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음악들

서울시스터즈 - 첫차...

까칠부 2010. 3. 7. 01:02

 

 

 

 

첫 차

서울시스터즈

 

새벽안개 헤치며 달려가는 첫차에 몸을 싣고 꿈도 싣고
내마음 모두싣고 떠나갑니다  당신을 멀리멀리
이루지못할 사랑이라면 내가 먼저 떠나가야지
꿈같은 세월 짧았던 행복 생각이 나겠지만
아쉬운 정도 아쉬운 미련도 모두다 잊겠어요~

새벽안개 헤치며 달려가는 첫차에 몸을 싣고 꿈도 싣고
내마음 모두싣고 떠나갑니다 당신을 멀리멀리
멀어지는 당신을 생각하면 가슴을 적셔오는 지난추억
어차피 잊어야할 사람인것을 이토록 슬퍼질까
이루지못할 사랑이라면 내가 먼저 떠나가야지
꿈같은 세월 짧았던 행복 생각이 나겠지만
아쉬운 정도 아쉬운 미련도 모두다 잊겠어요~
새벽안개 헤치며 달려가는 첫차에 몸을 싣고
꿈도 싣고 내마음 모두싣고 떠나갑니다
당신을 멀리 멀리 당신을 멀리 멀리

 

 

아마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방실이 혼자 솔로로 데뷔할 계획이었었다. 그러나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도 가수가 노래만 잘한다고 뜨는 게 아니었다. 그리 예쁜 얼굴도 아닌데다 몸매까지 펑퍼짐하니 음반기획사 입장에서도 상당히 불안했을 것이다. 그래서 밤무대에서 활동하던 댄서 둘을 붙여 팀을 이루어 데뷔시키니, 그것이 서울시스터즈였다. 조금 심하게 말하면 방실이와 언니들.

 

확실히 셋이 같이 부르고는 있지만 정작 들리는 것은 방실이의 목소리였다. 무대에서도 육중한 몸으로 곧잘 안무를 따라추는 방실이의 존재감은 상당한 것이었다. 이미 그때부터도 방실이밖에 보이지 않았다. 아니 다른 두 멤버가 드러난 적이 있기나 한가? 거의 방실이 혼자만의 팀이라 할 정도로 방실이가 전부였고 나머지 둘은 말 그대로 나머지. 요즘 말로 쩌리였다. 이름도 잘 기억나지 않는.

 

그러나 노래 자체는 역시 이 둘의 목소리가 더해져야 제 맛이더라는 것이다. 들리기야 방실이의 목소리만 들리는 것 같아도, 코러스처럼 섞이는 두 사람의 목소리가 없는 방실이 버전은 너무 심심하다. 물론 방실이의 목소리는 훌륭하다. 노래 역시 맛깔나게 잘 부른다. 그러나 첫차는 역시 두 사람의 목소리가 더해져서 세 사람의 목소리로 들려야 비로소 첫차가 된다. 내가 서울시스터즈 버전을 가장 좋아하는 이유다. 다른 버전도 아닌.

 

1986년이었을 것이다. 서울시스터즈가 처음 방송에 모습을 나타낸 것이. 그리고 이듬해 소방차가 나왔다. 공교롭게도 인적구성이 비슷했다. 무게감 있는 가운데 멤버와 미끈하게 빠진 나머지. 차이라면 소방차의 나머지 김형태와 이상원은 나름 존재감이 있었다면 서울시스터즈는 처음부터 방실이 혼자였달까? 그래도 비교가 되었다. 방실이와 정원관, 서울시스터즈와 소방차.

 

그리고 이듬해인가 그 뒤인가, 이런저런 어수선한 소문들 끝에 2집을 끝으로 3집이라기도 뭣한 베스트만을 내고서 서울시스터즈는 해체되고 말았다. 뭔 사연이 있었던가는 솔직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단지 그렇게 서울시스터즈 해체되고 몇 년인가 있다가 방실이가 솔로로 나와 발표한 노래가 "서울 탱고". 확실히 방실이의 목소리는 도회적인 우울함에 어울리는 소울이 있다. 그리고 그 다음은... 결혼했다는 소식이 끝인가?

 

그러고 보니 서울시스터즈의 나머지 멤버들은 뭘 하는가 모르겠다. 아마 해체될 무렵 결혼 이야기도 나오고 했었던 것 같은데. 아, 확실하지는 않다. 워낙 존재감이 없던 다른 둘이라. 그러나 역시 말했듯 "첫차"는 방실이만이 아닌 이 둘의 목소리가 더해져야 제 맛이라는 것이다. 댄서에 거의 코러스 수준이기는 하지만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란 무척 크다. 그게 그룹이라는 것이니. 그래서 그룹인 것이다.

 

문득 떠올랐다. 떠오르기는 어제 떠올랐는데 도무지 이걸 어떻게 정리할지 감이 안 잡혀서. 기억도 잘 안 났다. 기껏 써 놓으니 영 봐주지 못할 글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거라고 그닥 나은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보다는 나은 것 같으니. 아무 생각없이 듣고 싶은 노래라... 사실은 새벽에 듣는 게 어울릴 노래일 텐데도, 떠오르는 것은 막 자정이 넘어간 심야다. 당시는 통행금지가 있었을 텐데도. 나도 아직 어렸고.

 

아쉽다면 역시나 저작권 문제 때문인지 서울시스터즈 버전의 "첫차"를 음원으로 구할 수 없었다는 것. 어디에도 없었다. 한국 대중음악계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일 것이다. 하나같이 한국 대중음악의 소중한 자산들일 텐데도 뻔히 있는 음악을 듣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내가 듣고 싶은 건 방실이도 슈퍼주니어도 아닌 서울시스터즈라는 것이다. 동영상 처음 인코딩해 올린 분께는 축복이 있으라. 아무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