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격

이정진의 캐릭터가 탐난다!

까칠부 2010. 2. 17. 07:51

진짜 이보다 좋을 수 없다. 아예 비덩이라고 못을 박은 바람에 화면도 비주얼 위주로 나온다. 잘생겼다. 멋지다. 멘트도 그렇고 주위의 반응도 그렇고. 특히 일반인과의 관계에서.

 

더구나 잘생기기만 한 게 아니라 성격도 좋다. 가만 보면 뒤에서 가장 성실하게 멤버들을 챙기는 게 이정진이다. 두드러지지 않으면서도 오히려 뭐하러 예능하는가 싶을 정도로 진지하게 모든 일들에 임한다. 그래서 병풍 소리도 듣지만 가만 신경써 살펴보면 말이며 행동이 그리 호감이 갈 수 없다.

 

결정적으로 웃기지 않는 비덩캐릭터가 사이사이 내뱉는 멘트에 힘을 실어준다. 그렇다고 아예 무뚝뚝하고 재미없으면 그것도 썰렁할 텐데 생기기도 잘생기고 목소리도 좋으니. 더구나 평소의 모습부터가 호감이다. 여기에 멤버들도 호응을 잘 해주고.

 

사실 그렇다. 지금 당장 남자의 자격에서 김성민이 같은 배우로서 잘 나가고 있다지만 그것을 굳이 이정진이 부러워해야 할 필요는 없다. 김성민의 캐릭터는 김성민이니까 소화할 수 있는 것이다. 김성민은 김성민으로 족한 것이다. 그래도 주연급 연기자다. 미남배우다. 남자의 자격에서도 얼굴이라 비주얼덩어리 - 비덩이라는 별명 그대로 이정진 하나 때문에 남자의 자격을 본다는 여성팬들도 그리 많다. 비록 망가지자는 예능이고 그럴 각오로 출연하고 있는 것일 테지만 그렇더라도 지나치게 희화화되는 것은 피할 수 있으면 좋은 것이다.

 

그리고 실제 그러고 있다. 굳이 더 웃기려 하지 않고, 굳이 더 재미있으려 하지 않으면서, 덕분에 오히려 초반보다 예능을 하지 않게 되면서 더 웃기고 더 재미있어졌다. 힘을 빼고 나니 굳이 망가지지 않고서도 주위의 호의적인 배려 속에 잘생기고 웃긴, 더구나 좋은 남자이기까지 하게 된 것이다. 얼마나 좋은가. 굳이 김성민의 역할을 이정진이 탐낼 까닭이 있을까? 오히려 배우라면 누구나 탐낼 캐릭터가 이정진의 캐릭터일 것이다.

 

그래서 보면서 생각하게 되는 것이,

 

"아, 구하라가 저런 캐릭터를 맡았어야 하는데..."

 

그냥 착하기만 하면 된다. 성실하기만 하면 된다. 다른 것 필요 없다. 열심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묵묵히 일만. 그리고 여기에 간간이 이정진이 터뜨려주듯 유치개그만 양념삼아 빵빵 터뜨려주면...? 너무 남발해서 문제지 유치개그 자체만 놓고 본다면 확실히 재미는 있으니까.

 

다만 그러기에는 또 여러가지로 걸리는 것들이 많다는 것이, 특히 남자의 자격에서는 이정진이 최소한 외모에 있어서는 한참 독보적이지만 청춘불패에서 구하라에게는 결코 만만찮은 경쟁자들이 적지 않다는 점일 것이다. 유리만 해도 외모와 몸매에서 딸리지 않고, 내 취향과는 좀 거리가 있지만 현아에, 효민에, 여기에 팬덤까지 가세하고 나면? 과연 멤버 가운데 누구 하나 콕 집어 비주얼덩어리라 할 만한 대담함이 제작진에 있을까?

 

하지만 그렇더라도 역시 저런 성실하고 착한 - 더구나 잘생긴 캐릭터란 탐이 나더라는 것이다. 굳이 더 웃기지 않아도 웃기지 않는 캐릭터 잡아 놓았으니 가끔만 터뜨려 주어도 그 파괴력은 어지간하고, 그에 비해 인간적인 매력도 차곡차곡 쌓이고. 과거 그리 안 좋던 구설마저도 거의 녹아버린 모양이라.

 

"그동안 자신도 깨달은 바가 있겠죠."

 

진심이 전해진 거다. 바로 프로그램 시작할 무렵에만도 그 이야기가 끊이지 않더니. 나야 그 뒷사정에 대해 알지 못하니 뭐라 못하겠다.

 

그러고 보면 구하라가 달콤한 걸과 청춘불패로 이미지를 높일 수 있었던 것도 착하고 성실한, 그러면서도 솔직하면서 털털한 모습을 보여주면서였다. 웃겨서라기보다는 청춘불패를 통해 보여진 적나라한 구하라의 매력이 사람들의 마음을 잡아끈 것이었다. 유치개그가 아닌 일도 잘하고, 스스럼없이 망가지기도 잘하고, 애교도 잘 부리면서, 누구에게나 살갑게 대하는 것이. 물론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지만. 말하지만 나는 항상 구하라 편향이다. 다른 멤버는 다른 멤버 팬들이 챙기라.

 

아무튼 아침부터 일어나 남자의 자격을 보고 있으니 웃기는 건 없어도 참 남자가 멋지다. 남자로서가 아니라 인가으로서 멋진 캐릭터다. 저런 캐릭터 쉽지 않을 텐데. 그러나 바로 그것이 가능한 것이 남자의 자격만의 매력이라는 거다. 웃기지 않는 것도 캐릭터가 되는. 굳이 웃기려 하기보다는 그 본연의 매력을 캐릭터로 삼아 대중에 호감으로 보일 수 있다는 자체가 남자의 자격 제작진의 마인드를 보여준다 할 수 있을 테고.

 

남자의 자격에서 유독 진하게 풍기는 사람냄새란 바로 그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억지예능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런 출연자들의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주려는 그것이.

 

그래서 다시 한 번 구하라에 대한 팬심으로 이정진의 캐릭터가 탐난다. 윤형빈의 캐릭터를 탐냈는데, 딱 위치가 보니 이정진도 막내 바로 위다. 구하라도 G7 가운데 그렇고. 어떻게 안 될까? 유치개그 같은 것 말고, 다른 예능 같은 것 말고 그냥 자연스럽게 매력적인 모습으로만. 그냥 그 눈웃음만 보이면서.

 

확실히 말하지만 이정진도 예능을 하려 해서는 안 된다. 예능을 하려던 초반에는 그리 비호감이더니만, 이제 아예 비덩이 되면서 예능에 대한 부담을 덜고 나니 사람이 산다. 예능은 예능인이나 하는 거다. 예능인이 아니고서는 자기 본모습에 충실한 것이 곧 예능이다. 제작진의 배려와 감각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고맙게도.

 

카라 미니 3집 타이틀곡도 선공개되었고, 새벽에 남자의 자격을 보다 문득 떠올라 그냥 한 번 끄적여봤다. 역시 남자의 자격은 재미있다. 한결 여유로워지는 기분이다. 좋다. 카라 미니 3집도 성공하자!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