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말한 것처럼 나의 경우 오히려 완전히 같으면 표절이라 생각지 않는다. 워낙 기법들이 발달해 있어서. 코드 살짝 바꾸고 멜로디 살짝 바꿔서 전혀 다른 노래처럼 만드는 것은 일도 아니다. 전혀 다른 노래처럼 그 노래가 갖는 이미지만 베낀다. 이른바 말하는 레퍼런스, 항상 이는 표절논란의 대상들이다.
이게 얼마나 고약한 경우나면,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어디 기획사가 있어 소속가수의 앨범을 내려 한다. 그런데 해외의 유명 아티스트의 음악 가운데 어떤 스타일을 무척이나 하고 싶다. 그러면 그 음악을 가지고 작곡가에게 찾아간다.
"이런 스타일로 만들어주시오."
그러면 작곡가는 주어진 곡을 가져다가 코드와 멜로디 만져서 비슷하지만 다른 노래로 만든다. 이때 모델에 되는 노래를 엄마곡, 이렇게 만들어진 노래를 레퍼런스라 한다. 당연히 나온 노래라는 게 엄마곡과 비슷할 수밖에 없고, 그러나 표절이 아닌 요상한 음악들 되고 만다. 과연 이건 표절이 아닌가?
그에 비하면 전혀 음악의 분위기와는 상관없이 일부분만을 차용한 것은 단지 인용에 불과하다 할 수 있다. 말하는 샘플링이다. 예를 들어 부활 이번 12집 파트1에서 생각이나 인트로에 나오는 아일랜드 민요 "대니 보이"와 같은. 인트로에 "대니 보이"가 쓰였다고 생각이나가 대니 보이와 어떤 유사성을 보이는 것은 아니듯. "네버엔딩스토리"도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의 주제가를 인트로에 샘플링해서 쓰고 있다. 역시 이들 샘플링한 파트가 곡의 분위기 자체를 정의하지는 않는다. 단지 인용일 뿐이고 이에 대해서는 관용적으로 넘어가거나 혹은 인용으로서 그에 따른 일부의 수익을 분할하는 선에서 양해된다.
결국 뭐냐면 얼마나 원곡을 떠올리게 만드느냐 하는 것이다. 같은 멜로디 같은 코드를 썼는데도 전혀 다른 노래처럼 들린다면 그에 대해서는 사실 표절이라 말하기가 애매한 부분이 있다. 전혀 다른 음악인데? 전혀 공통점이 느껴지지 않는다. 즉 원곡에 대해 그 상업적인 이익을 침해했다고 보기 힘든 것이다. 실제 코드진행이 완전히 같은데도 전혀 다른 노래로 판명된 예가 있기도 하다.
그에 반해 오히려 단 한 마디, 아니 한 마디도 차용하지 않았음에도 완전히 원곡을 떠올리게 한다면 말할 것도 없다. 아니 아예 같은 코드와 멜로디가 없어도 정작 같은 노래를 듣는 것인 양 여겨진다면 그건 오히려 더 심각하게 문제가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결국에 음악인들이 곡을 만들고 내놓을 때 목적하는 바가 그 음악의 분위기일 텐데 그것이 일치하고 있다면, 즉 같은 느낌의 음악이라면 당연히 원곡의 권리를 상당부분 침해할 수 있으므로. 더구나 아주 지능적이라는 점에서 더 악질적이다.
아무튼 표절에 대한 개념 자체가 제대로 잡혀 있지 않다 보니 일부만 비슷하면 무조건 표절... 그건 아니라는 거다. 일부가 같은데 나머지가 전혀 다르다. 그건 많이 봐주어도 인용이고, 때로 그 같은 부분들이 관용적으로 쓰이는 어떤 장르적 클리셰일수도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원곡을 떠올리도록 하느냐일 것이고, 그로써 원곡이 누려야 할 이익과 권리에 대해 얼마나 침해하고 있는가 하는 것일 것이다. 전혀 다른 분위기의 노래에서 일부만 같다... 글쎄...
이번 표절논란에 대해서도 내 입장이란 그렇다. 서로 전혀 다른 노래다. 단지 그 부분만 비슷하다. 그렇다면 크게 봐야 인용이다. 적당히 원작자와 협의 아래 정리될 수 있는 문제다. 그 이상을 말한다는 건 오히려 표절에 대한 어떤 물타기에 불과할 수 있다. 표절이란 그런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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