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격을 다시 보고 있는데 문득 그게 눈에 뜨인다. 역시 공사장이 처음이다 보니까 그 몸으로 하는 건 다 잘한다던 김성민도 처음에는 거의 민폐수준으로 허둥대며 당황한다. 나중에야 익숙해지기는 하지만 확실히 처음부터 잘하지는 못한다. 이경규, 이윤석, 김태원도 물론이고.
문제는 그런 것 가지고도 이들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일도 제대로 못한다고. 민폐라고. 뭣하러 거기까지 갔느냐고. 심지어 빼라고까지. 그런데 과연 그 대상이 아이돌이라면?
실제 청춘불패를 보면 가끔 일이 서툴러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저렇게까지 민폐수준으로 나오는 것은 드물다. 대부분 처음 하는 일들일 텐데도 거의 잘들 해내고 있다. 문제없이 끝마치고 그 과정에서 다른 실수라던가 실패도 없고. G7이 원래 일을 천재적으로 잘하거나, 아니면 제작진에서 딱 실수하지 않을 만큼만 일을 주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편집의 힘이겠지.
처음 느낀 것이 아마 김장편. 나는 기대했었다. 김장을 담그다보면 일들이 참 많이 일어나니까. 처음 김장을 담그자면 일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 김장이라는 게 그리 쉬운 게 아니다. 그런데 전혀 아무 문제없이 김장을 담그고 - 사실 그 과정은 거의 생략되었었다. - 그리고 끝났다. 메주를 빚을 때도 마찬가지. 그 과정에서 각자의 개성에 맞게 실수도 하고 문제도 일으키고 했으면...
그러나 그게 문제라는 거다. 그러다 자칫 선을 넘으면 청춘불패는 도시의 아이돌이 농촌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이 아닌 아이돌이 농촌 가서 민폐끼치는 프로그램이 된다. 오히려 아이돌이기에 그 선이 매우 아슬아슬하다. 차라리 성인예능인이면 좋았을 것을 아이돌이니까 그로 인한 역풍을 맞으면 프로그램 자체에 대해서까지 문제가 될 수 있다.
아마 그래서 나름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실수나 실패로 인해 문제가 될만한 부분을 최대한 배제한 채 그저 일 열심히 하는 모습만 보여주려 하는 것이 아닌가. 아이돌이니까.
나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아이돌이란 말했듯 상업자본에 의해 대중의 욕망이 구체화된 것이다. 이상화된 이미지다. 그런데 아이돌이 그같은 이미지로부터 벗어나게 된다면? 아무리 대중이 관대해졌어도 그 선이라는 게 있는 것이다. 조권이 저렇게 한 방에 훅 가버릴 뻔한 것처럼.
참 괜히 아이돌 데려다 예능 찍느라 고생이 많다.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할 수 있는 폭이 좁은 만큼 시도할 수 있는 가능성도 그리 많지 않고. 그래서 나름 여러가지로 고민도 해보는데 결과도 그닥 시원치 않고. 그럼에도 아이돌이다 보니 쓸데없는 관심만 높고.
그렇더라도 나는 시청자로서 재미있는 예능을 보고 싶은 거다. 그건 제작진 사정, 나는 시청자 사정. 요즘 꽤 나아지기는 했는지 어떨런지. 아무튼 농사철 다가온다고 새삼 큰 기대를 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일을 잘하기만 하는 예능이라는 게 뻔할 테니까. 과연 어떨까...
그나저나 김성민이 시멘트 푸대 들어올리는 한 가지만으로도 저리 분량을 만들어냈듯 제대로 일하면서 실수도 하고 어색한 모습도 보이면서 했으면 체험 삶의 현장에서 그랬듯 꽤 분량이 나왔을 텐데. 참 어렵게 일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나치게 넘겨짚은 것인지는 몰라도. 그냥 그랬다.
그런데 확실히 아무리 남자의 자격이라도 진정이 느껴지지 않으니 두 번 보기가 힘들다. 이전까지는 어느 정도 진정이 느껴졌는데 먼지 덮인 밥 편에서는 도식화된 어떤 관념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역시 리얼버라이어티의 생명은 진정성이다. 자연스러움. 아쉽다. 이건 두 번은 진짜 못 보겠다.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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