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권력은 목적이면서 수단이어야 한다 말하는 것이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들을 해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권력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반드시 그 권력을 쟁취하고 지켜야 한다. 그것이 권력의지다. 아무리 의도가 선하고 결과가 모두에게 정의로운 것이라 할지라도 일단 권력을 잃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게 되는 것이다. 아니 자신을 물론 주위의 사람들마저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충신과 의사, 열사들이 역적이 되고 폭도가 되며, 한낱 부랑배와 기회주의자들이 영광과 권세를 얻는다. 그런데도 권력을 가벼이 여겨야 하는가.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권력에만 집착하다 보면 정작 지켜야 할 것들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권력이란 공짜가 아니가. 권력을 쟁취하고 지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 때로 의도하지 않은 거짓말도 해야 하고, 때로 자신의 양심을 거스르는 선택도 해야 하며, 때로 감당할 수 없는 큰 희생도 감수해야만 한다. 이 가운데 역시 가장 무서운 것은 애초 자신이 권력을 가지고자 했던 이유 자체를 잊는 것이다. 자신이 이루고자 했던 모든 이상과 목표들을 권력이란 괴물에게 제물로 내어주고 마는 것이다. 자신은 과연 무엇때문에 그토록 권력을 가지고자 지키고자 애써왔던 것일까. 상실감에 결국 폭주하고 마는 이들도 역사상 얼마든지 있었다. 그래서 권력이란 그 자체로 인간이 감히 감당하기 힘든 괴물이라 불리는 것이다.
권력을 가지고 싶었다. 모두가 반대하는 그 일을 마음대로 이루기 위해서. 모두가 어렵다 불가능하다 여기는 그 일들을 가능케 여길 힘을 가지기 위해서. 그를 위해서 일단 한 걸음 물러섰다. 거짓말을 하고 자신을 향한 순수한 믿음과 기대마저 배신하고 말았다. 그렇게 시작한다. 현실이 그렇기에 어쩔 수 없었다. 현실적인 한계가 그러하므로 그럴 수밖에 없었다. 반복하는 사이 변명은 사실이 되고 거짓은 진실이 되고 만다. 한 번 패배에 익숙해지면 지휘관은 패배에 대한 두려움도 부끄러움도 쉽게 잊게 된다. 싸움에서 지고 도망치고도 아무 일도 없고 오히려 자신은 무사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다음에는 더 쉽게 후퇴를 명령하고 심지어 명령도 내리기 전에 도망부터 치게 된다. 이길 수 있는 싸움도 당연하게 지고 만다. 차영진이 그저 인정머리없이 계산만 따지는 냉혈한이라서가 아니다. 오히려 변덕스럽기만 한 유권자에 대한 두려움을 누구보다 깊이 새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무리 옳은 일일지라도 유권자의 마음을 거슬러서는 안되는 것이다.
차영진과 한주승은 그런 점에서 매우 닮아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추측하는 것처럼 청와대 내부에 도사린 vip의 협력자가 한주승 정책실장은 아닐까 의심하게 되는 것이다. 아주 오래전 이야기했을 것이다. 진보와 보수에 대해서. 어떻게 개인이 진보와 보수로 갈리게 되는가에 대해서였다. 결국 대중에 대한 신뢰다. 인간과 그 인간이 만든 사회, 그리고 역사에 대한 낙천과 긍정일 것이다. 박무진이 보여준 것처럼 대중을 더이상 믿지 못하게 되면 대부분 사람들은 차라리 문제가 많더라도 그나마 확신할 수 있는 현재를 유지하고자 하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더 낫다고 하지만 불확실한 내일보다 그나마 그동안의 경험으로 익숙하고 확실한 현재에 더 집착하게 되는 것이다. 다른 것은 틀린 것이다. 새로운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 과정에서의 사소한 부작용들도 참아내지 못한다. 대한민국 국민은 좋은 대통령을 가질 자격이 없다. 그러면 그런 국민들에게 어울리는 대통령이란 어떤 인물인가? 그래서 나 역시 한 때 차라리 이명박이나 박근혜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한국인에게 가장 어울리는 수준의 대통령들이 아닌가.
무엇때문에 권력을 가지고자 하는가. 무엇때문에 자신이 가진 권력을 지키고자 하는가. 그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간절한 무엇들에 대해서. 자신의 등에 지워진 수많은 이들의 꿈과 기대와 희망에 대해서. 그렇기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것들과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것들에 대해서도. 그를 위해 치러야 했던 수많은 희생들이 있었다. 오영석도 다르지 않다. 소중한 누군가를 속이고 배신하고 희생하며 필사적으로 거기까지 갈 수 있었기에 마지막 순간 아닌 것을 알면서도 결코 포기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런 그를 지키기 위해 충성스럽던 부하는 그를 쏘고 자신도 스스로 희생한다.
권력이란 무엇인가. 권력의지란 무엇인가. 아무런 준비 없이 최고의 권력을 손에 넣었기에. 권력이 주는 달콤함과 그만큼이나 두려운 책임의 무게를 느껴 버렸기에. 정치인으로서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느끼게 된다. 이제는 협박도 할 수 있다. 기꺼이 수많은 희생을 치르겠다 말할 수 있다. 그래야만 한다면 기꺼이 피를 보겠다. 그래서 공인인 것이다. 개인이지만 더이상 개인이 아니다. 그 모든 의지와 그 모든 의도는 온전히 자신의 것만이 아니다. 끝까지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겨우 따라왔다. 월요일은 본방사수다. 정말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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