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참 청춘불패도 대본 쓰기가 애매하겠구나. 그게 연기야? 아니면 실제야? 그러나 실제라기엔 너무 작위적이고. 연기라기에는 너무 서툴다. 나름 상황극이라고 만든 것일 텐데 워낙에 예능감이라고는 없는 멤버들이다 보니 리액션이 엉망이라 뭐가뭔지 어색하게 되어 버렸다. 아, 그 김신영네가 계란 프라이해 먹고서 구하라 속여넘길 때. 보는 내내 이거 지금 뭐하는 짓인가... 대본이라면 서툰 대본이고 상황극이라면 서툰 상황극이고, 이런 정도는 역시 양해해주어야겠지?
둘째 캐릭터가 왜 중요한가를 노유민이 보여준다. "동바오" 동네 바보 오빠 캐릭터 한 번 잡고서 제대로 캐릭터를 연기해 보이고 있다. 노유민이 동바오 캐릭터를 제대로 연기해 보이니 주위에서 또 그것을 적절히 살리고 이용하고. 또 그것이 김태우와는 전혀 반대되는 캐릭터라 재미가 더했다. 청춘불패 초반 김태우에게 뭔 일이라도 시키고 나면 구하라가 "멋있어요!" 하면서 부추기고 했는데, 그러나 거기에 삐딱하던 김태우와는 달리 낼름 넘어가는 그 순진함이. 노유민을 데려다 김태우와 함께 어울리게 하면 어떨까? 의외로 둘이 죽이 잘 맞아 재미있는 캐릭터를 만들 것 같은데. 상황도 여럿 나올 것 같고.
셋째 유리도 참 불쌍하구나. 역할바꾸기 해보자더니만 유리 역할을 맡은 김신영이 보인 것이란 요가하면서 보여준 사자자세. 그것 말고는 없다는 말이지? 하긴 역할바꾸기라 하는데 구하라 이름은 아예 언급도 안 되더라. 즉 유리는 사자자세라도 나오지만 구하라는 그조차도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어찌되었거나 이제는 상관없는 이야기니까. 그런 거야 이제 와서 아무려면 어떤가?
넷째 역시 김신영과 나와는 코드가 안 맞는다. 솔직히 기대가 있었거든. 그동안 게스트로 나와 웃겨주는 김신영이란 참 인상적이었다는 거다. 그래서 기대가 있었기에 이런저런 주문도 하고 했었던 건데 저건 그냥 김신영 스타일이라 인정해주어야 할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그 코드에 맞추기도 그러니 앞으로 청춘불패 볼 때는 김신영 나오면 일단 스킵부터 하고. 써니의 예능감도 저만한데... 그러나 김신영과 함께 있는 한 나와는 그닥 어울릴 것 같지 않다. 아쉽다.
다섯째 악녀 구하라! 김태우에게는 거의 노예처럼 부려지더니 노유민은 또 노예처럼 부리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오빠 멋져!" 이 한 마디로 노유민을 노예로 만들더니만, 개울물에 발을 담글 때는 옆에서 아예 예정에도 없던 두 발 담그기를. 노유민 가발은 참 잘 어울렸다. 이것도 꽤 재미있는 그림이 나오네. 아아, 노유민 고정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래서 캐릭터라는 거다. 캐릭터 확실한 인물이 자기 캐릭터로 확실하게 반응해 주니까 별 대단한 말이나 행동 없이도 재미있는 장면이 나오지 않은가.
신동과 구하라의 달집 제물바치기 상황극도 재미있었다. 상황극이라기보다는 그냥 장난이지만 그런 상황에 당연히 나올 수 있는 장난이고, 또 그 대상이 구하라이다 보니. 그러나 아마 신동이 아닌 김태우였다면 또 다른 상황이 만들어졌겠지. 아직 청춘불패 안에서는 신동과 구하라란 관계가 만들어지지 않은 터라. 프로그램 밖에서의 관계에 대해서 아는 사람들에게나 유효하다. 그런 점들이 재미를 덜하게 했다.
여섯째 신동을 보면 역시 리얼버라이어티란 사람이 재미있어서 보는 프로그램임을 알게 된다. 신동이란 자기 이름을 캐릭터삼아서 자연스럽게 반응할 수 있는 그런 것이 예능감이라는 것일 게다. 하긴 신동 자신 입으로도 그랬었지. 뽀뽀뽀에서 인형 상대해 말하다 보니 말하는 게 늘었다고. 액션도 좋고 리액션도 좋고 상황극에 몰입하는 것도 좋고. 구하라가 보고 배우면 좋을 것이다. 어디에 출연하더라도 신동. 페이스를 잃지 않는 예능감은 확실히 특별하다.
아무튼 결론이란 유리와 구하라는 역할바꾸기를 하려 해도 할 게 없는 완전한 무캐릭터라는 것. 그럼에도 정작 풀어놓고 보니 노유민과 신동과 어울려 제법 분량을 뽑아내고 있다. 동바오 노유민을 놀리고 농락하는 짓궂은 여동생에서, 신동에게 괴롭힘당하는 장난꾸러기 여동생까지. 그닥 의식한 것 같지 않음에도 그렇게 자연스럽게 장면이 나오더라는 것은 그동안 청춘불패의 문제가 - 아니 구하라가 병풍화된 것이 어디에 이유가 있었는가를 알 수 있게 한다. 확실히 재미있었다.
그리고 더불어 청춘불패 출연자들의 예능감이라는 게 그닥 기대할만한 것이 못된다는 것도. 김신영도 나름대로 애쓴다고 애쓰는데 연기력들이 너무 못 따라준다. 다만 쉐프 김신영의 자리를 노리는 백지 한선화의 역할연기만큼은 자연스럽고 재미있었다. 상황극이라는 게 그렇게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할 텐데, 뭔가 중간에 억지가 끼어드니 결국에 서로 역할을 인식못하고 허둥대느라 모든 게 어색하고. 아무리 생각해도 대본인데 연기를 못한 것 같단 말이지. 구하라도 역시.
몸이 피곤해서인가 재미는 그냥저냥했다. 사실 그보다는 구하라가 힘을 빼고 한다니 나도 힘을 빼고 보려고. 그래서 힘을 빼고 본 탓에 기억나는 것도 얼마 없다. 그냥 구하라 예뻤다. 노유민과 신동과 잘 놀았다. 유리는 가발이 잘 어울렸다. 뭐 그 정도? 그 자리에 김태우가 있었으면 더 재미있었을 것이라는 것은 나의 김태우에 대한 믿음이자 기대일 테고. 다음주는... 어쩐지 예능스러울 것이라는 것이 오늘 확인한 출연자들의 예능감으로 인해 꺼려진다. 봐야 할까? 흐음...?
어쨌거나 아침에 기사를 봐서인가 힘을 뺀 듯 자연스럽게 임하는 구하라의 모습이 더 눈에 들어왔다.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웃고 떠들고 장난치고... 아직은 조금은 힘이 남아 있는 게 보이지만. 그러나 나이를 생각하면 너무 많은 것을 바래서는 안 되겠지. 이만하면 만족이었다. 좋았다. 구하라 때문에 보는 프로그램이므로. 아마 다음주도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봐야 하지 않을까. 아무튼 그랬다. 괜찮았다.
아, 그러고 보니 구하라 이름 앞에 "해맑은" "순수한" 이렇게 자막 넣은 게 이번에 제작진이 미는 구하라의 캐릭터인가? 개인적으로 이런 건 유리 쪽이 더 어울릴 것 같은데. 구하라는 좀 더 개구진 게 어울릴 것 같다. 개구진 왈가닥 동생과 순진한 언니, 딱 그림이 나오지 않는가? 오늘 가발 가지고 서로 놀 때도 그게 나왔었는데. 유리는 개울에 발 담그고 구하라는 그것 보면서 노유민 놀리고. 뭐 알아서 잘들 하겠지만. 문득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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