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원로가수였다. 내가 참 좋아하는 가수였다. 그런데 그에 대한 평가에 이런 말이 붙었다.
"가창력이 뛰어나다."
그런데 그 가창력이란 무얼까? 고음을 지르는 스타일도 아니다. 대단한 기교를 부리는 것도 아니다. 자기만의 색깔을 자기 목소리에 담아 부르는 것이다. 그 독특한 느낌이 좋은 거다. 그게 가창력?
노래를 잘 부른다고 할 때는 여러가지 의미가 붙는다. 음역이 넓기도 하고, 말했듯 기교가 훌륭하기도 하고, 감정표현이 좋기도 하고, 자기만의 색깔을 담아 맛깔나게 부르기도 하고, 그런데 그것을 가창력이란 한 마디로 뭉뚱그리는 것인 이 무슨 무도한 짓인가. 그렇게 노래가 간단할까?
더구나 마치 가창력이라 할 때는 가수를 줄세우기 하려는 것 같아서도 마뜩지 않다. 무슨 드래곤볼에 나오는 전투력도 아니고, 누구는 가창력 뛰어나고, 누구는 못하고,
하긴 그러니까 기껏 가수가 노래 발표하면 누가 부르는 게 더 낫네, 못하네, 누가 더 잘 부르네, 못 부르네, 역시 마찬가지다. 각자 자기 색깔이 있는 건데 그것을 가창력이란 한 가지 기준으로 적당히 묻어버리나?
전에도 말했지만 일정 수준 이상 넘어가면 그때부터는 얼마나 자기에 맞는 노래 골라서 자기 색깔을 담아 부르는가 하는 것이다. 일정 수준 이하에서는 얼마나 열정을 가지고 자기 노래를 부르려 하는거 하는 것이고. 줄세우기 할 것 없이 각자 자기 개성대로 부르고 들으면 되는 거다.
도대체가 이제 원로 대열에 들어선 가수에 대해서까지 가창력 어쩌고. 과연 가창력이라는 한 마디로 끝낼 만큼 그분의 노래가 허투루 들리는 것인지.
문득 그래서 드는 것이 시험의 폐해가 아닌가 싶다. 워낙 어려서부터 시험에 찌들다 보니 노래나 가수에 대해서까지 성적을 매기고 싶은 것이다. 합격과 불합격, 그리고 등급 메기고, 등수 메기고,
그냥 잘 부른다, 자기 개성에 맞게 부른다, 맛깔나게 부른다, 더 잘 부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맛이 나도록. 고유성을 인정해주는 것이 훨씬 나으련만.
확실히 시대가 바뀌기는 했다. 이제는 가수도 무대가 아닌 연습실에서 만들어지는 시대이니. 아무튼. 입맛이 쓰다. 내가 참 좋아하는 가수더라는 것이다. 가창력 따위로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대단한.
예전 블랙홀 노래 올려놓으니 신정환이 더 잘부르더라는 말이 떠오른다. 뭔가 바보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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