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전제하자면 나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재주는 없다. 단지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할 뿐이다. 그리고 내가 옳다고 믿지도 않는다. 나는 예언자가 아니고 당연히 틀릴 수 있다. 그리고 부정적인 판단과 예측일수록 틀리기 바란다. 애정이 있다면 더욱. 유치개그를 그리 비판하면서도 오히려 대박치기를 바랬던 것처럼 말이다.
아무튼 흥미로웠다. 구하라의 병풍화가 단순히 숨고르기일 뿐이라. 음반활동 복귀를 앞두고 체력관리 및 이미지관리를 위해서라. 유리 역시 마찬가지고. 그리고 프로그램 차원에서도 특정 멤버에게 집중되지 않도록 다른 소외된 멤버들에게 돌아가며 기회를 주고자 둘의 비중을 줄인 것이라고.
물론 나도 그런 생각을 안 해 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두 가지 치명적인 헛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효민의 존재이고 지금의 구하라와 유리의 역할이다. 다시 말해 효민은 어떻게 지금의 캐릭터를 확보했고 그로 인한 구하라와 유리 둘의 위상변화는 어떠한가.
아마 많이들 잊고 있는 모양이지만 효민은 작년 말부터 올 1월까지 음원차트 및 공중파 순위프로그램을 휩쓸었던 티아라의 멤버였다. 효민이 청춘불패에서 캐릭터를 잡고 역할을 찾을 무렵 티아라는 보핍보핍으로 한창 절정을 달리고 있었고, 곧 이어 처음처럼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었다. 지금은 물론 구하라의 카라와 마찬가지로 효민이 있는 티아라 또한 리팩키지 앨범으로 활동을 준비중에 있다. 과연 티아라는 듣보잡이라 활동에 대한 부담이 전혀 없는 것일까? 이미지관리는 그렇다 치더라도 체력부담이 전혀 없어서 저리 청춘불패에서 잘 나가는 것일까?
효민만이 아니다. 현아도 징징현아로 한참 잘 나가던 무렵 Change로 솔로활동을 하고 있었다. 써니 역시 얼마전 체력적인 문제로 기사가 나기도 했지만 역시 방송에서는 자기 분량을 충실히 확보하고 있다. 과연 음반활동이 문제가 되어 체력관리차원에서 예능에서의 분량을 줄이려 한다면 이 둘은 무엇이 될까. 아, 성인돌 나르샤 역시 방송 초반 Sign의 활동과 청춘불패가 겹치고 있었다. 그러면 또 나르샤는?
로테이션이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특정 멤버를 띄우자고 다른 멤버를 죽인다? 세상에 그런 식으로 예능하는 프로그램은 어디에도 없다. 기존에 잘나가는 멤버가 있으면 그 멤버를 이용해서 다른 소외된 멤버를 띄우는 것이지 잘 나가는 멤버 죽여서 소외된 멤버 띄우고 하는 것 없다.
당장 선화만 하더라도 그렇다. 선화가 곰태우와 유리와의 러브라인에 끼어들었을 때 오히려 선화가 캐릭터 잡는 데 도움을 준 것은 곰태우와 유리의 기존 라인이었다. 더불어 노촌장과 현아가 끼어들면서, 또 옆에서 다른 멤버들이 거들면서 삼각관계는 완성되었다. 뿐만 아니라 그렇게 삼각러브라인이 만들어지면서 도리어 유리가 소외된 것이 아니라 유리의 분량까지 늘었었다. 시너지라는 것이다.
효민의 캐릭터를 만들 때도 그랬었다. 써니가 있었고 김신영이 있었고 효데렐라 때는 현아가 선화 때 그랬던 것처럼 한 몫 하고 있었다. 그리고 효민의 캐릭터는 다시 김신영과 특히 써니를 살려주고 있다. 효민을 띄우자고 굳이 구하라나 유리를 죽일 것 없이도 구하라와 유리를 사용해서도 효민을 띄울 수 있고, 그를 이용해 다시 구하라와 유리의 역할을 만들기 충분한 것이다.
원래 그러자는 게 캐릭터다. 혼자 어떻다, 그런 건 캐릭터가 아니다. 주위와의 관계에서 재생산될 수 있을 때 비로소 캐릭터라 부른다. 한선화가 백지가 되었을 때 과연 한선화 혼자서 백지가 되고 말았는가. 주위에서 끊임없이 그것을 상기시키고 이용했다. 그것으로 이야기를 만들고 그것으로 사건을 만들고. 즉 선화나 효민에게 캐릭터를 부여하는 것은 단지 그들을 띄우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그로써 다른 멤버들에게도 여지를 만들어주기 위해서인 것이다. 굳이 주인공이 아니어도 좋다. 중심은 효민이더라도 그를 통해서 다른 멤버들도 역할을 찾고 이야기를 만들 수 있도록.
그러나 어떤가. 현재 구하라와 유리가 효민과 선화와 맺는 관계란 전혀 없다 할 정도다. 그나마 선화가 캐릭터 만드는데는 유리가 관여했지만 효민과 관련해서는 전혀 관여한 바 없고, 도리어 그로 인해 이 둘이 통편녀가 될 상황에까지 놓이고 말았다. 기존의 통편녀 둘이 자기 위치를 찾는 동안 잘나가던 멤버 둘이 통편녀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과연 그것이 정상인가.
만일 이것이 제작진이 의도한 바라면 나는 제작진의 생각없음을 욕할 수밖에 없다. 선화의 경우에서도 그랬듯 굳이 기존의 멤버를 죽이지 않고서도 다른 멤버를 띄우고, 다시 그것으로 기존의 멤버를 띄울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굳이 기존의 둘을 통편녀로 만들어 통편녀 둘에게 캐릭터와 분량을 확보해 준다는 것은... 그렇게 해서 로테이션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이겠는가 말이다. 그러면 나중에 다시 구하라와 유리에게 캐릭터와 분량을 만들어줄 때는 다른 둘을 통편녀로 만들까?
기획사차원에서 소속 아이돌의 이미지관리에 들어간 것이라면 더 그렇다. 과연 기껏 출연한 예능에서 아예 존재감이 없다는 것이 아이돌에게 있어 이미지에 도움이 될 것이 무엇인가. 헌터스처럼 워낙 다른 출연자들이 거물이라 아예 존재감조차 없는 때라면 모를까, 이미 그동안 열심히 자기 이름을 알려온 프로그램에서 존재감조차 없이 소외되어 버린다면 그것이 아이돌에게 돌아올 이익이란? 왜 굳이 한선화와 효민은 존재감 없는 통편녀 대신 백지와 병풍이라는 약간은 굴욕적인 캐릭터를 선택해야 했던 것일까?
말이 안되는 것이다. 더구나 가장 결정적인 증거가 지난주 구하라가 보인 모습들이었다. 효민과 더불어 카메라 앞에서 가장 열심히 춤을 춘 것은 누구였던가. 구하라였다. 연을 만들다 말고 느닷없이 달리기 시작한 것도 역시 구하라였다. 체력관리를 하고 분량조절을 하고 그러기에는 구하라는 너무 열심이었다.
아니 프로그램의 컨셉 자체가 그렇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모두가 한결같이 그리 말하고 있다. 청춘불패 촬영현장에서는 모두가 실제로 열심히 일하고 있다. 일은 열심히 하고 예능은 대충 한다? 일은 체력 상관 않고 열심히 하는데 예능은 체력관리하느라 적당히 한다? 이건 또 뭔 모순일까?
결국 단지 재미없을 뿐이다. 재미가 없으니 통편집인 것이고, 재미가 없으니 병풍인 것이다. 효민과 선화가 저리 두각을 나타내며 분량을 확보하고 있는 것은 재미가 있기 때문이고, 그에 반해 구하라나 유리의 분량이 적은 것은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둘 다 캐릭터가 없거나 모호하다는 데에 기인하고 있고.
물론 나는 이번주 분량에 무척 만족하고 있는 편이다. 재미가 없으면 또 어떤가. 유리나 구하라나 이미 그런 것에 구애될 수준은 넘어선 것이다. 특히 구하라의 경우 초반에는 예능에서의 분량에 어느 정도 민감할 수밖에 없지만, 이제 구하라는 단지 그 이름만으로도 관심을 끄는 존재가 되었다. 구하라의 이름에 이끌려 프로그램을 보는 사람도 있고, 단지 보여주는 잠깐의 매력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는 사람들도 있다. 아직도 구하라가 병풍이라는 사실을 납득하지 못하는 더 많은 사람들이다.
병풍이더라도 같은 병풍이 아니다. 병풍이라 해서 병풍이 될 수 있는 구하라가 아니다. 그렇다면 굳이 더 웃기거나 더 망가질 것 없이 이번주처럼도 좋지 않겠는가. 지난주도 괜찮았다. 장난스럽게 웃고 떠들고 놀고, 갑자기 일어나 뛰어다니기도 하고. 매력적이었다. 굳이 예능을 하지 않아도 그 매력 하나로도 구하라는 충분히 예능을 하고 있는 셈이다. 웃음보다도 더 치명적인. 그렇다면 그것으로 좋지 않을까.
아무튼 결론은 그거다. 구하라는 항상 최선을 다한다. 단지 결과가 기대만큼 따라주지 않을 뿐이다. 과연 영악하게 이것저것 계산해서...? 글쎄... 구하라가 그런 이미지였던가? 그것은 오히려 구하라에게 실례가 아닐까? 결과야 어떻더라도 어떤 이유로 방송을 대충 하는 것이라니. 나는 구하라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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