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매드독 - 장기판의 말로 전락한 매드독, 함정에 빠지다

까칠부 2017. 11. 9. 09:29

세상일이라는 게 드라마에서처럼 그저 쉽고 단순하지만은 않다. 그래도 굴지의 대기업 회장이다. 그 회장의 비밀스런 사적 공간이다. 더구나 바깥에 알려져서 안되는 비밀들을 감추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런데 아무 직책도 없는 외부인들이 그러잔다고 그 안을 마음대로 드나든다는 것이 과연 가능하기는 할까? 당장 대기업 근처만 가봤어도 그 보안이 얼마나 철두철미하게 이루어지는지 대충 훑어보아도 알 수 있다.


너무 쉬웠다. 너무 잘 풀렸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진짜다. 차준규(정보석 분)도 주현기(최원영 분)도 매드독의 존재를 안다. 그들의 구성과 목적에 대해 훤히 꿰뚫고 있다. 최강우(유지태 분)의 머리 위에서 논다. 최강우와 김민준(우도환 분)이 꾸민 계략을 이용해서 오히려 그들을 함정에 빠뜨리려 한다. 서로가 서로를 노리는 가운데 최강우와 매드독을 이용해서 서로 상대가 가진 패를 빼내려 시도한다. 고작해야 그들은 저 높은 곳에 있는 저들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일개 장기판의 말에 불과하다.


아니나 다를까 차홍주(홍수현 분) 역시 그런 저들 무리의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아닌 척 모르는 척 하지만 어떻게든 당시의 사고와 연관되어 있었다. 그런 차홍주의 감추고 싶은 비밀을 억지로 들추며 괴로워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흡사 좋아하는 여자아이를 일부러 괴롭히는 초등학생 남자아이 같다. 세상일이 그저 우습다. 마음만 먹으면 된다. 하고자 하면 그렇게 된다. 그리 하라 되라 지시만 해도 거의 대부분 그대로 이루어진다. 흉물스런 괴물의 모습이다. 차라리 드라마에나 존재하는 허구이기를 간절히 바랄 뿐. 그에 비하면 일류사기꾼을 자처하는 김민준도 얼마나 순진한지. 매번 자기 얼굴을 드러내고 사기를 치는데 매번 통할 거라 여기는 것인지. 자기 조직조차 없이 그저 매드독팀의 도움만 받고 있다.


매드독이 얻는 정보도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순조롭게 보이는 상황들도 그들이 잘해서 그런 것이 결코 아니다. 비로소 적의 실체가 드러난다. 적들이 무엇을 가지고 있고 두려워하는게 조금씩 알게 된다. 그리고 그들 앞에서 자신들이 얼마나 작고 약한지도. 조한우(이준혁 분)의 배신에도 차마 마음놓고 화도 낼 수 없는 이유다. 어차피 비슷한 처지다. 힘도 없고 가진 것도 없으면 그만큼 유혹에 쉽게 휘둘릴 수밖에 없다. 차라리 가련해서 화가 나고 어쩔 수 없어서 마음에 없는 욕설만 내뱉고 만다.


어쩌면 이제부터가 진짜 드라마다. 이길 수 없는 상대임을 알았으니 어떻게 이겨야 하는가 판타지가 남았다.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상대인데 이겨야만 하는 판타지를 보여주는 일만이 남아 있다. 정체도 모두 들키고, 의도까지 모두 알려진 상태에서 그들은 얼마나 효과적으로 차준규와 주현기에 맞서 2년 전의 진실을 밝힐 수 있을 것인가. 드라마이기에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그래서 기대한다. 드라마에서라면 결코 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