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숲 - 여전히 오리무중, 집요하고 악랄하다!

설마 여기서 이런 반전을 보일 줄이야. 아무리 그다지 비중도 없어 보이던 윤과장(이규형 분)이 가영을 납치한 범인일 수 있다니. 뭔가 단서라도 줬어야지 이건 너무 뜬금없다. 그래서 부쩍 의심부터 든다. 이창준(유재명 분)의 아내 이연재(윤세아 분)가 그랬던 것처럼 이마저 작가의 함정은 아닐까.

만에 하나 윤과장이 가영을 납치한 진짜 범인이 맞다면 사건의 진실 역시 지금까지의 예상을 뒤엎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윤과장이 박무성까지 살해한 것이 아니라면 박무성의 살인범은 따로 있다. 과연 윤과장과 박무성을 살해한 범인 사이에 구체적인 모의가 있었는가, 아니면 단지 우연히 두 개의 사건이 연이어 일어난 것 뿐인가. 무엇보다 후자의 경우 목적과 동기가 서로 같은가 하는 여부가 남아 있다. 둘 다 모두 같은 대상을 염두에 두고 범죄를 저지른 것인가. 아니면 그마저 서로 전혀 다른 목적과 동기에 의한 우연에 지나지 않는가.

물론 중요한 것은 어찌되었든 사건이 가리키는 끝에 국내 굴지의 한조가 있고, 한조의 총수 이윤범(이경영 분)이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곳에는 청와대수석비서관이 된 이창준도 버티고 있다. 벌써 한 차례 특임팀이 해체될 뻔한 위기까지 겪었다. 언제나 의문은 하나다. 살인범이 누구이고, 납치범의 동기와 목적은 무엇이고, 그러나 무엇보다 지금까지 밝혀진 많은 사실들이 가리키고 있는 그들에게 어떻게, 어떤 경로와 방법으로 다가갈 것인가. 그들이 감추고 있는 진실을 낱낱이 밝히고 체포하여 법의 처벌을 받도록 해야 한다. 당연히 너무나 현실적인 시청자의 기대를 배신하는 결말도 아주 가능성이 없다고는 할 수 있다. 그마저도 충분히 시청자를 납득시킬 수 있다면 놀라운 반전이 될 수 있다. 이런 너무나 쉽고 간단한 예상조차 조심스러워진다는 점이 작가의 고약한 점이라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래도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지난회까지는 갈등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검찰이, 경찰과 시민이, 같은 특임팀 안에서 또다시 검찰과 경찰이. 박무성의 아들 박경완은 자신은 이해할 수 없는 아버지의 방식을 심지어 증오하고 있었다. 검찰로써 오로지 법과 진실만을 위해 타협하지 않는 검사 황시목(조승우 분)이 오히려 검찰이라는 조직 안에서 완전히 고립되다시피 따돌림당하고 있었다. 경찰이 시민을 폭행하여 고문하고도 오히려 시민의 무고로 몰아가고, 사회의 부정과 비리를 파헤치겠다던 특임팀 안에서 검찰과 경찰이라는 입장이 충돌하며 형사 장건(최재웅 분)이 강하게 불만을 드러내며 뛰쳐나갔었다. 결국 그렇게밖에는 안되는 것인가. 그것밖에 안되는 것이었는가. 그같은 개인과 개인, 조직과 조직 사이의 갈등들이 사회의 불합리와 부조리를 만들어낸다. 부정과 비리를 감추고 만다. 마치 아무 감정없이, 어떤 개인적인 인정이나 배려도 내비치지 않으며 오로지 법과 진실에만 충실한 황시목의 방식이 옳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그런데 이번회차는 달랐다. 아들이 아버지를 원망하면서 그리워하고 있었다. 아버지를 미워했던 자신을 원망하고 있었다. 지금껏 황시목을 불편하게 여겨왔던 부장검사들이 특임팀을 지키기 위해 직접 검찰총장을 찾아가 담판까지 짓고 있었다. 이미 검찰총장의 이름으로 명령까지 내려간 사안이고, 부장검사들의 그같은 행동이 자칫 항명으로 비쳐질 수 있었음에도, 그러나 스스로 검사인 자신에 솔직해지고 정직해지고 싶은 것은 황시목이나 닳고 닳은 부장검사들이나 크게 다르지 않았었다. 형사계장까지 직접 고문에 가담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고문하는 현장을 보면서도 방관했고 피해자를 몰아가는 현실을 보면서도 침묵했었다. 하지만 직접 피해자를 찾아가 무릎꿇고 사죄까지 한다. 하필 계장의 사죄를 받고 박경완은 아버지의 기억을 떠올린다. 경찰이라는 조직과 개인의 양심 사이에서 내린 나름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여기에 지난회차에서 특임팀을 박차고 뛰쳐나갔던 장건까지 머쓱한 표정으로 소주와 함께 특임팀으로 돌아온다. 그러니까 조금은 더 사람들을 믿고 그들에 기대도 좋지 않겠는가. 황시목을 향한 제안과도 같다. 박경완의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증오는 어쩌면 황시목의 개인사와도 닿아 있는지 모른다.

마침내 이윤범이 남모르게 추진하던 계획의 전모가 드러난다. 이건 그냥 딱 봐도 비리가 맞다. 일본의 방산장비는 가격에 비해 성능이 형편없기로 유명하다. 거꾸로 성능에 비해 가격이 터무니없기도 하다. 기술력도 기술력이지만 그보다는 자위대의 제한된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국산화를 고집하는 경향이 가장 주된 원인일 것이다. 자위대가 필요로 하는 장비의 양은 제한되어 있는데 굳이 자국내 방위산업을 지키겠다고 비싸게 라이센스를 얻거나 아니면 아예 막대한 비용을 들여 자체개발을 한다. 그나마 라이센스는 나은데 자체개발을 할 경우 개발비용은 생산된 장비의 도입가격에 더해지게 된다. 같은 비용을 들여 개발했어도 더 많은 양을 생산해서 팔았을 때 가격은 더 싸질 수 있는 것이다. 일본은 기본적으로 그것이 안된다. 그런데 다른 것도 아닌 그런 나라에서 생산된 레이더라니. 그것도 국적까지 속여가면서. 군인이 직접 개입했다면 생계형이 되었을 텐데 국방부 장관이 현역은 아닐테니 이것은 빼도박도 못할 부정이고 비리다.

전혀 뜻밖의 사연이 성문일보와 한조그룹 사이에 숨겨져 있었다. 성문일보 사장이 원래 한조그룹 회장의 딸 이연재와 혼담이 오가던 당사자였다. 이창준이 등장하면서 혼담은 물건너가고 고작 계열사의 사장에 만족해야 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당연히 사랑해서가 아니었다. 단지 자존심을 훼손당한 앙심이었고, 그로 인해 겪어야 했던 불이익에 대한 보복이었다. 바로 같은 재벌의 계열사인 성문일보가 한조그룹까지 연루된 스폰서 제보를 지면을 통해 폭로한 이유였다. 역시 같은 이유로 한조그룹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는 방산비리마저 황시목의 제보로 지면을 통해 폭로한다. 물론 그렇다고 황시목에 대한 의리같은 건 없었을 테니 이창준이 부르자 바로 명함을 건네며 제보자가 그였음을 바로 알린다. 어찌보면 참 치졸한 것인데 이마저 사회특권계급에 대한 작가의 냉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할 수 있겠다. 저들을 움직이는 원리는 정의나 진실이 아닌 욕망과 감정이다. 다름아닌 짐승의 그것이다.

어찌되었거나 그렇다면 성문일보에 제보한 사람은 사장이 속에 감추고 있는 감정마저 잘 알고 있는 주변인물알 가능성이 높다. 아직 한 번도 노출된 적이 없는 인물이거나, 아니면 전혀 뜻밖의 인물이 성문일보 사장과 접점을 가지고 있거나. 더구나 황시목의 추리대로 박무성을 살해하고 김가영을 납치한 - 김가영을 납치한 범인은 지금으로서는 윤과장이 가장 유력하기는 하지만 - 범인의 의도 역시 이윤범과 이창준의 죄악을 세상에 드러내기 위한 목적이었고 같은 인물이 맞다면 그 범인 역시 성문일보 사장의 주변 아주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한다. 갑작스럽게 굽이치고 요동친다. 이윤범이라는 하나의 큰 줄기로 모이는 듯 보이던 이야기가 성문일보라는 또 하나 굽이를 만나며 전혀 뜻밖의 변수가 드러난다. 전혀 생각지 못한 윤과장의 혐의가 드러나고 범인이 숨은 위치가 밝혀졌는지 모른다. 하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단정지어 예상할 수 없다. 아주 못된 사람이다. 아직은 그저 황시목과 특임팀을, 작가의 뒤만을 부지런히 좇아가야 한다. 과연 단서를 다 보여주긴 한 것일까?

이창준에게도 정의롭던 검사시절이 있었다. 정의롭던 검사 이창준을 보고 황시목은 그것을 자신의 길로 삼았었다. 서동재(이준혁 분) 역시 영일재(이호재 분) 전장관고 나름대로 인연이 있었고 영은수(신혜선 분)에 대한 호감이 있었다. 밖에서 볼 때는 그저 부패한 검사에 지나지 않지만 그에게도 다른 사람과 같은 인간적인 매력이 있었다. 개인이 악한 것인가? 아니면 세상이 악해서 개인이 악해질 수밖에 없는 것인가? 아버지를 위해 영은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황시목과 같은 괴짜도 있다. 검찰이 황시목을 위해 움직인다. 상징적일지 모른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타락케 했는가.

마치 누군가 치밀하게 범죄를 모의하며 쓴 계획서 같다. 어떻게 하면 들키지 않고 완전범죄를 꾸밀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하면 시청자에게 들키지 않으면서 매번 시청자를 놀래킬 수 있을 것이다. 전부터 느낀 것이지만 작가가 아주 사람이 나쁘다. 그냥 지켜봐야 한다. 기분 좋은 불쾌감이다. 날이 너무 덥다. 시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