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청춘불패 - 확실히 KBS는 넘어갔는가?

까칠부 2010. 2. 27. 14:46

어제 감기기운이 있어 뻗어잤다가, 오전에 잠시 눈뜨고 다시 쓰러져 자기를 무려 도합 12시간. 이제야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겨우 정신이 맑아지고 머릿속이 정리되고 나니 어제 그렇게 불쾌했으면서도 잠시 묻어두고 지나간 부분이 다시금 떠오른다.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왜 갑자기 느닷없이 거기서 그 대사가 나왔을까? 나는 김신영이 그 말을 꺼낸 순간 핸드폰 꺼내서 달력을 봤다. 포털 들어가서 날짜 확인하고. 올해가 2010년 맞지? 아무리 복고가 유행이라지만,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한선화가 그것 모를만도 하다. 80년대에야 이승복 어린이 어쩌고 해서 웅변대회도 하고 별별 행사도 하며 반공의 영웅으로 떠받들었지만 80년대 말부터만 해도 그런 게 없었으니까. 오히려 90년대에는 다른 문제로 이승복은 더 유명했을 정도였다. 아니, 김신영도 이승복을 그렇게 잘 알 - 즉 예능하느라 무심코 끄집어낼 나이는 아닐 텐데? 고향이 대구라서일까?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80년대도 아니고 2000년대도 아니고 2010년대에 느닷없는 이승복이라니.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니. 차라리 한선화의 말이 정답이었다.

 

"공산당은 누구나 싫어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도 느닷없이 70년대 80년대 군사독재정권의 반공이데올로기가 만들어낸 우상을 끄집어내려던 것은 무슨 의도에서였을까? 과연 다른 의도 없이 순수하게 그 순간 떠올린 애드립이었을까? 한선화의 대답이면 족할 것을 굳이 이승복을 끄집어내려던 의도란 다른 계산이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새삼 청춘불패를 제작한 것이 KBS임을 떠올리고 만 순간이었다. 확실히 KBS는 완전히 넘어갔구나. 심지어 예능국마저도. 내가 말했지? 나는 처음부터 청춘불패의 제작의도를 의심하고 있었다고. 그대로.

 

과연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날이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나오던 때의 사회분위기란 어땠던가? 이승복이라는 이름은 과연 무엇에 쓰이고 있었던가? 이승복으로 상징되는 반공이데올로기란? 그것이 코미디언의 입에서 나온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솔직히 무서웠다. 과연 나는 이런 글을 쓰고 있어도 되는가. 지금은 2010년. 그러나 방송이 80년대로 회귀하는 만큼 나의 정서도 80년대로 회귀하고 말았다. 나는 지금 이러고 있어도 되는가. MBC도 넘어간 지금에.

 

하긴 그나마 청춘불패는 낫다. 이렇게 노골적이게 솔직하면. 남자의 자격은 너무 교묘하고 교활해서. 새삼 지지난주 내가 남자의 자격을 보면서 느꼈던 위화감이 허튼 것이 아니었음을 확인하게 된다. KBS는 KBS일 뿐임을. KBS가 어디 가지 않음을. 이제는 MBC까지도.

 

앞으로는 더욱 주의해서 청춘불패를 볼 것을 스스로 다짐하며, 이제는 예능까지 이용해 정권을 홍보하려는 KBS의 모습에 다시금 권력과 유착한 미디어란 얼마나 무서운가를 깨닫는다. 현실의 시간은 2010년이지만 어느샌가 세상을 80년대로 되돌릴 수 있음을. 새삼 경계해서 봐야 할 이유일 것이다.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