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김희철과 써니... 그리고 청춘불패의 고민...

까칠부 2010. 2. 21. 07:25

확실히 그제 청춘불패에 잠깐 출연해 보여준 김희철의 예능감이란 정말 대단한 것이었다. 그 짧은 시간에 존재감을 드러내고 프로그램을 장악하다니. 그리 많은 기회가 주어진 것도 아닌데 한 순간에 분위기를 휘어잡고 자기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버리는 능력은 정말이지 대단한 예능감이며 적응력이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일 것이다. 김희철이 써니에게 한 이같은 충고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 것은.

 

"효민이는 써니에게 묻어가고 써니는 닭에게 묻어가고..."

"써니는 아직 예능은 멀었구나. 닭 없으면 안돼."

 

확실히 써니의 예능감은 김희철이 보여준 그것에 비하면 아직 한참 부족하다. 입담도 좋고 순발력도 좋지만 그러나 아직은 많이 서툰 느낌이다.

 

문제는 그렇다고 써니가 김희철이 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써니의 예능감은 이 정도가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김희철보다 더 재미있는 모습과 장면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과연 써니가 그렇게 될 수 있겠는가.

 

모르긴 몰라도 얼마전 얼음낚시를 하던 회차에서 써니가 말한,

 

"개그돌은 이제 그만!"

 

이 말에는 써니의 본심이 적잖이 들어가 있을 것이다. 말이 나와서 말이지 여자아이돌이 예능돌, 개그돌 소리 들어서 좋을 게 뭐가 있겠는가. 나르샤나 되니까 성인돌 소리가 아무렇지 않게 들릴 수 있는 것이다.

 

아직 한국사회는 많이 보수적이다. 남자에 대한 기대치와 여자에 대한 기대치가 많이 다르다. 남자는 아이돌이더라도 예능에서 얼마든지 망가질 수 있지만 - 물론 남자아이돌이라고 한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상대적으로 여자아이돌에 비해 관대하다. 그러나 여자아이돌은 이미지 자체가 요정이고 여신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망가지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아무리 재미있어도 자기가 좋아하는 아이돌이 지나치게 망가지는 것을 바라는 팬이란 없는 것이다.

 

더구나 당장의 예능으로 연예생활을 끝낼 거면 상관없겠지만 조금 더 큰 야심을 품는다면 - 아니 아이돌로서 음악활동을 하려 해도 그렇게 망가진 이미지는 문제가 될 수 있다. 무대에서 보다 화려하고 멋진 모습을 보여주려 해도 망가진 이미지가 자칫 자신은 물론 팀까지 희화화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물론 그런 것들은 자신은 물론 팀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마 그래서 아이돌마다 회사차원에서 어디까지만 하라는 가이드가 정해져 있을 것이다. 이 이상은 망가지지 마라. 여기까지는 허용하지만 이 이상은 안 된다. 그리고 그 폭은 남자아이돌에 비해 훨씬 좁을 것이다. 이미 써니만 하더라도 소녀시대라는 이름값에 비하면 조금 더 간 것이 있다. 선화와 효민 역시 거의 한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고. 전에도 말했듯 선화와 효민의 캐릭터라는 것도 상대적으로 다른 멤버들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지는 둘이기에 가능한 것이지 다른 멤버였다면 꽤나 깊은 고민을 했어야 했을 것이다. 아마 그러고서도 거절했겠지.

 

바로 써니의 고민일 것이다. 유리의 고민이기도 하다. 구하라의 고민이기도 하다. 또한 청춘불패 제작진의 고민이기도 하다. 캐릭터를 잡자면 아무래도 망가져주는 쪽이 잡기도 편하다. 나르샤나 효민, 선화처럼. 알아서 망가져주면 그것으로 캐릭터를 잡으면 더 깊이 고민할 것도 없다. 특히 써니의 경우는 그동안 쌓아 놓은 것도 있고, 김신영, 효민과의 관계도 있기에 더 확실히 캐릭터를 잡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럴 수 있는가.

 

써니와 유리, 구하라가 현재 캐릭터를 잡지 못하고 붕 떠있는 것도 바로 그와 관계가 있을 수 있다. 유리와 곰태우의 러브라인도 하루이틀이지 유리의 투정처럼 그것은 자칫 유리의 아이돌로서의 이미지에 해가 될 수도 있다. 써니가 여기서 더 망가진다면 말 그대로 개그돌이 될 뿐이고, 구하라 역시 이미 많아 망가진 뒤라 그것을 캐릭터로 삼자면 많은 것을 잃어야 한다. 그런데 과연 어떻게 이들을 더 망가뜨리지 않고 - 즉 이들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일 없이 이들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겠는가.

 

전에도 말한 정상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의 캐릭터라는 것이다. 그럴 경우 써니와 구하라의 캐릭터는 서로 겹친다. 써니와 구하라를 뭉쳐다니게 했을 때 전혀 시너지가 없었던 이유다. 유리 역시 마찬가지다. 유리 또한 구하라와 겹치는 부분이 있다. 다만 써니와 유리는 서로 겹치는 부분 없이 캐릭터를 만들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같은 소녀시대라는 것이 둘을 떼어놓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된다. 이래저래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더 망가뜨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대로 캐릭터를 잡자니 그것도 애매해지고.

 

이것은 사실 청춘불패가 시작하던 시점부터 내가 청춘불패의 한계로 지적한 부분이기도 하다. 아이돌이다. 여자아이돌이다. 과연 여자아이돌로서 할 수 있는 범위란 어디까지일까. 솔직히 선화와 효민도 내 예상에서 너무 벗어났다. 그런데 과연 이 이상 망가지는 것이 가능한가. 지금도 거의 한계일 텐데.

 

결국 답은 그 말 안에 다 들어있다 할 수 있다. 망가질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이 그대로 내버려두는 수밖에 없지 않은가. 망가져서는 안된다면 또 망가져서는 안 되는 그대로 내버려둘 수밖에 없다. 예쁜 채로. 착한 채로. 성실한 채로. 좋은 모습 그대로. 아이돌로서의 좋은 이미지 그대로. 이미지가 겹친다? 그래도 상관없게끔 만들면 된다. 단지 웃음을 포기한 채.

 

그러나 그래도 상관없다는 것은 바로 아이돌이라는 것이다. 소녀시대이고 카라다. 써니이고 유리이고 구하라다. 더 이상 망가지지도 않고 웃기지도 않아도 그 자체로 빛나는 아이돌이라는 것이다. 사실 효민과 선화를 제외한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그대로도 좋지 않은가.

 

그동안 말한 순수버라이어티라는 것이다. 내가 청춘불패에서 발견한 가장 큰 미덕이었으며 그동안 줄곧 주장해 온 바, 아이돌의 아이돌로서의 매력을 십분 이용하라. 단지 그녀들이기에 보겠다는 팬들의 심리를 십분 이용해서 그들로 하여금 프로그램을 만들게 하라. 오히려 리얼버라이어티보다는 "체험 삶의 현장"에 더 갖다 붙여서. 더 진실하고 더 순수하게.

 

실제 지금도 청춘불패에 대한 호의적인 평가 대부분이 아이돌의 어설픈 예능감이 아닌 농촌에서 열심히 일하는 아이돌의 순수한 모습이더라는 것이다. 가식없이 열심히 일하고 일하는 가운데 망가지고 하는 모습들이 진실해 보여서 좋다는 것이다. 그것이 청춘불패가 나아갈 바가 아닐까.

 

분명 김희철이 보여준 예능은 대단한 것이었다. 그러나 김희철이 대단하다고 써니가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이번주 무한도전은 정말 재미있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청춘불패가 그렇게 될 수 있을까. 경쟁력이란 상대가 가지지 못한 자신의 강점으로 하는 것이지 전혀 미치지 못하는 상대의 강점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써니는 김희철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써니는 써니가 될 수 있다. 김희철이 과연 써니가 될 수 있을까. 유리는? 구하라는? 현아는? 효민은? 선화는? 나르샤는? 더 망가지고 더 웃겨주는 아이돌이 아닌 아이돌 그대로인 채로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더라는 것이다. 김희철이 아닌 써니인 채로가 더 좋은 사람도 있는 것이다.

 

그제의 청춘불패에 내가 만족한 이유다. 다만 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할 것 같다. 열심히 일하는 모습으로 컨셉을 잡으려는 써니를 북돋워주는 것과 같은 배려가. 써니는 단순히 웃기는 캐릭터가 아니라 항상 열심히 일 잘하는 성실하고 착한, 특히 어린 멤버들의 언니라는 것을. 유리나 구하라에게도 그것이 필요할 것 같고.

 

김희철과 김희철과 비교되던 써니의 모습에서 생각을 더욱 확실히 정리할 수 있었다. 써니는 써니다. 김희철이 아닌 써니다. 원래 비호감이었다가 청춘불패에서의 성실하고 착한, 그러면서도 센스있는 모습에 더 좋아지게 된 그 써니다. 그것으로 좋지 않은가. 굳이 더 웃길 필요 없이도 지금 이대로도 말이다. 아닐까?

 

확실히 나는 남들과 뭔가 감각이 다른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예능인데 웃음보다는 순수함을 더 바라다니. 그러나 아이돌이라. 너무나 매력적인 아이돌들이라. 웃음으로 소모하기에는 너무나 소중한 멤버들이라 그렇다. 결국에 같은 말 반복이 되고 말았지만. 아무래도 하고 싶은 말이란 늘 정해져있는 터라.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