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마녀의 법정 - 백민호라는 실마리, 조갑수에게로 다가갈 단서를 잡다

까칠부 2017. 11. 1. 10:30

얽히고 꼬인 매듭을 풀기 위해서는 먼저 그 시작이 될 수 있는 한쪽 끝부터 찾아야 한다. 그것을 실마리라 부른다. 그 실마리를 찾아서 하나씩 조금씩 서두르지 않고 풀어가다 보면 언젠가 매듭은 자연스럽게 풀려 있을 것이다. 전혀 뜻밖에도 조금의 틈도 허락지 않던 조갑수(전광렬 분)에게 비서실장 백상호(허성태 분)의 동생 백민호(김권 분)가 그런 존재였던 모양이다.


솔직히 처음 백민호에 대해 사족이 아닌가 불만을 가졌었다. 마이듬(정려원 분)과 여진욱(윤현민 분)을 중심으로 드라마의 제목처럼 여성아동범죄의 수사와 재판을 보여주는 것만도 버거워 보였던 때문이었다. 더구나 이미 한 번 민지숙(김여진 분)을 좌절시켰던 지독히도 치밀하고 교활한 거악 조갑수(전광렬 분)를 상대로도 힘든 싸움을 해야만 한다. 심지어 얼핏 백민호와 허윤경(김민서 분) 사이에 너무나 흔하고 뻔한 감정이 생기려는 듯 보이기도 했었다. 굳이 그런 것이 지금 이 드라마를 위해 필요한 것인가.


역시나 조갑수의 통제를 벗어난 망나니 처조카 안태규(백철민 분)가 그를 공략할 수 있는 틈이 되어 주고 있었다. 이미 한 차례 허윤경이 백상호의 호출을 받고 안태규가 친 사고의 뒷수습을 해 준 바 있었다. 그 과정에서 조갑수의 비밀장소가 민지숙에게 노출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형제그룹과 조갑수라고 하는 너무나 큰 그늘이 그를 직접적으로 수사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을 예상케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조갑수의 빈틈인 안태규의 빈틈은 어디일까? 하필 조갑수가 비서실장 백상호에 대한 절절한 애정과 신뢰를 털어놓은 다음이라 더 흥미롭다. 과연 조갑수는 백상호를 위해 굳이 상관도 없는 백민호의 구명에 나설 것인가.


미성년자 성매매로 잡혀온 공수아(박소영 분)은 그 자체로 완결될 독립된 사건으로써 등장한 것이 아니었다. 마이듬을 안태규에게 안내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미성년자 성매매를 알선한 포주 장어(김기무 분)의 협박에 의해 안태규에게로 보내졌고 그리고 실종되었다가 이튿날 폭행당한 시신이 되어 발견되고 있었다. 백상호가 안태규가 공수아를 끌고가는 것과 다시 그녀를 자신의 차 트렁크에 싣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안태규에 의해 안태규의 차를 운전한 것은 술에 취한 백민호가 되었고, 성매매앱을 통해 장어에게 신분을 인증하고 공수아를 부른 것도 백민호로 되어 있었다. 아무리 봐도 모든 정황이 백민호가 공수아를 살해한 범인임을 가리키고 있었다. 더구나 전날밤 마이듬이 형제로펌 옥상에서 일으킨 소동을 정작 형제로펌에 있었다던 백민호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의심은 확신이 된다. 백상호가 모든 진실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은 확신을 가지고 백민호를 범인으로 여기고 뒤쫓고 있다. 백상호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


안태규라는 구멍이 백민호를 끌어들이고, 백민호는 다시 조갑수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최측근 백상호에게로 이어진다. 정확히 선택은 조갑수가 해야 한다. 자신의 오랜 최측근인 백상호를 위해서 위험을 감수할 것인가. 아니면 아예 모든 가능성을 주변에서 제거할 것인가. 어쩌면 백상호야 말로 조갑수를 몰락시킬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마이듬의 어머니 곽영실(이일화 분)을 제거하도록 조갑수로부터 지시받은 것도 바로 백상호였다. 이 과정에서 최근 분량도 뜸했던 형제로펌의 허윤경은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도 궁금하다.


무모했다. 무작정 찾아가 따져묻기부터 했다. 아무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도발부터 하고 있었다. 하필 그 순간 공수아로부터 도와달라는 음성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검사로서의 자기 임무를 뒤로 한 채 자신의 감정에만 충실했었다. 얻은 것이라고는 없이 괜히 조갑수의 경각심만 키운 꼴이 되었다. 하긴 감정이란 자체가 생각처럼 마음대로 통제되는 것이 아니기에 감정이라 불리는 것일 게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미칠 것 같고 죽을 것 같기에 그렇게라도 해야만 했었다. 조갑수의 반격은 그에 비하면 너무 치졸할 정도로 확실한 것이었다. 여진욱은 어머니에 대한 의심을 확신으로 바꿔가고 있었다.


하나의 죽음이 하나의 의혹으로 그리고 더 큰 진실로 발전해간다. 어머니가 과거 겪었던 끔찍한 일들을 수사파일을 통해 확인한다. 그리고 너무나 뻔뻔스럽도록 태연한 조갑수의 모습을 떠올리며 구토를 하고 만다. 개인의 복수지만 사회의 정의다. 살해당한 공수아의 발에 신겨 있는 양말을 본다. 조갑수가 안태규를 폭행하고 안태규가 공수아를 살해한다. 죄의 유기체다. 진실의 구조다. 겨우 그 끄트머리를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