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보면 어릴적 들었던 수많은 이야기들이 이런 상투적인 대사로 끝을 맺는 것은 그래야 완결적인 재미를 줄 수 있었기 때문이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그러니까 얼마나 오래 어디서 어떻게 어떤 식으로 행복하게 살았는가를 다 듣고 있으면 어느새 지겨워진다. 신데렐라는 어떻게 왕자와 결혼까지 하게 되었을까? 백설공주는 이후 어떻게 왕자와 행복하게 살았을까? 백조가 되었던 왕자들은 다시 사람이 되어서 이후 어떤 삶을 살게 되었을까? '안나 카레리나'의 한 귀절처럼 모든 특수한 상황과 관계가 해소되었을 때 행복해지기 위한 과정이란 거의가 대동소이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것들에 더 관심을 가지는 사람도 있기는 하다.
원래부터 일상물과는 거리가 멀었다. 처음부터 일상적인 이야기들로 재미를 주려던 것이면 또 그것대로 그에 맞춰 재미있게 볼 수 있으면 되는 것이었다. 잔뜩 이런저건 사건들로 긴장을 고조시키고 모든 사건이 해결되고 나니 뻔한 일상의 이야기로 돌아온다. 그렇다고 분량이라도 짧으면 에필로그처럼 그냥 긴장을 풀고 가볍게 마무리하며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드라마가 때로 너무 분량이 길다 여기게 되는 것이 바로 이런 때다. 중간에 갈등이 해결되는 과정이야 디테일하다 할 수 있겠지만 모든 갈등이 풀리고 난 뒤의 이야기들이 너무 지루할 정도로 이어진다. 이미 드라마에 대한 집중은 완전히 흐트러진 뒤다.
16화라는 분량이 부족한 드라마도 있고 오히려 넘치는 드라마가 있다. 물론 그런 정해진 분량을 알뜰히 충실히 채워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작가와 제작진의 역량이기는 하다. 보는 내내 딴 짓하고, 그러다 지쳐서 다른 방송을 찾고, 그러고도 지루해서 그냥 아예 화면을 꺼 버린다. 그리고는 어느새 다음회에 대한 기대도 흥미도 모두 잃어 버린다. 이제 끝났구나. 다음 드라마를 찾아봐야겠다.
하지만 남들은 재미있게 봤다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나에게까지 재미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 드라마가 몇 있었다. 한창 재미있게 보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드라마에 대한 모든 기대와 흥미가 사라진다. 더이상 드라마를 보면서 집중할 수 없게 되어 버린다. 어쩌겠는가. 재미없는 드라마를 끝까지 지켜보는 것도 고문이다.
특정한 드라마에 대한 것이 아닌 드라마 전반에 대한 일반론이다. 에필로그는 한 회 정도로 적당하다. 갈등이 해소되고 긴장이 이완되는 데는 한 회 정도면 오히려 차고 넘친다. 지루해진다. 지겨워진다.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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