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뷰 베스트에 오른 글을 하나 보고 문득 예전 썼던 글을 떠올리고 말았다. 찾아봤다. 12월 12일이었다. 지금으로부터 2달하고도 무려 일주일 전. 내가 빨랐던 것일까? 아니면 그 블로거가 늦었던 것일까? 아무튼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미 당시부터도 구하라는 병풍화가 눈에 띌 정도로 진행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나 또한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단지 체력문제일 뿐이다. 워낙 헌터스에 카라베이커리에 바쁘다 보니 체력문제로 잠시 침체되어 있는 것 뿐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그게 아니었다는 것이다. 유치개그를 제외하고는 다른 멤버와의 교류를 통해 만들어내는 분량이 전혀 없었다. 그 말은 곧 캐릭터가 없다. 나로서도 놀라운 결론이었다. 물론 덕분에 욕도 많이 먹었고. 지난주에도 단지 체력문제일 뿐이라, 일시적인 숨고르기다 반론이 많았는데 하물며 당시는 유치개그도 잘 나가던 때라.
그래서 내가 처음 의심의 대상으로 삼았던 것은 제작진. 제작진의 어떤 의도가 있지 않았겠는가. 물론 지금은 그같은 의심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이후 여전히 멤버들의 개인기에 의존해 분량을 뽑아내려는 모습에서 원래 제작진 스타일이 이렇구나. 캐릭터고 뭐고 없이 개인기로만 열심히 웃기면 리얼버라이어티가 되는구나 여기는구나. 김신영과 마찬가지로.
그렇게 이해해 버리고 나니 의심은 사라졌다. 사실 지금 병풍이 된 게 구하라만이 아니거든. 유리도 마찬가지다. 단지 김신영과 효민과의 관계로 버티고 있을 뿐 써니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유리에게 곰태우가 더해지면 써니가 되고, 써니에게서 김신영과 효민이 사라지면 유리가 된다. 왜일까?
워낙 구하라 편향이다 보니 구하라에 대해서만 그렇게 썼지만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초반 잘나갔을 때 제작진이든 MC든 이들에게 캐릭터를 부여해줬어야 했다. 이들에게 먼저 명확한 캐릭터를 부여하고 그를 중심으로 주위로 관계를 만들어나갔어야 했다. 써니를 통해 효민의 병풍캐릭터가 완성된 것처럼.
그런데 제작진은 그러지 않았다. MC 역시 그럴 생각이 없었다. 단지 눈에 드러난 부분들만을 반복해서 소모하려 했을 뿐 그들에게 안정된 캐릭터며 관계를 부여하려 하지 않았다. 그나마 나르샤는 알아서 성인돌 캐릭터 찾아갔고, 현아는 막내라는 유리함으로 징징현아라는 캐릭터를 칭겼다. 그러나 여전히 구하라와 유리, 써니는 기존의 방식대로 소모될 뿐이었다.
효민과 선화가 겨우 정신을 차린 제작진과 MC에 의해 병풍과 백지라는 캐릭터를 부여받을 때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니 이때는 이들 역시 입지가 좁아지면서 캐릭터를 만들어감에 있어 선택의 여지마저 좁아진 뒤였다. 너무 초반의 인상이 강했던 탓에 따로 캐릭터를 만들 여지가 없어졌달까? 물론 그럼에도 제작진과 MC의 역할과 배려가 있었다면 여전히 여지는 있었을 테지만 워낙에 그럴만한 주변머리가 있는 제작진도 MC도 아니었던 터라.
말했듯 그나마 써니는 김신영과 효민이 있으니 버티는 것이다. 유리는 곰태우가 느닷없이 러브라인 그만두니 같이 병풍이 되어 버린 것이다. 구하라는 그조차도 없이 그나마 유치자매를 이루던 현아마저 사라지고 혼자 동떨어져 버린 것이고. 누구 탓이겠는가? 결국은 제작진과 MC의 무능이다.
이것을 이제 와서 소녀시대가 어떻네... 무려 두 달이나 늦다는 거다. 당시까지는 나도 설마 제작진이 이 정도일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지. 김신영이 워낙 웃기기에 설마하면서도 그냥 넘어가고 있었다. 무슨 의도가 있을 것이라.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바로는, 단지 생각이 없었을 뿐이라.
아무튼 구하라의 병풍화가 어느날 갑자기 누군가의 의도에 의해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매우 지속적으로, 그것도 이미 두 달 전에 가시화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아마 나만이 아닌 리얼버라이어티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었다면 누구나 비슷하게 보고 있었을 걸? 리얼버라이어티에서 느닷없이 스튜디오에서나 어울릴 유치개그나 하고 앉았으니. 당장은 몰라도 결국은 독이 든 성찬이었던 것을. 그런데 이제 와서 갑작스레 병풍화되었네... 늦어도 너무 늦었다는 말이다. 그런 건 두 달 전에 했어야 했다.
즉 지금 중요한 건 구하라가 왜 병풍이 되었는가 하는 게 아니다. 그런 건 병풍화되기 시작한 초기에나 할 고민이고 지금에 할 고민은 이미 병풍이 되었으니 어떻게 할 것인가. 그조차 나는 벌써 한 달 전부터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 아마 구하라도 고민하고 있는 모양이고.
참 이제 와서 소녀시대 카라 싸움붙이자는 것도 아니고. 나도 당시는 꽤 경솔했다 지금은 반성하고 있다. 제작진과 MC를 너무 믿어버린 탓에. 또 하필 저런 글이 베스트로 갔으니 괜한 분란이나 일으키지 않겠느냐는 거다. 소녀시대 편향을 주장하기엔 소녀시대도 상황은 다르지 않은데.
아무튼 생각하면할수록 황당한 제작진이다. 어떻게 하면 카라와 소녀시대를 병풍으로 만들 수 있을까. 써니야 효민이 있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유리와 구하라마저. 이런 방치플레이가 가능할 수 있다는 게 체험 삶의 현장의 리얼리티의 무서움이겠지만. 아이돌따위.
아, 그리고 당시 내 입장과의 결정적인 차이가, 나는 구하라가 살아야 청춘불패가 산다는 생각따위 없다. 모두가 자기 캐릭터를 가지고 역할을 가지고 그 안에서 이야기가 만들어져야 청춘불패가 사는 거지 한두사람 잘 나간다고 청춘불패 사는 게 아니다. 지금 문제는 구하라를 비롯 가장 중요한 세 멤버가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 그게 문제인 거지 누가 살고 죽고... 누구 말마따나 이건 구하라쇼가 아니다. 그럴 거면 청춘불패는 있을 필요가 없다. 원맨 리얼버라이어티따위 누가 볼까?
어쨌거나 재미는 있었다. 문득 보고 쓴 것은 아닌가 할 정도로 비슷한 논조의 글이라. 리플들은 역시 시간이 흐른 만큼 당시와는 사뭇 다른 내용들이 있는데, 그러나 또 그 방향을 보자면 크게 차이가 없다는 것이. 두 달이라는 시간이 그 사이에 있음에도 말이다.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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