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혼자였다.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던 그 순간 오윤서는 혼자였다. 아니 오진심은 혼자였다. 그래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 그녀의 곁에는 권정록이 있다. 그 남자가 돌아온 지금 권정록이 든든히 그녀의 곁을 지켜주고 있다.
전회차에 이어 이번 회차에서도 주제는 내 편이었을 것이다. 무심코 믿고 있었다. 아버지는 강하다. 아주 어렸을 적부터 보아온 그대로 아버지는 여전히 강하고 어떤 경우에도 당당할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 역시 그저 평범한 개인에 지나지 않았다. 공무원으로서 부시장의 비위를 고발할 정도로 용기도 결의도 있지만 징계심의라는 낯선 상황에는 불안해하고 두려워하는 여느 평범한 개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때 굳이 변호사가 아니더라도 아들이 찾아와 곁을 지켜준다는 것이 얼마나 든든하겠는가. 역시 세상에 단 하나 자기편인 것이다. 가족이란. 사랑하는 사람이란.
시작은 오해였다. 그래서 불편한 감정만 남기고 말았다. 뜻밖에 권정록보다 오진심이 더 사람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배역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해서 발연기였다더니 그래도 다양한 배역을 연기했던 만큼 인간을 이해하는데 공부만 열심히 했을 권정록보다 한 발 앞서고 있었다. 물론 권정록의 아버지라서이기도 했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아버지니까. 그런데 첫인상이 그렇게 엉망이었을 테니까. 그래서 세심하게 소심하게 조언한 것인데 권정록의 우악스러울 정도로 넘치는 배려가 그 사소한 오해를 한 번에 풀어 버린다. 재판에서 어떻게 이겼는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무엇보다 이제 겨우 한 달 남았다면서 재판이 너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결국은 그런 걸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가 아니었다는 뜻일 게다.
남모르게 하는 사내연애는 더욱 달콤하고 짜릿하기까지 하다. 그 나이 먹고도 여전히 순진하기만 한 두 사람을 보고 있자니 자기도 모르게 짜증부터 치밀어 오를 정도다. 어떻게 저 두 잘난 커플을 괴롭힐 방법이 없을까? 로펌 대표 연준규와 소속사 대표 연준석이 짜고서 두 사람을 떼어놓을 것처럼 잘도 말을 맞추더니 그마저 없던 일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이강준이 돌아왔다. 2년만에 돌아와서도 오진심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않은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세원이 당시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이강준이 스토킹한 끝에 오진심을 나락으로 밀어 버렸다. 그래서 권정록의 아버지가 특별출연해야 했던 것이다. 그 아버지 자리에 오진심이 있다. 혹은 권정록의 자리에 오진심이 있을 것이다.
청소하는 모습까지도 사랑스러운 것은 역시 타고나는 것일 게다. 무표정하게 있다가 그저 살짝 미소짓는 것만으로 순진한 진심이 전해지는 것은 그만큼 잘생겼기 때문일 것이다. 매력적인 남녀가 함께 있으니 자연스럽게 사랑에 빠진다. 드라마는 그래서 세상의 불공평함을 보여주는 것 같다. 이입하며 보기는 하는데. 역시나 때로 저 두 커플을 괴롭히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인지상정일 듯.
아무튼 결국 한 번 나락으로 떨어진 덕분에 오진심도 지금껏 알지 못했던 다양한 감정들을 직접 느끼고 알게 되었다. 더이상 소속사 대표의 협박에도 휘둘리지 않을 만큼 세상도 알게 되었다. 배우로 복귀하게 되면 장담했던 만큼 달라진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을까. 특히 사랑하는 연기에서. 배우 유인나 만큼이나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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