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신대철씨가 인터뷰에서 그리 말한 적이 있었다.
"차라리 아이돌이 우리보다는 낫겠네."
당시 시나위는 무려 한 달 넘게 제대로 모인 적도 없었다고 하는데. 먹고 사느라 바빠서.
그러고 보면 부활도 얼마전 인터뷰를 보니 9집에서 11집까지 줄창 망하던 시절 앨범을 내기까지 사이에는 각자 흩어져 생계문제부터 해결하고 보았다고 한다.
하긴 내가 듣기로 어느 인디밴드는 공연하기 직전에 모여 겨우 손발을 맞춰보고 무대에 서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역시나 먹고 사느라 바빠서.
원래 공연이 돈이 안 된다. 라이브클럽이라던가, 혹은 소극장 공연이라든가, 그나마 행사며, 락페스티벌이며 뛰어봐야 생활비 대기도 턱도 없다. 그래서 많은 인디밴드들이 밴드를 하는 한편으로 아르바이트를 한다. 아르바이트로 돈 벌어 생계 해결하고, 연습실 돈 대고, 녹음실도 빌리고, 음악은 거의 취미로. 듣자니 한 밴드는 해외에서 공연제의가 왔음에도 아르바이트를 쉴 수 없어 거절했다던가?
그에 비하면 아이돌은 얼마나 좋은가. 회사에서 마련해 준 숙소에서 합숙까지 해가면서, 회사에서 제공한 연습실에서 돈 걱정없이 마음껏 연습할 수 있으니.
원래 영미권 락밴드의 경쟁력은 바로 차고에서 나온다고 한다. 하루 24시간 내 연주만 해도 누가 뭐라 하는 사람 없는 차고야 말로 영미권 락밴드들이 일찌감치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데뷔할 수 있는 이유라고. 그러나 일본이나 우리나 연습실 한 번 빌리는 것도 돈이라. 그런데 아이돌은 그런 게 된다는 것 아닌가.
일본 가서 인디밴드를 경험한다라... 그 자체가 아이돌의 무서운 점인 것이다. 앞서도 말했듯 아르바이트 잘릴까 해외공연도 주저해야 하는 인디밴드의 현실에 비해 숙소까지 잡아놓고 연습에 공연만 하면 되니...
그런데도 씨엔블루가 비슷한 연배나 경력의 인디밴드에 비해 실력이 떨어진다? 그럼 나가 죽어야지. 그런 혜택받은 환경에서 더 열악하게 음악하는 사람들보다 못하면 그건 아예 음악하기를 포기하라는 뜻에 다름 아닐 것이다. 그렇게 해서도 안되면 아예 안 되는 것이니 포기할 밖에. 물론 씨엔블루 라이브를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으니 뭐라 하지는 못하겠지만.
하여튼 웃기는 거다. 밴드음악이고 아니고에 뭔 연주실력을 따지는가? 대부분의 밴드는 아직 무르익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데뷔부터 했었다. 그리고 무대에 서고 공연을 다니면서 무대 위에서 실력을 만들어갔다. 어느 나라에서나 아직 신인 때는 누구나 음악으로는 돈이 안 되기에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고, 그때는 모두가 미숙했었다. 오로지 열정 하나로. 가능성에 대한 믿음 하나로.
인디란 바로 그 정신이다. 얼마나 연주를 잘하고 못하고, 아니다. 얼마나 노래를 잘하고 못하고, 아니다. 얼마나 곡을 잘 쓰고 못 쓰고, 아니다. 그냥 하는 거다. 좋아서 하는 거다. 하고 싶으니까 하는 거고, 거기에 자신의 길이 있으니까 하는 거다. 그 의지가 바로 인디이고 밴드다. 그런데 무슨 실력 어쩌고...
아티스트에게도 실력운운하며 자격을 부여하는 나라는 아마 한국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 어쩌면 그래서 아이돌이 판을 치는 것일지도.
누군가 그러더라.
"무대에서 관중을 상대로 연습하는 건 못 참아주겠다."
그러나 김종서도 그랬거든? 이승철도 그랬다. 혹시 못 믿겠으면 예전 시나위 2집이나 부활 1집을 들어보기 바란다. 미숙한 가운데 무대에 서고 공연을 하고 관중과 소통하면서 음악인은 완성되는 거다. 음악인은 연습실이 아닌 무대 위에서 완성되기에 음악인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미 완성된 상태에서 나오는 음악인을 바라고 있는 것이다. 연습실에서 연습을 마치고 완성된 상태에서 대중에 보여지기를. 야생에서 오로지 음악이 좋아 연주하고 노래를 할 뿐인 밴드란 - 하긴 힙합도 지금의 대중에게는 눈에 안 차는 것이겠지. 실력 운운이란...
아무튼 그러면서 또 드는 생각이 사람들이 락이나 밴드에 어떤 환상을 품고 있지는 않은가. 가수에 대한 환상 만큼이나 지독한 락과 밴드에 대한 환상을. 락커란 뭐 어쩌고... 다 좋은데 그 방향이...
연주를 잘해서 밴드가 아니라 그 의지가 한 데 모이니까 밴드다. 곡을 잘 쓰고 노래도 잘 불러서 인디밴드가 아니라 그 자체가 좋아 주체할 수 없으니 인디밴드인 것이다. 노래를 잘해서 가수가 아니듯 말이다.
확실히 한국대중음악의 현재가 어디로부터 비롯되었는가 납득하고 마는 부분이다. 재미있달까?
씨엔블루가 더 연주를 잘하거나 말거나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거다. 아이돌인가 밴드인가... 음악인도 자격증 시험 봐서 밴드다 아니나 나누자는 것도 아니고. 연주 잘하고 노래 잘해도 과연 씨엔블루는 밴드인가... 그 전에 먼저 자기 이름을 걸고 음악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기획사 뒤에 숨기보다는.
음악을 잘해서 음악인이 아니라 음악 그 자체가 목적이기에 음악인이라는 것이다.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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