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진심이 닿다 - 다가오는 위기, 그리고 믿을 수 있는 단 한사람

까칠부 2019. 3. 7. 09:20

그래서 가족이 좋다는 것이다. 언제나 내 편일 테니까. 그래서 가족끼리 틀어지면 회복하기 힘들다. 당연히 내 편일 줄 알았기에 그만큼 실망도 배신감도 크다. 세상에 가장 지독한 감정 가운데 하나가 바로 배신감이다.


사랑해서 좋은 이유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동안 이 사람은 온전히 내 편이 된다. 무엇을 해도 편들어주고 그래서 어떤 경우에도 마음놓고 기댈 수 있다. 그래서 때로 응석을 부리기도 한다. 얼마나 내 편을 들어 줄 수 있을까. 어디까지 내 편을 들어 줄 수 있을까. 권정록과 사귀기로 하고 얼마 안 있어 오윤서가 자기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권정록이 편들어주기를 기대한 이유도 그래서다. 그런데 이제 굳아 나서서 요구하지 않아도 권정록이 먼저 오윤서의 편을 들어 주고 있었다. 모든 것이 예쁘고 모든 것이 사랑스럽다. 세상에 가치있는 단 한 사람이다.


바로 그런 단 한 사람이 곁에 있기에. 언제라도 자신의 편을 들어주고, 어떤 경우에도 자신을 지켜줄 것 같은 단 한 사람이 있기에. 양비서와 딸의 이야기도 그를 위한 장치다. 권정록과 오윤서 두 사람의 이야기가 양비서와 딸 사이의 모녀관계로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변주된다. 친구를 믿고 싶어 누명을 견디는 딸과 그런 딸을 오해하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엄마의 이야기가 결국 로펌 사람들의 도움으로 훈훈하게 마무리된다. 절대 믿음을 배신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오윤서는 어쩌면 사소할 수 있는 거짓말조차 견딜 수 없이 미안해하고 있다. 이대로 계속 사랑하는 사람을 속이고 있어도 괜찮은 것일까.


어느새 예정한 석 달 가운데 두 달이 지나갔다. 앞으로 변호사의 비서로 있을 수 있는 시간이 한 달 겨우 남았다. 다시 연예계로 돌아가서도 권정록과 관계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인가. 서로 서 있는 곳이 달라도 지금의 감정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을 것인가. 그럼에도 지금 이 순간 자신들이 느끼는 감정만은 진짜이기에. 그리고 위기가 찾아온다. 지난 2년 오윤서가 파파라치조차 붙지 않을 정도로 연예인으로서 철저히 몰락하게 된 원인을 제공한 그가 돌아와 그녀의 주변을 맴돈다. 파티가 끝날 시간은 다가오고 아직 그녀를 옭죄는 저주는 풀리지 않았고. 과연 권정록은 그녀를 위한 기사가 되어 줄 수 있을까.


사랑에 서툴러서. 다 큰 어른들이 사랑에는 어이없을 정도로 서툴기만 해서. 사실 그래서 아시아권의, 특히 한국의 로맨스가 미국이나 유럽의 로맨스보다 더 달달하고 애절하게 재미있는 것이기도 하다. 어린 소년소녀들의 사랑마저도 우리의 감성에는 너무 성숙하다. 그래서 매 순간이 주인공들만큼이 새롭고 놀랍고 즐겁고 기쁘고 그래서 함께 행복해질 수 있다. 사랑이란 이렇게 기쁘고 행복한 것이구나. 영락없이 바보가 되어 버리는 두 사람을 보면서. 원래 바보였는데 사랑하고 더 바보가 되어 버린다. 그런데도 그런 모습마저 너무나 사랑스럽다. 권정록의 뚱한 표정까지도 원래 모르고 서툴러서 그런 것이겠거니.


아마 대단한 위기 같은 것은 없을 것이다. 그 또한 드라마에 대한 신뢰와 같은 것일 게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오히려 이를 계기로 더 단단해질 것이고 마침내는 행복해질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느긋하기만 한 달달함의 보상처럼 한 번 쯤 고비는 필요한지 모른다. 시험처럼. 지금까지 확인한 그대로 권정록은 어떤 경우에도 오윤서의 편이며, 그러므로 오윤서와 함께 모든 것을 헤쳐나갈 수 있다. 증명일 것이다.


그 사람을 더 알고 싶고, 그래서 더 사랑하고 싶고, 그 사랑을 표현하고 싶고 확인하고 싶고 증명하고 싶다. 한 걸음 더 내 딛는다. 아주 사소한 일들에도 그들은 행복하게 웃을 수 있다. 갑자기 짜증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