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밴드음악이란...

까칠부 2010. 2. 24. 08:56

확실히 가창력에 대해 쓰면서도 느꼈지만 사람들이 너무 시험에 찌들어 길들여진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든다. 도대체가 어떻게 밴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실력 운운이니...

 

내가 마음에 들어하는 밴드 하나도 정작 음반을 사서 들어보면 그렇게 한심할 수가 없다. 라이브 듣고서 음반을 산 것이었는데 그렇게 엉망일수가. 그러나 정작 라이브 들어보면 그렇게 에너지가 넘칠 수 없다. 바로 거기에 매료되어 음반도 산 것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연주실력이 좋느냐?

 

어떤 것을 연주력이라 하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정확하게 틀리지 않고 연주하는 것을 연주력이라 한다면 조금 거리가 있다. 확실히 테크니션은 아니다. 앞으로는 모르겠는데 지금 당장은 안정된 연주력을 보여주는 연주자들도 아니다. 보컬 역시 미숙한 점이 많다. 그러나 그들은 밴드다. 왜? 자기 음악을 연주하니까.

 

커버곡을 주로 연주하는 밴드도 마찬가지다. 자기 노래가 없어 남의 노래를 갖다 연주하고 부르는 밴드들도 같다. 과연 자작곡이 없어서 밴드가 아닌가? 그러면 키보이스나 라스트찬스 같은 밴드도 밴드가 아니게? 아예 앨범을 외부작곡가의 곡으로 채웠던 어느 밴드도 밴드가 아니겠네?

 

여기서 자기음악이라고 하는 것은 밴드음악을 뜻한다. 밴드가 추구하는 음악이다. 다시 말해 밴드가 들려주고 싶은 음악이다. 자기가 연주하고 싶은 음악. 그것이 다른 작곡가의 곡이라 할지라도 그들의 의지로 녹여낸 그들의 음악.

 

즉 전에도 말한 그 의지라는 것이다. 과연 밴드에 그들의 의지가 있는가. 그들이 추구하는 그 어떤 것이 그들의 밴드에 담겨 있는가.

 

결국은 같은 이야기다. 하고 싶은가.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가. 반드시 해야 한다는 열정이 있는가. 실력은 나중 문제다. 성공하고 말고도 나중 문제다. 아트란 그런 것이다. 아티스트란 그런 존재다. 하고 싶어서 하는 것. 성공은 그 다음 부차적인 문제다. 실력이 더 뛰어나고 못하고도 마찬가지다. 자기가 표현하고 싶은 바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인 거지 실력이 더 낫고 못하고가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순수하게 자신의 내면에서 출발하는가 하는 것이다.

 

밴드라는 게 원래 그렇게 만들어진다. 동네 친구일수도 있다. 아니면 학교 친구일수도 있다. 악기 들고 여기저기 떠돌다 오다가다 만난 사이일수도 있다. 그런 가운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뜻이 통하고, 서로 연주를 맞추다 보니 감성이 통하고, 그래서 함께 무언가 할 만한 것이 있겠다 여겨 만들어지는 것이 밴드다. 그렇게 공유하는 의지와 감성으로서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밴드음악이다. 반드시 락일 필요도 없고 반드시 그것이 훌륭한 것이어야 할 필요도 없다. 그들의 의지만 담아낼 수 있다면.

 

실제 앞서의 밴드의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역대 락밴드 가운데서도 연주력이나 가창력에 문제가 있었던 밴드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연주력이나 가창력을 문제삼아도 그들더러 밴드가 아니라 하느냐면 그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연주력과는 상관없이 그들이 들려주는 음악에 더 높은 평가를 받던 밴드도 존재했다. 결국 중요한 건 그들의 밴드에 담겨진 - 그들이 들려주는 음악이기에.

 

사실 밴드에게 중요한 건 개개인의 연주력이나 가창력이 아닐지 모른다. 그보다는 조화일 것이다. 하모니. 기타와 베이스, 베이스와 드럼, 드럼과 기타, 혹은 키보드와 보컬,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를 받쳐주며 만들어가는 하나의 사운드. 그래서 사운드라 하는 것이다. 어느 한 파트가 아닌 전체이기에. 그래서 밴드라는 것 역시 연습실이 아닌 라이브를 통해서 완성되어 가는 것이라 하는 것이고. 완성되고 나서 무대에 서는 것이 아니라, 미숙한 채로 무대에 서며 완성되어 가는 것이다.

 

그러면 밴드 컨셉 아이돌더러는 왜 밴드라 하지 않느냐? 당연하지 않은가. 하다못해 고등학교 스쿨밴드에도 그들이 하고자 하는 음악이 있다. 그들이 추구하는 음악이 있고 들려주고자 하는 음악이 있다. 그들의 의지가 그들의 밴드에 담겨 있다. 그런데 밴드 컨셉 아이돌에게는? 과연 그들이 들려주는 음악에는 그들의 어떤 의지가 담겨 있는가. 단지 소속사가 시켜서 하고, 작곡가가 써주었으니 연주하고 노래한다는 아이돌들에.

 

잘하고 못하고는 부차적인 것이다. 몇 년 전엔가 게임개발자도 자격증 따게 하자고 해서 한참 웃음거리가 되었었는데, 과연 게임개발자의 창의력이란 어떻게 자격을 부여할 수 있는 것일까. 테트리스가 쓰인 코드가 단순하고 기술적으로 간단하다고 과연 크라이시스같은 최신 고사양게임보다 못한 게임인가? 간단한 베이직으로도, 아니 플래시 하나로도 얼마든지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낼 수 있다.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연주를 더 잘 하면 좋을 것이다. 그래서 모두들 잘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기 위해서 연습도 하고, 그러기 위해서 무대에도 서고, 그러기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건다. 잘하고 못하고는 단지 그 결과일 뿐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연주를 더 잘하니 밴드이고 연주를 더 못하니 밴드가 아니고. 도대체 뭔 소리인 것인지. 노래 못하니 가수가 아니라는 말처럼 황당한 소리였다. 참 재미있는 농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