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격

남자의 자격 - 이정진을 위한 배려...

까칠부 2010. 2. 15. 07:51

어제자 남자의 자격을 보면서 문득 눈에 띈 것이 예전 지리산편에서 이윤석을 뒤에서 받치며 올라가던 이정진의 모습을 다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새벽에 충북의 현장으로 가던 차안에서 나온 장면이었는데, 바로 직전 이정진이 새벽같이 일어나 이동하느라 피곤해 하는 이윤석에게 주스던가를 건네주고 나서였다.

 

사실 전혀 예능과는 상관없는 장면이었다. 그다지 웃기지도 않았고 재미있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때 불현듯 제작진은 지리사편에서 이윤석을 뒤에서 받치며 올라가던 모습을 다시 보여주며 오버랩시키는 것이었다. 원래 이정진은 이런 사람이라고.

 

제작진의 출연자들에 대한 배려가 돋보이는 부분이었다. 이정진은 원래 그닥 웃기는 것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솔비도 작년 말 출연해서는 그리 증언하고 있었지만, 초반 예능을 우습게 아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이정진의 센스는 예능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었었다. 그래서 자리잡은 것이 비덩. 비주얼덩어리. 그리고 지리산편에서 꼼꼼히 형들을 챙겨주는 자상하고 세심한 성격이 드러나게 되었다.

 

하나라도 더 이정진을 챙겨주고자. 하나라도 더 멤버들을 챙겨주고자. 그렇다고 서툴게 개인기를 시키는 것도 아니다. 웃기는 멘트가 나오면 그냥 웃어주고 말 뿐이다. 대신 이렇게 이정진을 알릴 수 있는 것이라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보여주는 것이다. 이정진은 이런 사람이라.

 

내가 어느 프로그램에서 보고 배웠으면 하는 부분이다. 캐릭터는 이렇게 만드는 것이라고. 개인기나 시키고 앉았는 게 아니라. 분량 챙기라고 닥달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출연자 그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드러냄으로써 그것으로 매력을 삼고 그것으로 장점을 삼을 수 있도록. 굳이 웃기거나 재미있어서가 아니라 그 매력을 좋아해줄 수 있도록. 더구나 인간적인 매력이 넘치는 멤버들을 모아 놓고서는 말이다.

 

아무튼 덕분에 나도 이정진에 대한 호감이 더욱 높아졌다. 예능인으로서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다. 배우로서야 김태원 말마따나 어정쩡한 위치지만 그러나 잘생긴 사람이 착하기까지 하면 성별을 떠나 호감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래서 또 기분도 좋아졌고. 그래서 남자의 자격도 더 좋아졌다.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