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검사들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미 담당하고 있는 사건이 있다. 그리고 사건의 수사가 한창 진행중에 있다. 그런데 자기들 개인적인 의문과 의혹을 풀자고 아예 사건에서 손을 놓아 버린다. 중요참고인인데도 병실을 지키는 경관 하나 없다. 경찰이 무심코 지나쳤어도 그것을 지적하고 옳게 지시하는 것이 수사지휘권을 가진 검찰의 역할 아니겠는가.
확실히 경찰 내부에 끄나풀이 있다. 경찰 내부에서 정보를 주지 않고서는 담당형사들의 신상을 저렇게 정확히 파악하고 있을 수 없다. 더구나 검경의 함정수사에 걸려 체포된 공수아(박소영 분)가 병원에서 수술받고 자신의 신상에 대한 정보까지 털어놓은 사실을 벌써 모두 알고 있었다. 심지어 할머니를 찾아가서 인질로 잡고 협박전화를 걸고 있었다. 함정수사를 기획한 현장은 아닐지라도 더 윗선이나 주위에 그와 줄이 닿아 있는 인물이 있다. 원래 대부분의 수사드라마에서는 첫단계에서 그것부터 의심하는 것이 수순이었는데. 아니라면 어떻게 일개 포주가 담당형사들의 신상을 알고서 매번 교묘하게 빠져나갈 수 있겠는가.
마이듬(정려원 분)에게는 그 말이 그리 아프게 들렸을 것이다. 엄마 아빠가 없어 본 적이 없지 않은가. 그래도 공수아는 할머니라도 있지 않은가. 아니 어쩌면 그런 할머니조차 없었기에 약해질 겨를조차 없이 때로 독기까지 품어가며 악착같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 수 있었는지 모른다. 의지할 수 있다는 것은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을 희생해가며 지켜야 할 대상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것을 포기해야만 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수아가 그랬다. 차라리 아예 혼자였다면. 그럼에도 검사가 되기보다 자신을 지켜주고 자신이 지켜야 할 가까운 누군가와 체온을 느끼며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더 부러운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문득 필사적으로 할머니를 지키려는 공수아의 맨발을 보고 어울리지 않게 양말을 사서 선물하는 것도 그래서였을지도.
결국 마이듬과 조갑수(전광렬 분)가 이어진다. 어렸을 적 어머니를 찾으며 의지했던 동급생의 아버지 형사(정희태 분)로부터 어머니가 중요참고인이라며 찾았었던 검사의 이름을 듣는다. 바로 자신의 상사인 민지숙(김여진 분)이었다. 그리고 무작정 찾아간 민지숙의 사무실에서 어머니의 이름과 함께 조갑수의 얼굴을 보게 된다. 그리고 한 쪽에서는 여진욱(윤현민 분)이 확신에 가까운 의혹을 어머니 고재숙(전미선 분)에게 물어 확인하고 있었다. 마이듬과 여진욱의 사이가 지나치게 빠르게 진전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장차 고재숙과 마이듬의 어머니 곽영실(이일화 분) 사이의 악연이 밝혀졌을 때 아직 진전도 안된 사이라면 너무 심심해진다. 두 사람 사이가 어느 정도 진전이 되고 그런 사정을 비극으로 여길 수 있어야 극적 긴장도 높아진다. 부지런히 분량을 소모해가며 두 사람 사이의 진전에 많은 것을 쏟아붓는다. 때로는 지루하고 지겨울 정도로.
뜻밖에 조갑수의 비서실장인 백상호(허성태 분)가 진실의 중요한 열쇠가 되어줄지도 모르겠다. 단순히 사람을 납치해서 감금하는 것과 아예 죽여서 없애버리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하물며 백상호 또한 과거 한 때 경찰에 몸을 담았었다. 고재숙의 아들 여진욱이 곽영실의 가족을 찾는다는 사실을 들어 알게 된 조갑수가 은밀히 백상호에게 곽영실의 제거를 지시한다. 물론 적시해서 어떻게 하라 지시한 것은 아니었다. 은유였지만 측근인 백상호라면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게 지시하고 있었다. 그것을 백상호가 과연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무엇보다 가장 측근이 중요한 단서를 감추고 있는 것은 장르적인 클리셰이기도 하다. 그나저나 백상호의 동생은 또 왜 허윤경(김민서 분)을 찾아간 것일까? 지금 단계로서는 그저 사족으로만 여겨진다. 아니면 조갑수를 공략할 틈으로 여겨지는 처조카 태규와 관련된 장치로써 작용할까?
지난회 태규에게 폭행당하고 합의했던 피해자가 사실은 민지숙과 손잡고 태규의 주위를 살피기 위해 계획적으로 접근한 것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태규를 통해 조갑수의 아지트라 할 수 있는 호텔 킹덤의 내부정보를 확보하려 했었다. 마침 마음대로 킹덤을 드나들다가 태규가 조갑수에게 무참히 폭행을 당한다. 조갑수에 대한 태규의 반감도 변수다. 별 내용은 없다. 조금 호흡이 늘어진다. 낭비가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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