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전설의 고향을 보면 가장 무서웠던 것이 귀신이 나오기보다 귀신이 나타나기 전 아직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였다. 아무것도 없는데 문이 열렸다 닫히고, 바람이 불며 촛불이 꺼지고, 덜덜덜...
모든 공포영화에서 가장 무서운 순간이 귀신이든 괴물이든 눈앞에 나타나기 직전이다. 사실 나타나고 나면 별 것 아니다. 그러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 사람은 더 큰 공포를 느낀다. 왜? 그것은 바로 자기 자신에게서 비롯된 것이므로.
자기가 생산해내는 것이다. 자기가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래서 더 믿는다. 문제는 항상 그같은 상상은 자기가 할 수 있는 그 이상을 노린다는 것이다. 자기가 무섭다고 여기는 그 이상을 상상은 추구한다.
벌써 돌아다니는 이유들이 그렇다. 박재범이 저질렀을 것으로 여겨지는 사생활의 문제들에 대한 온갖 추측들이. 여기서 또 나오는 말,
"설마 JYP가 아무 이유없이 그랬겠느냐?"
세상에서 가장 어이없는 논리가 그것이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느냐?"
그러나 정작 아궁이에 불때는 것을 보여주기보다 굴뚝에 연기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기칠 때 가장 많이 써먹는 방법이다. 사람은 자기가 똑똑하다고 믿을수록 더 쉽게 속아넘어가니까. 아궁이에 불 때는 모습을 보고서는 안 믿어도 굴뚝에 연기나는 것을 보고서는 믿어버린다. 자기가 만들어낸 상상에 충족하므로.
정말 지능적이라는 게 이런 것이다. 사실상 밝힌 건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아무것도 없기에 사람들은 상상력을 펼치게 된다. 이럴 것이다. 저럴 것이다. 그것도 상상할 수 있는 거의 한계로. 이미 한 번 경험해 본 인간들이기에 박재범을 인간쓰레기로 만드는데는 주저가 없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퍼지고.
여기에 피해자 논리도 가능하다.
"박재범 돌아오면 JYP에게도 이익인데 왜 그랬겠느냐? 그럴만한 사정이 있지 않았겠느냐?"
그러나 누구도 그 이익에 대해서는 모르지 않는가. 역시 상상일 뿐. 그러나 자기 안에서 만들어진 상상은 자기애로 인해 그것이 사실로 확정되어 버리는 것이다. 똑똑하다 여기는 사람일수록. 논리적이라 여기는 사람일수록. 만일 그런 것을 노린 것이라면 박진영은 천재란 말도 부족할 것이고.
더구나 그 죄목이라는 것도 우습다.
"법적인 문제까지는 아닌데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만한 도의적인 문제"
도대체 그게 뭘까? 법적인 문제까지는 아니니 JYP 쪽에서 사법적인 판단을 관계기관에 요청해야 할 의무는 없다. 사실규명을 위해 노력해야 할 책임도 없고. 그럼에도 사회적인 파장이 클 만한 도의적인 문제란? 남은 2PM의 멤버들마저 피해자로 만들만한 문제란?
범위는 그다지 넓지 않다. 사법적인 문제까지는 아니면서 사회적인 파장이 있을만한 - 회사 차원에서도 소속 연예인을 보호해주지 못할 - 같은 동료마저도 등돌릴 수밖에 없는 문제란 그리 많지 않으니까. 가장 파렴치하고 가장 혐오스런 어떤 것들. 차라리 말하지 않았으면 모르겠는데 - 아니 차라리 사실을 적시했어도 이렇게까지 커지지는 않았을테지만, 그러나 이미 그에 대한 상상은 불이 붙고 말았다.
하여튼 돌아다니다 별별 소리들을 다 듣고 만다. 이미 던져진 떡밥을 물고 무럭무럭 상상력을 키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이미 근거는 던져졌겠다 그에 맞춰 자기 자신의 현명함을 과시라도 하려든 듯 그에 맞춰 상상력을 전개하며 그것을 믿어버리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정말 이래서 사기라는 게 인간 사회에서 사라지지 않는구나.
그렇게 박재범은 도저히 구재할 수 없는 인간말종에 쓰레기가 되고, 박재범 팬들은 무개념 빠순이들이 되고, 2PM팬클럽은 집단광기로 몰리고, 그러면서 2PM 다른 멤버들과 팬들은 그들로부터 분리되고, 아니 정확히는 박재범과 그 팬이 사회로부터 격리된다는 것이 옳을 것이다. 아주 착착 뜻한대로 들어맞아간달까?
개인적으로 박진영이 중국의 삼국시대나 일본의 전국시대로 가서 활약하는 것을 한 번 보고 싶어진다. 꽤 유능한 책략가로 제법 활약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절대 같이 사업해서는 안되는 사람 1순위다. 나로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된다. 부디 오래 살고 싶으니.
아무튼 사람들 하는 소리들 들을수록 박진영의 무서움을 깨닫게 된다. 한 사람 매장하기가 이렇게 쉽구나. 다른 기획사에서 배우지나 말았으면. 무섭다. 인간이. 그런 박진영에게 찍힌 박재범이 가엾고.
괴물은 다른 곳에 있는 게 아니다. 가장 흉측한 괴물은 자기 자신에 있다. 허황된 믿음과 그 믿음에 대한 확신. 과연 자신은 그런 괴물을 키우고 있지는 않은가. 참 인간이 더럽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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