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붉은 달 푸른 해 - 마침내 찾은 붉은 울음의 단서, 강지헌 쓰러지다!

까칠부 2018. 12. 28. 07:02

단 하나 확신할 수 있는 건 범인 붉은 울음은 지금까지 나온 사람들 가운데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 더 특정할 수 있다. 남자다. 남자 가운데서도 더구나 범인을 쫓으며 단련된 형사 강지헌의 추격을 그토록 오랫동안 뿌리치고 있었다. 건장한 편인 고성환을 격투 끝에 제압했고 강지헌 또한 몽키스패너로 한 방에 무력화시켰다. 물론 원래 달리기도 잘하고 싸움도 잘하는 여성일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그런데 지금까지 드라마에 그런 여성이 등장한 적이 있는가?


일종의 공식 같은 것이다. 모든 추리물을 작품에 등장한 증인과 증거들만으로 진실을 추리해내야 한다. 작품에 없던 인물과 증거로 진실을 밝히더라도 독자는 납득하지 못한다. 전에도 말했듯 스릴러란 관객과의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등장인물들의 동선을 쫓으며 관객도 함께 범인과 진실을 쫓는 추리에 동참한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뒤섞어 놓은 인물과 사건과 소품들 가운데 진실에 이르는 단서를 찾고 마침내 범인까지 추리해낸다. 말 그대로 하나의 약속이다. 진실도 범인도 작품 안에 있다. 그러니 관객도 함께 찾아보라. 그런데 정작 진실도 범인도 모두 작품 바깥에 있었다. 관객이 추리할 수 없는 인지 밖에 존재하고 있었다. 반칙이다. 절대 해서는 안되는 관객에 대한 배반인 것이다. 물론 그렇더라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평가는 갈릴 수 있다.


당연히 작가는 전작의 경우를 보더라도 그런 식으로 관객을 농락하는 것을 즐기는 타입은 아닐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짜임새있다는 것은 최소한의 인물과 단서들을 가지고 미로처럼 복잡하게 꼬아 놓는, 그러면서도 명확한 하나의 길을 교묘하게 숨길 줄 아는 능력이 있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등장인물은 그다지 많지 않다. 전작에서도 그리 많은 인물은 등장하지 않고 있었다. 제한된 공간 안에서 한정된 인물만으로 시청자를 마음껏 농락하고 현혹시키면서 결국에 작가가 내놓은 정답에 납득할 수 있도록 단서들을 배치해야 한다. 그것을 찾는 게임이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지금까지 나온 인물들 가운데, 나온 여러 사건이나 소품들 가운데 진실을 찾고 범인을 잡을 수 있는 단서가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것이 뭐냐는 것이다.


도무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지금껏 여러 추리를 해봤지만 모두가 빗나가며 자신을 잃어 버렸다. 설마 범인은 아직 작품 밖에서 등장할 때만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아직 아무 단서도 주어지지 않은 채 적당한 때가 되기만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닐 것이라 알고 있기에 더 혼란스럽다. 분명 작품 가운데 있다. 범인도, 진실도, 그를 위한 단서도. 다시 처음부터 꼼꼼히 반복해서 찾아볼까? 하지만 그 또한 스릴러란 게임에서 관객이 저지르는 반칙이라 할 수 있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리플레이할 수 있는 것은 심판 뿐이다. 게임의 무대 위에서는 플레이만 있을 뿐 리플레이는 있을 수 없다.


고성환이 살해됐다. 고성환이 이미 자신의 아이를 살해하여 암매장한 사실도 밝혀졌다. 하나가 자신의 동생인 아이가 죽고 암매장당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 아마 하나의 엄마가 하나를 데리고 고성환으로부터 벗어나려 한 이유였는지 모른다. 그리고 마침내 고성환을 살해한, 지금껏 아동을 학대한 부모들을 응징해 온 연쇄살인범 붉은 울음에 접근할 단서를 찾아낸다. 민하경으로부터 차우경에게 붉은 울음과 접속할 수 있는 사이트의 주소와 비밀번호가 전해진다. 개인이 아니었다. 붉은 울음은 개인이었지만 그곳에는 아동학대에 분노하며 범인을 응징하기를 바라는 다수의 회원들이 있었다. 민하경도 그 일원이었다.


붉은 울음을 유인한다. 차우경 개인의 경험에 근거한 거짓 제보로 붉은 울음을 유인해서 체포하려 한다. 그래도 한 가지 단서는 남겼다. 붉은 울음은 남성이다. 아니 글을 쓰는 사이 생각이 바뀌었다. 과연 강지헌을 제압한 범인이 붉은 울음 자신이 맞는가? 굳이 붉은 울음 자신이 제보한 자료를 찾으려 직접 나서야 할 이유도 딱히 없는 것이다. 다른 누군가를 시킬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이 남자의 정체를 알면 붉은 울음에게도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강지헌이 오히려 제압당한다. 다행히 붉은 울음은 아동학대범을 제외한 누구도 직접 위해를 가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끝을 모르는 미로와도 같다. 분명이 길이 보이는 것 같은데, 이 길로 가면 끝에 닿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나 여전히 제자리다. 길이라 여겼던 것은 오히려 사람을 현혹시키는 미끼였고, 이리로 가면 확실하다 여겼던 믿음은 스스로의 미혹이 만들어낸 함정이었다. 생각이 너무 많아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진실은 너무 단순하게 너무나 뻔한 바로 가까이에 있을 수 있다. 아직 가장 가능성 높게 보고 있는 용의자가 있다. 한 사람이 추가되었다. 이번에도 헛다리를 짚은 것일까. 게임은 더 깊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