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항상 하는 말이 있다. 미국은 달란트, 일본은 캐릭터, 그리고 한국은 관계다. 아니나 다를까 다시 나쁜 버릇이 도진다. 아니면 처음부터 의도한 것인지 모른다. 추리의 여왕인데 그보다는 가족의 이야기가 우선이다.
차라리 처음부터 그렇게 시작했으면 더 나았을지 모르겠다. 가정주부가 주위의 일상적인 사건들을 자신의 추리력으로 해결한다. 괜한 거창한 사건들이 드라마의 일관성을 해친다. 그보다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추리에 공백을 만들고 만다. 추리를 하고 다음주로 넘겨야 하는데 정작 추리는 않고 애매하게 한 주를 끝맺고 만다. 그러니까 남의 시누이 일에 굳이 내가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충분한 서사를 쌓았어야 했다. 시청자 역시 유설옥(최강희 분)과 마찬가지로 시누이 김호순(전수진 분)의 행방을 궁금해하도록. 혹시 모를 상황에 안타까움을 느끼도록. 전혀 상관없는 하완승(권상우 분)의 약혼이야기가 절반 가깝게 차지한다. 시누이의 실종에 다급해하는 유설옥에게 이입하려 해도 김호순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다시피 하다. 그러면 전혀 모르는 사이에도 감정을 이입할 만큼 유설옥의 캐릭터는 충분히 구축되었는가. 그저 시어머니이고 시누이니까. 주인공의 가족이니까.
어찌되었든 추리하는 장면을 매주 보였어야 했는데, 최소한 다음주로 넘기려면 충분히 추리하는 장면을 보여주고 시청자가 이입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했다. 결국 남의 이야기 아닌가. 남의 가정사고, 남의 개인사고, 그러므로 굳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는 자기의 일이고 문제일 테고.
이번 방영분이 5회쯤에 배치되었어야 했다. 한 주를 마무리하는 6회에서는 적당히 사건이 일어나고 추리를 하는 장면을 보여주며 궁금증을 함께 남겼어야 했다. 같은 궁금증이라도 내 일일 때와 남의 일일 때 느끼는 감정의 차이는 크다. 충분히 이입할 수 있어야 더 흥미롭고 재미있을 수 있다.
주변의 이야기는 사족이다. 주객이 바귀고 만다. 주부인 주인공이 추리하는 이야기다. 내가 잘못 판단했는지 모르겠다. 그냥 추리만 하고 진짜 이야기는 따로 존재한다. 아니기를 바라지만. 재미가 없다. 안타깝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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