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멀리도 돌아갔다. 얼마나 돌아오는 건가. 거의 영등포에서 구로 가는데, KTX 타고 국외선 항공기 타고 아예 우주까지 나갔다 돌아온 것 같다.
캐릭터란 무언가. 자연스런 자신이다. 연기이든 실제 모습이든 자연스런 자신의 모습일 때 그것을 캐릭터라 한다. 관계를 통해 상황을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을 캐릭터라 한다. 그러나 구하라는 어땠는가. 구하라의 청춘불패에서의 역할이란?
처음에는 그런 게 있었다. 처음 구하라가 하라구라 불렸을 때. 그러나 유치개그를 하면서 주위와의 관계에 소홀하게 되자 캐릭터는 급속히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아니 오히려 주위에서 다른 멤버들이 서로 열심히 관계를 찾아가면서 구하라만 혼자 동떨어지게 되었다. 아마 11월 무렵 내가 그 점을 지적하고 있었을 것이다. 구하라 혼자 쩌리되었다. 그러나 당시는 유치개그 때문에 그게 안 보였지.
유치개그가 슬금 그 효력이 다해가면서 마침내 우려한 현실이 드러난 것에 불과하다. 당장 유리만도 김태우와의 러브라인이 사라지자 프로그램에서 붕 떠버리고 말았다. 구하라는 그나마 유리만도 프로그램 안에 관계가 없다. 현아와의 유치자매도 이미 끝난 지 오래고 사실상 리얼버라이어티로서 프로그램 안에서 구하라가 맺고 있는 관계란 유리만큼이나 없다 할 정도다. 말을 던질 곳도 던지고 돌려받을 곳도 없어진 것이다. 어찌할까.
그래서 어제 구하라의 역할이 마음에 든다 한 것이다. 어차피 프로그램 안에 구하라의 자리란 없다. 관계도 없고 캐릭터도 없다. 그런 때 과연 억지로 캐릭터 부여하고 관계 부여하고... 어색할 뿐이다. 그렇게 억지로 분량 쥐어짜봤자 그나마 남은 여지마저 소모시킬 우려가 있다. 그래도 아직까지 구하라는 청춘불패이 하라구다.
원래 일이 꼬여 해법이 보이지 않을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모든 것을 초기화시킨 상태에서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도 한 방법인 것이다. 캐릭터가 없으면 없는대로, 관계가 없으면 없는대로, 진짜 예능감이 있고 가능성이 있다면 그런 가운데서도 알아서 살아남겠지.
말 그대로 방치다.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다. 그럼에도 최소한 지금의 구하라는 초기의 한선화나 효민보다는 유리한 위치에 있으니까. 아닌가? 한 번 올라갔다 떨어졌기에 더 불리할까?
내가 구하라의 캐릭터에 대해 마지막으로 생각한 것도 그것이었다. 열심히 일이나 묵묵히 하다가 순간순간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 어차피 구하라란 병풍이더라도 그냥 지나치기 힘든 존재감이 있다는 것이다. 이제 또 카라도 복귀할 테고 그러면 더욱 사람들은 구하라를 찾을 테고. 잠시잠깐이더라도 그 존재감이란 분명하다. 오히려 성실하게 착하게 열심히, 그러다가 가끔 한 번 씩 유치개그든 뭐든 보여줄 수 있다면.
실제 나는 구하라의 가능성에 대해 낙관하고 있다. 지난주 유치리에서 밤을 보낼 때 보여준 활기찬 모습이란 진짜더라는 것이다. 모여서 춤을 추고 민낯을 부끄러워하며 도망치고 연을 만들다 느닷없이 달리고. 기회만 된다면야 얼마든지 좋은 모습을 보이리라. 관계가 없고 캐릭터가 없다면 또 그건 그것대로. 아니 오히려 관계도 없고 캐릭터도 없기에 더 자유롭게 자기를 주장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내가 탐내고 있는 것이 남자의 자격에서의 이정진의 캐릭터일 것이다. 더 망가질 필요도 없다. 더 웃길 필요도 없다. 폼만 잡으면 되고 착하고 성실하기만 하면 된다. 비주얼덩어리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저 착하고 성실하고 가끔은 재미있는 캐릭터로만 있어주면. 그래도 괜찮은 존재감을 구하라는 가지고 있으니.
어차피 그동안 구하라는 벌어놓은 것이 많다. 그동안 구하라는 재미있다는 인식도 생겼다. 괜한 억척으로 그동안 쌓아놓은 것마저 소모하기보다는 차라리 이 기회에 쉬어가는 것이 옳다. 캐릭터든 관계든 그러다 보면 또 만들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아예 초기화시켜놓았으니 더 쉬울 수도 있다. 바로 이 순간에서부터. 그래서.
같은 병풍이더라도 지지난주까지와 같은 걱정이 되는 병풍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기대가 되는 병풍이다. 어떤 사람들의 걱정과는 달리 내가 전혀 걱정하지 않는 이유다. 이대로만 잘 풀린다면. 또 그럴 수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물론 그 전에 카라 미니 3집부터 잘 되어야겠지만. 성공적인 복귀와 그리고 대세를 이어 연기데뷔. 정극에 단역부터 시작했으면. 비중있는 배역은 버겁다. 그 발음부터 교정하지 않는 한.
아무튼 그나마 개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어제의 구하라였다. 얽히고 섥힌 것을 풀 때는 그 시작부터 다시 더듬으라. 지금이 바로 그 시작이라. 나는 구하라를 믿는다.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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