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리얼버라이어티 - 캐릭터란 자기가 자신을 연기하는 것이다.

까칠부 2010. 2. 20. 10:57

콩트코미디에서 코미디언은 콩트 속의 캐릭터를 연기한다. 즉 콩트 속의 캐릭터와 코미디언은 처음부터 유리되어 있다. 그래서 전부터도 콩트를 하는 사이 잠시잠깐 원래 코미디언의 모습으로 돌아와 보임으로써 역설적인 웃음을 주곤 했었다. 콩트에서의 캐릭터와 코미디언의 본인과 유리된 것을 이용한 것이었다.

 

그러나 버라이어티가 대세가 되면서 연예인의 캐릭터와 연예인 자신은 일치되는 경향을 보이기 시작했다. 순간순간 상황에 반응하는 애드립과 입담, 개인기 등 원래 자신의 모습을 보임으로써 사람들을 웃기는 것 - 즉 웃기는 연기를 잘해서가 아니라 사람 자체가 우스워서 웃기는 것으로 트랜드가 바뀐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도 문제가 생겼다. 미리 준비된 토크와 미리 연습된 개인기, 과연 그것이 출연자 자신의 본모습인다. 어떤 가식이나 꾸밈을 느낀 사람들은 그래서 더 생생한 날모습을 요구하게 되었다. 가끔 스튜디오 버라이어티에서 나오는 거짓토크 논란이 그것이다. 과연 진심인가.

 

리얼버라이어티의 리얼리티란 바로 이런 것들에 대한 것이다. 첫째 버라이어티에서와 마찬가지로 출연자의 캐릭터는 출연자 자신이다. 둘째 그러나 스튜디오 버라이어티에서와 같은 준비된 토크나 개인기는 없다. 대신 출연자의 본연의 솔직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차용한 것이 야외 교양프로그램들.

 

나도 체험 삶의 현장 자주 봤었다. 도전 지구탐험대도. 의외의 상황에서 보여주는 출연자들의 날모습이라는 게 그렇게 인상적일 수 없었다. 한 번도 해 보지 못한 힘들 인이나 겪어보지 못한 당황스런 상황에 어쩔 줄 몰라하면서도 반응하는 모습들이란. 여기서도 예능감이라는 게 있어서 그때그때 재치있게 반응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래도 일이라 그저 열심히만 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밖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양프로그램들도 있어서 일반인이지만 연예인보다 더 재미있는 일상을 엿보여주기도 했었는데 그 또한 한 부분이 되었다.

 

즉 리얼버라이어티란 이제까지의 콩트코미디와 스튜디오 버라이어티가 갖는 한계를 리얼리티 그 자체랄 수 있는 - 물론 어느 정도의 연출은 있을 테지만 - 교양프로그램의 요소를 빌려와 만들어진 하나의 장르라 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체험 삶의 현장의 PD가 리얼버라이어티를 만든다는 것은 얼마나 자연스러운가.

 

아무튼 리얼버라이어티의 요체가 그것이다. 출연자의 자연스런 모습을 보인다. 다시 말해 출연자의 꾸밈없는 리얼한 모습을 보인다. 리얼버라이어티에서의 캐릭터라는 것도 그렇다. 왜 특정 리얼버라이어티에서 캐릭터가 만들어진 출연자들은 다른 방송에 출연해서도 그 캐릭터를 유지하려 드는가. 만일 다른 방송에서 다른 캐릭터를 보여준다면 그 캐릭터가 과연 리얼버라이어티에 어울리는 캐릭터일 수 있을까.

 

실제 아마 몇몇 연예인의 경우는 리얼버라이어티에서의 캐릭터와 본모습이 약간 - 혹은 상당히 다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컨셉잡고 아예 방송에서의 또다른 자신을 만든다. 마치 그것이 처음부터 자기 자신의 본모습이었던 것처럼. 물론 그것이 가능한 것은 말 그대로 전문예능인들이다. 연기력이 뛰어난.

 

아니더라도 자신의 어떤 부분에 대해 그것을 정형화시켜 캐릭터로 삼는 경우도 있다. 조금은 과장하고 조금은 왜곡하고,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것이 자신으로 여겨져야 한다는 것이다. 꾸며진 자신이 아닌 실제 본래의 자신으로 여겨져야 한다. 자기가 자신을 연기한다는 것이다. 분명 자기 자신이지만 그것을 리얼버라이어티용으로 다시 재가공해 보여준다는 점에서 캐릭터라 하는 것이란 뜻이다.

 

즉 두 가지다. 아니 극연기에서도 그렇다. 연기력이 뛰어나서 전혀 다른 캐릭터를 원래 그런 것처럼 연기하느냐. 아니면 자기 원래 모습과 비슷한 캐릭터를 그냥 그대로 보여주느냐. 앞서도 말한 자연스러움이다. 어느 쪽이든 결국은 캐릭터와 자신이 동일시될 수 있어야 하는 것이기에.

 

그것이 리얼버라이어티에서의 캐릭터다. 리얼버라이어티가 리얼버라이어티인 이유는 바로 그러한 리얼한 캐릭터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모습과 전혀 다르지 않은 - 전혀 다르지 않다고 믿어지는 캐릭터가 존재하기에 그를 통해 리얼이 되는 것이다. 그같은 캐릭터들의 생생한 모습들이 마치 교양프로그램에서의 그것과 같이 버라이어티에서도 리얼리티를 부여하는 것이다. 리얼버라이어티에서 캐릭터가 중요한 이유다.

 

말하자면 리얼버라이어티에서의 캐릭터란 자연스러움이다. 원래의 자신인 양. 원래의 자기 모습인 양. 자기도 그렇게 여겨야 하고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보여야 한다. 그래야 캐릭터이고 리얼버라이어티다. 그런데 그것이 마치 연기라 여겨지고 만다면? 그때부터 리얼버라이어티는 콩트가 되어 버리고 만다. 패밀리가 떴다가 빠졌던 함정이 그것이었다. 프로그램과 시청자 사이의 동의가 깨어져 버린 것이다.

 

물론 항상 하는 말이지만 완전한 리얼리티란 없다. 리얼리티란 사실적인 것이지 사실 그 자체인 것이 아니다. 다만 그런 가운데서도 시청자들이 리얼리티라는 약속을 끝까지 믿고 깨뜨리지 않을 정도의 성의는 필요한 것이다. 지극히 자연스럽게, 연출과 설정이더라도 전혀 아닌 것처럼. 예를 들어 게스트 출연자가 나와서는 이것은 전부 리얼입니다라고 말해주는 것과 같이. 실제 리얼인가? 아니면 기믹인가? 그러나 게스트 역시 일단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이상 공범관계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사람들에게 리얼이라 여겨질 수 있다면.

 

더구나 청춘불패와 같은 프로그램에서라면 캐릭터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청춘불패의 핵심은 바로 G7이라 일컬어지는 여자아이돌들이다. 바로 그 여자아이돌의 팬층이 프로그램의 핵심 시청자층이다. 한 마디로 여자아이돌 보자고 청춘불패를 본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청춘불패는 여자아이돌들을 어떻게 보여야 하는가.

 

역시 전제, 본연의 모습으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실제 모습이든, 아니면 기획사에서 요구하는 영업용 본모습이든 상관없다. 역시 이 경우에도 기믹이란 적용된다. 그것이 실제 본모습이도록 보이게 해야 한다는 것.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것이다. 무대 위나 다른 예능에서는 보기 힘든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지켜본다는 느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지금 보는 것이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의 실제의 날모습이라.

 

예를 들어 전에도 말한 남자의 자격에서의 이정진이 딱 그런 예다. 웃기는 것 없이도 잘생긴 것 하나로, 폼 나는 것 하나로, 이제는 사람 성실한 것 하나로, 써니가 처음 주목받은 것도 오로지 열심히 일을 하는 모습 때문이었다. 닭 잡고 방송분량 생각 않고 열심히 일하고... 참 성실하구나.

 

어제도 구하라가 열심히 버섯 나르는 모습을 보면서 무언가 알 수 없는 흐뭇함을 느꼈었다. 참, 성실하구나. 참 일도 잘하는구나. 현아가 울 때 구하라가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장면, 한선화 몰래카메라에서 가장 먼저 달려가 안아주는 장면, 크게 두드러지지는 않아도 그런 모습들이 또 아이돌에게서 보고자 하는 모습들이라.

 

웃기는 거야 어차피 아이돌인 것을. 아이돌이 웃겨봐야 얼마나 웃길까. 괜한 개인기 해봐야 손발이나 오그라들고 어설픈 예능에 짜증만 날 뿐이다. 아이돌에게 가장 적합한 캐릭터는 아이돌로서의 자신이다. 그리고 아이돌 이면에 존재하는 원래의 자신. 착하고 짓궂고 살갑고 덜렁대고 성실하고 엉뚱한 그런 매력들.

 

사실 청춘불패는 그것으로도 충분했다. 아이돌이라는 것만으로도. 아이돌이 주는 싱그러움만으로도. 단지 나머지 2%만 채워주면 되는 것이었다. 여기에 과도한 양념을 치려 한 것이 최고급 한우를 그저그런 냉동불고기 수준으로 떨구어 - 아니 그만도 못하게 만들어버린 것이라.

 

그래서 어제는 참 만족했었다. 구하라는 구하라스러웠고, 나르샤는 나르샤스러웠고, 써니는 써니스러웠고, 현아는 현아스러웠고, 효민은 효민스러웠고, 선화는 백지스러웠고, 그리고... 아, 유리가 걸리는구나. 곰태우는 곰태우스럽고 김신영은 김신영스럽고 노주현은 노주현스러운데. 그것 하나가. 과연 유리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 아마 제작진에게 남은 한 가지 과제일 것이다.

 

아무튼 요체는 그거다. 자연스러움. 프로그램과 프로그램 밖과 구분이 되어서는 안된다. 일치되어야 하고 일관되야 한다. 그것이 마치 자신의 모습인 양. 자신의 모습으로서. 그러고 난 다음에 예능이 있고 웃음도 있는 것이다. 아니라면 스튜디오 버라이어티나 찍지. 아니면 콩트나. 리얼버라이어티라는 것이다.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