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매드독 - 다시 적진으로, 쉽지 않은 태양생명의 진실

까칠부 2017. 11. 2. 06:40

그렇게 서로 사는 세계가 다른 것이다.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는 모든 것이 다르다. 그 사실을 비로소 깨닫는다. 결정적인 순간 그들은 서로에게 솔직해질 수 없었다. 잠깐 동요하기는 했지만 눈앞에서 사람을 죽인 이야기를 듣고서도 결국 차홍주(홍수현 분)는 태연할 수 있었다. 아버지를 잇는 후계자는 자신이어야 한다.


아직도 박무신(장혁진 분)이 의심스럽다. 차준규(정보석 분) 회장에게 직접 보고하던 인물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마음을 돌려서 최강우(유지태 분)의 편에 선다. 최강우를 위해 기껏 2년 동안 묻혀 있던 진실들을 밝히는 것을 돕는다. 그 결과 매드독과 매드독을 돕는 형사 조한우(이준혁 분)에 대해 더 깊이 알게 되었다. 조한우에 대해 최강우에게 묻는데 너무 능청스럽도록 자연스럽다. 함정은 되도록 가까운 곳에 상대가 진짜 원하는 미끼를 가지고 쳐야만 한다.


어쨌거나 결과적으로 2년 전 항공기사고의 진실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아직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나 그럼에도 사고의 조사가 그런 식으로 이루어진 이유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는 채다. 결국 주한항공의 후계승계와 관계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주한항공을 노린 차준규의 계획과도 관계가 있을 것이다. 고진철을 살해한 이영호 주한항공 법무팀장의 뒤에는 차준규가 도사리고 있었다. 원래는 차준규의 사람이었고 주한항공으로 옮기고서도 여전히 차준규에게 충성을 바치고 있었다. 주한항공의 주식현황을 이영호로부터 보고받고 있었다. 주현기(최원영 분)는 그 사실을 알고 그를 의심 - 아니 확신을 가지고 대하지만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는 사정이 그에게 숨어 있다. 결국 그 사정이 최강우와 매드독이 찾는 진실과 닿아 있을 것이다.


"질문지에 있는 말만 하라고? 그게 기자냐?"


주현기를 인터뷰한 기자의 이 말이 사실 드라마의 내용보다 더 인상에 깊이 남았다. 사실 기자 타이틀만 달면 이메일로 수도 없이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그것 그대로 옮겨쓰기만 해도 평생 기사걱정은 없을 정도다. 하지만 고작 상대가 전해주는대로 받아쓰기만 할 것이라면 기자라는 직업이 굳이 필요없지 않겠는가. 기사는 보도자료를 쓰는 당사자들이 쓰고 언론은 그것을 그대로 언론의 이름으로 싣기만 하면 된다. 그래서 저 대사의 앞에는 단서가 붙는다.


"알바는 알바답게"


최근 이슈가 되었던 이영학 사건만 하더라도 기자들이 조금만 이영학씨나 그 주변에 대해 알려 노력했으면 이렇게까지 사건이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동네 주민들이 다 알고 있던 이영학의 진실을 조금만 알려고 기자답게 수고를 했더라면 일찌감치 그의 일탈을 저지할 수 있었을지 몰랐다. 하지만 그냥 이영학이 불러주는대로 기사를 받아쓴 결과 이영학은 마음껏 폭주하며 자신의 욕망을 채울 수 있었고 그것이 결국 그와 같은 끔찍한 결과로 이어지게 되었던 것이었다. 


기레기가 괜히 기레기가 아니다. 진짜 필요한 진실에 대해서는 눈감고 그저 손쉽고 만만한 대상에 대해서만 기자의 책임과 명예가 아닌 권리와 권위만을 앞세운다. 언론과 표현의 자유는 자신들의 일탈을 변명하기 위한 수단으로써만 존재한다. 물어야 할 것이 있으면 묻고 취재해야 할 것이 있으면 취재해야 한다. 일용직이라서 꺼리지 않고 상대가 대기업 후계자라고 두려워하지 않는다. 무엇이든 물을 수 있고 무엇이든 취재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정식기자가 아니라는 것이 의도한 것인지 현실을 말해주는 듯하다.


다시 태양생명으로 돌아간다. 차홍주는 어떨지 몰라도 차준규는 최강우가 마음대로 속이고 농락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도박이다. 게임이다. 그렇게 적진에 제발로 들어가서 무엇을 얻고 어떤 진실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인가. 김민준(우도환 분)은 최소한 이번 회차에서는 활약이 없었다. 활약은 커녕 민폐에 가까웠었다. 보험회사는 최강우가 더 잘 안다. 이마저도 진짜 싸움의 시작이 아니라면 참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다.


아무튼 사설보험조사팀이라는 설정도 이렇게 물건너 가버리고 말았다. 매회 하나씩 사건을 해결해가며 조금씬 단서를 쫓아 진실에 다가가는 것이 아닌 하나의 진실에 올인하는 구조다. 사실상 더이상 사설보험조사팀 매드독의 영업은 중단된 상태라 봐야만 한다. 최강우의 진실을 쫓는 손발 역할이다. 최강우 한 사람과 그의 이야기만 결국 남게 된다. 처음의 소재와 설정을 유지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이제 곧 주현기가 정식으로 주한항공의 후계자로 경영권을 물려받게 된다. 그렇게 쉽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주현기와 다른 차준규만의 욕심과 속내가 있다. 그리고 고래 싸움에 새우처럼 매드독이 그 사이에 끼어들고 있다. 지금까지는 너무 순조로웠다. 겨우 이영호의 끝자락을 잡았다. 아직도 시작단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