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샘플링과 샘플CD...

까칠부 2010. 2. 24. 12:02

의외로 아는 사람이 그리 많이 없는 모양이다. 그래도 나름 상식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음악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샘플CD라고 해서 샘플링만을 위해 만들어진 음원CD가 돌아다닌다. 물론 돈 주고 사는 거다. 샘플링에 쓰라고 음원회사에서 음원을 만들어 CD에 담아 파는 것이다. CD의 음원으로 샘플링이든 뭐든 갖다 쓰라고. 그리고 이 경우 CD를 구매하는 것으로 저작권까지 양도받은 것으로 간주되어 더 이상 음원회사는 저작권을 주장할 수 없고, 구매자 역시 저작권을 별도로 표기할 필요가 없다.

 

샘플CD에 수록되는 음원은 다양하다. 전자악기에 쓰이는 비트나 효과음, 혹은 자연의 소리 가운데 쓸 수 있도록 캡춰해 가공한 것들, 악기연주소리, 하여튼 기타등등 음악을 만드는데 쓰이는 모든 소리가 음원회사에 의해 가공되어 CD에 수록되게 된다. 그리고 구매자는 그것을 사서 자신의 음악에 그대로 갖다 쓰든, 변형해 쓰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고. 그리고 말했듯 이 경우 굳이 저작권 표시를 할 것 없이 자기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다.

 

즉 샘플링이라 할 때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기존의 저작권이 있는 음원에서 따와서 샘플링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예 이렇게 샘플링만을 위해 만들어진 음원을 가져다 이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때로 보면 전혀 다른 작곡가에 의해 쓰여진 전혀 다른 노래에서 유사한 부분이 발견되기도 하는데, 이 역시도 같은 샘플CD를 구입해 쓴 경우라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경우라는 것이다. 저작권 부분에서 따로 샘플링을 표기하지 않았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고.

 

내가 오히려 똑같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하는 것도 그래서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아닌 단지 일부의 비트나 멜로디, 사운드 정도라면 그것이 동일한 샘플 음원을 사용한 결과일 수 있으니까. 또 그런 경우가 비일비재 하고. 그저 일부가 같으니 표절... 이라고 하기에는 그 경우의 수가 많다는 것이다.

 

물론 역시 그것을 단지 같은 샘플음원을 썼다고만 간주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것이 아닌 아예 대놓고 표절인 경우도 있으니까. 그러나 표절기법 역시 한참 발전한 지금에 그런 식으로 표절하는 사람은 오히려 드물다 할 수 있다. 단지 멜로디와 비트만 살짝 바꾸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표절로 걸리지 않고서도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는데.

 

아무튼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단지 샘플링 저작권이 없다는 이유로 표절로 단정할 수 있는 무모함이 존경스러울 뿐이다. 듣기에 비슷한데 저작권에 표시가 없다. 그러나 그 밖의 경우라는 것도 있다는 것이거든. 많이들 알고 있을 것이라 여기고 괜히 뻘쭘해서 썼다가 지웠던 것인데.

 

어쨌거나 나로서는 기다려 보자는 입장이다. 워낙 이렇게나 같으면, 더구나 전체적인 곡의 분위기조차 이렇게까지 다르고 보면 가능성은 그쪽이 더 높으니까. 베끼려면 곡의 분위기를 베끼지 단지 일부 비트만 베끼지도 않는다. 하긴 요즘은 비트 정도는 굳이 표절로 걸거나 하지 않는 분위기인 것 같지만.

 

 

참고로 표절인데도 표절로 문제삼지 않는 경우라는 게 몇 있는데, 그 하나가 단지 일부를 차용했을 뿐 곡 자체의 분위기가 전혀 달라 원곡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을 경우다. 즉 두 음악이 서로 겹치는 부분이 없어서 원곡이 갖는 기대이익에 손해를 끼친 것이 없다 여길 경우,

 

"유사성은 인정되나 그것이 중대하다 여겨지지 않는다."

 

이런 식의 판결이 내려지곤 한다. 아니 그 전에 원저작자가 잘 시비도 걸지 않고.

 

또 하나는 표절로 나온 결과가 원저작자가 인정할 정도로 대단했을 때 이것을 따로 재창조라 여겨 인정하는 분위기라는 게 있다. 분명 원곡을 듣고 쓴 것인데 놀라울 정도의 음악적 완성도로 아예 그 사람의 음악이겠거니 인정해 버리고 마는 경우가 그것이다. 역시나 원저작자와의 관계에서 해결할 문제겠지만.

 

즉 뭐냐면 원저작자에게 직간접적인 실질적 손해를 끼쳤느냐, 그리고 원저작자에게 빚을 지고 만들었느냐, 다시 말해 손해를 끼친 것도 없고 빚을 지기는 커녕 빚을 지우는 정도라면 표절이 아니라는 거다. 워낙에 창작이라는 게 또 모방에서부터 시작되다 보니 어느 정도 양해가 있는 셈. 그런 경우는 또 예외로 쳐야 한다.

 

하여튼 복잡하다. 그래도 표절은 표절이지만. 과연 어떤가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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