아니나 다를까 효민을 효데렐라로 만들 때는 그리 멋지던 김신영은 아예 지난주 노촌장의 입을 빌어 G8이 되어 버렸고. 과연 내부는 그렇다 하더라도 외부에서 그들의 관계를 조율할 것은 누구인가.
남희석의 공백이 크기는 크다. 전혀 아니라 여겼는데 이렇게 이것저것 재고 따지고 나니 남는 것은 남희석이다. 하다못해 남희석이라도 있어주었다면. 남자의 자격에서도 지금의 캐릭터와 관계가 정착되는데 이경규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부분이 부족하다는 것이.
아무튼 제작진도 생각이 있기는 할 것이다. 어떤 방향으로 프로그램을 만들려 하는가. 1박 2일일수도 있고, 무한도전일수도 있고, 패밀리가 떴다일수도 있고, 아니면 천하무적야구단일수도 있고. 확실히 퀴즈게임하는 것은 천하무적야구단인데. 그러나 내가 보기에 남자의 자격이라. 가장 닮아 있다는 거다. 내가 굳이 청춘불패를 이야기하면서 남자의 자격을 예로 드는 이유다. 가장 적절한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남자의 자격을 만들라는 게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청춘불패는 청춘불패다. 청춘불패는 남자의 자격이 될 수 없다. G7도 일곱 아저씨들이 될 수 없다. 잔지 그런 점들을 한 번 참고해 보라는 것이다. 그런 훈훈함을. 그런 정겨움을. 가끔 청춘불패가 보여주곤 하는 그대로. 그런것이다. 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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