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비상식량이었다. 돼지국밥 만들어먹겠다고 사놓고 귀찮아서 걍 쳐박아두었었다. 사골인 줄 알았는데 잘못 사서 감자탕용 등뼈. 이걸 어떻게 해먹을까?
방법 있나? 일단 절반만 덜어서 만능으로 쓰는 볶음팬에 물 부어 잠기게 해 놓고 한 숨 잔다. 자고 일어나면 핏물이 빠졌을 테니 물만 버리고 다시 물을 부어 한 바탕 끓여 잡스러운 것들 우러나면 그 물만 버린 다음 이번에 제대로 끓인다. 참고로 나는 돼지누린내에 대한 거부감이 없기 때문에 - 오히려 그 냄새에 식욕이 돋는 편이다 - 대충 국물 내도 상관이 없다.
뼈는 최소 3시간 이상 고아주어야 한다는데 나는 시간이 없는 관계로 2시간만 고아준다. 그 정도만 해도 물은 절반에 국물색도 뽀얗고 뼈와 살도 제대로 분리되기 시작한다. 다만 아쉽다면 이놈의 등뼈가 발라먹기 아주 지랄이라는 것. 사골을 샀어야 하는 건데. 더구나 고명으로 쓰려고 주문한 돼지고기가 아직까지 안왔다. 어차피 냉동실에 넣어두고 먹는 거라 냉동수입육으로 주문했는데 덕분에 고명 없이 국물 뿐이다. 소금은 원래 안 먹으니 김치 곁들여서 밥만 냠냠냠냠...
조금 심심하기는 한데... 아무튼 등뼈도 조금 남았고 국물도 제대로 남았고, 이번에는 김치찜이나 해볼까... 동생이 보내준 김장김치가 벌써 시어서 딱 밑에 깔고 위에 덮고 해서 국물 넣고 찌개끓이듯 하면 맛있을 듯. 일 끝나고 막걸리 한 병에 김치찜해서 호로로록짭짭냠냠냠냠냠 해야지.
의외로 하는 법은 어렵지 않다. 거의 대부분 끓기 시작하면 약불에 졸아들도록 내버려두면 그만이다. 그 이상 하는 건 솔직히 낭비. 사골 사다가 이번엔 돈코츠라멘이나 해먹어볼까.
내일은 보급하러 가야겠다. 진짜 냉동실이 텅텅 비었다. 아무리 배고파도 너겟을 반찬으로 먹을수는 없다. 커피까지 떨어졌다. 설탕 없는 커피가 필요하다. 한 달 만의 보급이다. 눈물난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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