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자기 연예인을 잃는다는 것...

까칠부 2010. 2. 26. 08:43

아이돌이란 다른 말로 풀면 우상이다. 사실 우상이 맞다. 우상은 동경의 대상이다. 그리고 동일시의 대상이다. 즉 나의 다른 일부이기도 하다.

 

우상이란 나 자신을 투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나 자신의 투사다. 내가 욕망하는 것. 내가 추구하는 것. 내가 바라는 것. 내가 보고자 하는 것. 그것은 나의 이상이며 판타지이고 꿈이다.

 

왜 사람들은 연예인에 - 스타에 그리 집착하는가. 죽은 지 수십년이 된 스타에게 아직도 꽃다발을 바치며 추모하고 하는가. 죽은 이를 살아있다 하고, 어디선가는 보았다고 하고, 그를 떠나보내지 말고 그리 끝까지 집착하며 부여잡는가. 그래서다. 자기 자신의 일부이기에.

 

물론 연예인만 스타가 아니다. 과거 봉건사회에서는 봉건적 지배자가 그같은 역할을 맡기도 했다. 아마 어디어디 성씨라고 양반성씨 흉내내는 가운데 단지 주인을 - 혹은 지역사회 지배자를 동경해서 그 성을 갖다 쓴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지배자와 동일시하는 것은 가장 오랜 우상의 전통이었다.

 

지금도 특정 정치인을 추종하며 그에 자신을 맞추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어제 한 말이 오늘 특정 정치인의 말에 따라 바뀌고, 어제의 동지가 적이 되며 등에 칼을 꼽는 경우다. 모든 판단의 근거는 그 정치인이고. 역시나 우상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은 동경하는 동물이니까.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가장 중요한 특징은 동경이다. 아이가 부모를 보고 배우듯 아직 털도 나지 않은 새끼원숭이인 인간은 끊임없이 모델을 찾아 자신을 이상화한다. 그럼으로써 발전하고 나아갈 수 있는 동물이다. 동경할 수 있는 대상을 찾는다는 것은 인간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본능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다. 연예인도 그 하나다.

 

사람들은 비웃는다. 왜 고작 연예인 하나 가지고 그러느냐고. 그러면 그 가운데 묻는다. 추종하는 정치인이 있다면 그 정치인에 대해서는 왜 그러느냐고. 고작 사람 하나 죽은 것 가지고 온통 난리가 났었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고작 정치인 하나다. 고작 연예인 하나라면.

 

누군가에게는 가치가 없을 수 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그보다 소중할 수 없다. 모두에게 사람의 가치가 같지는 않다. 단지 내가 별 의미가 없을 뿐 다른 사람까지 그러리라는 법은 없는 것이다.

 

정치인이라서 더 우월한가? 아니면 다른 문화예술인이라서? 사회적인 저명인사라서? 그러면 그런 것들은 뭐가 그리 대단한가? 그것을 정의하는 것은 자신이고 그에 반응하는 것 역시 자신이다. 그것은 오로지 그를 욕망하는 자기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다. 누가 뭐랄 수 없는 자기 자신이 결정하는 것이다. 누가 나의 동경의 대상을 대신해 정해주는가.

 

참 슬픈 일일 것이다. 자기가 지지하는 정치인을 다시 못 보게 된다는 것은. 그래서 그리도 슬퍼하고 당황하며 공황상태에까지 빠졌던 것이겠지. 마찬가지로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 자기가 동경하는 대상을 다시 보지 못하게 된다는 것도 참 가슴아픈 일일 것이다. 스타란 팬에게 있어 마찬가지인 존재일 테니까.

 

멤버 없이 그냥 활동해도 상관없지 않나? 물론 그렇기도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될 수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적응기라는 게 필요하지 않겠는가. 기존 멤버를 떠나보내고 새로운 멤버를 받아들이는. 왜 그런 정도의 혼란과 당황도 이해 못해주는 것일까. 그리 비난하고 그리 조롱하고.

 

나는 그래서 오히려 거리로 나가 시위한다 할 때 그들에 내심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그렇게까지 소중하구나. 그렇게까지 소중하게 여기는구나. 대상이야 상관없이 그럴 수 있는 의지와 열정에.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에.

 

평생 좋아할 수 있는 - 동경할 수 있는 누구도 갖지 못한다는 것은 또 그것대로 슬픈 일일 것이다. 오죽하면... 오죽 자기에 솔직할 수 없다면. 자기를 모르면. 그런데도 도리어 그것을 멸시하고 비웃고. 그게 뭐가 그리 대단하고 잘난 것이라고.

 

해외에서도 유명스타가 죽거나 하면 아주 난리가 난다. 온통 거리가 추모분위기로 바뀌고 사람들은 쇼크로 울며 고함을 질러대고, 좋아하는 그룹이나 팀이 깨지고 나면 그에 충격받고 혼란스러워하고.

 

그건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어디나 마찬가지다. 나이가 어려서만이 아니라 나이를 먹어서도 마찬가지다. 아니 나이를 먹어서는 그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 해 온 스타이기에 더 그렇다.

 

예전 누군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는데. 한국사회는 너무 일찍 어른이 되기 때문에 문제라고. 너무 일찍 어른이 되느라 괜한 허세만 늘고 그것이 더 이상 사람들을 솔직하지 못하게 만든다고. 자기 스타를 좋아하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조차 이렇게 눈치가 보여서는.

 

개인적으로 지금의 아이돌문화에 대해 호감으로 대하는 것도 그래서다. 나 자신이 아이돌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그 솔직함과 자연스러움이 좋아서. 욕망에 솔직할 수 있다는 것이야 말로 자유의 시작일 것이니. 자기에 솔직하지 못한 사람은 자유를 주어도 누리지 못한다. 개인적으로 그런 인간들을 찌질이라 부른다. 그런 비굴함에 해 줄 말이란 찌질하단 이외에는 없으므로.

 

아무튼 참 같잖다. 그렇게까지 누군가를 좋아할 열정이 없다면 그 자신이 가엾은 것이다. 그 열정을 비웃을 게 아니라. 연예인이라 하찮은가? 빠순이라? 차라리 열정이 없는 메마름보단 그쪽이 훨 낫다. 그조차도 이해 못하는 주변머리로 무슨. 그조차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소견머리로 무슨.

 

스타란 팬에게 있어 가족과 같다. 아니 자신이며 일부다. 그것을 잃는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충격이고 고통인가. 그것도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서. 새벽부터 여러 반응들이 애닲은 이유다. 안타깝고. 안타깝고.

 

그리고 더 슬픈 건 그런 것조차 이해못하는 주변머리와 소견머리들이다. 잘난 척 목소리를 높이는 그 속좁음들. 외눈박이들. 저런 인간들과 한 사회를 살아간다는 게. 하찮다. 그냥 하찮다. 하찮은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