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MP3는 거의 70년대 90년대까지의 음악들로만 거의 채워져 있다. 2000년대 이후는 아마 "브로콜리 너마저"가 유일할 것이다. 그렇게 참 아날로그틱한 내 MP3에서 유일하게 디지털 시대의 음악이 있다면 바로 카라... 그런데 이상하지? 전혀 어색함이 없다. 다른 음악들은 넣었다 바로 지우곤 했었는데.
오늘도 기껏 리핑한 카라 미니 3집을 MP3에 넣고 밖을 돌아다니며 들었다. 한 세 시간은 싸돌아다닌 듯 하다. 다리도 아프고 감기기운에 머리도 띵한데 카라 미니 3집은 전혀 거슬림없이 반복해 귀를 채운다. 아, 채운다기보다는 흘러 지나간다. 마치 습관처럼.
내가 늘 말하는 카라만의 생목소리가 그리 생생하고, 또 말하던 락을 연상시키는 비트가 귀를 달래주고, 그리고 어쩐지 그리운 느낌의 멜로디와 반주가... 특히 미니 3집은 더 그리운 느낌이더라는 거다. 80년대 진짜 아날로그틱한 느낌마저 느껴질 정도로. 음악은 그렇게 흐르고 귀는 그렇데 듣고 있고.
아마 그래서일 것이다. 원래 후크송이라는 게 반복해 듣게 만드는 힘이 있지만 또 쉽게 질리고 마는 단점도 있다. 최신의 전자음 듬뿍 쓰인 음악들 듣고 있으면 어쩐지 귀가 피곤해서 오래 못 듣고 만다. 그런데 어딘가 허술한 듯한 카라의 음악은 그래서 한 귀에 끌리는 것은 없어도 계속해 들어도 질리지 않는 정겨움이 있다. 역시나 카라의 생생한 목소리와 조금은 느긋하게 들려오는 드럼의 비트, 허술한 듯 성기게 채워진 사운드가 주는 여유 때문일 것이다. 급하지도 않고, 집요하지도 않고, 굳이 다그치지도 않는.
하긴 또 이게 카라만의 색깔이라. 1집은 몰라도 2집 이후부터는 카라가 고집해 온 카라만의 색깔이었다. 못하더라도 솔직하게. 서툴더라도 당당하게. 숨김 없이. 감추거나 꾸미는 것 없이. 음악이 주는 원초성 그대로. 아이돌이 갖는 원초적 이미지 그대로. 마치 타임캡슐에서라도 튀어나온 듯.
물론 그렇다고 촌스럽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뭐랄까... 고풍스러운? 어제 루팡 무대를 보면서도 그것을 느꼈었다. 특히 티아라와 소녀시대의 음악과 비교해 들으면서도 그런 걸 느꼈다. 오래전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떠올리게 만드는 멜로디와 구성이란. 그리고 무대라는 것도. 참 디테일하면서도 스케일있게 구성한 무대는 확실히 멋스러웠었다. 오래된 즐겨 입던 양복을 꺼내 입고 나선 신사의 모습처럼. 숙녀인가? 아직 나이도 어린 아가씨들에게 실례인 것 같지만. 시간의 부대낌따위 상관않는 그런 당당한.
확실히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카라만의 어색하지만 생생한 목소리를 그 개성까지 살려 넉넉하게 들려주는 스윗튠의 센스가 아닐까. 듣고 있으면 어느샌가 카라를 만나는 것 같다. 목소리 하나하나에 생생히 실려 있는 개성들이 바로 앞에서 불러주는 것 같다. 특히 무대까지 보고 난 루팡과 엄브렐러는.
음악이란 이렇게 다양한 상황에 다양하게 다양한 감성으로 들어보아야 한다. 그리고 나는 이미 어찌되었거나 아저씨라는 것이고. 그립다는 건 그래서 항상 정겹다는 것이다. 80년대 사운드와 섞여서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수 있는 그런 원초적인 다정함이 좋다는 것이고. 그런 점들이 마음에 들었다. 아마 10년 뒤에도 전혀 어색함 없이 들를 수 있는 음악이란 이런 게 아닐까.
새삼 10년 뒤 전혀 어색함 없이 카라가 이 노래를 부르는 것을 상상해 본다. 나 또한 전혀 어색함없이 듣고 있고. 10년 전 음악들을 추억과 더불어 듣고 있듯. 아니 그때는 현재진행형일까? 부질없지만 그런 상상도 할 수 있게 해 주는 음악이란 그래서 좋다는 것이다. 즐거운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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