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보이그룹이라하는 모양이지만 예전에는 보이밴드라고 주로 불렀다. 예를 들어 뉴 키즈 온 더 블록 같은 경우다. 보이그룹이 아닌 보이 밴드였다.
밴드란 원래 군대라는 뜻의 프랑스어인 Bande에서 유래한 것이었다. 최초는 아마 영국의 국왕이 바이올린 연주자들을 모아 밴드라 부르면서부터. 한 마디로 모여서 음악하면 밴드다.
특정된 것이 없다. 앞서의 보이밴드라거나, 혹은 댄스밴드도 있고, 브라스 밴드에, 재즈밴드, 아무튼 모여서 음악을 하면 대충 그룹 아니면 밴드다. 사실 같은 뜻이다.
즉 카라도 밴드라는 것이다. 리드보컬이 있고, 서브보컬이 있고, 댄서가 있다. 그들이 모여 하나의 무대를 만든다. 리드보컬이 노래를 부르고 서브보컬이 받쳐주고, 함께 춤을 추며 무대를 만든다. 그같은 분업과 그를 통한 하모니, 앙상블. 밴드다.
굳이 락이라는 장르로 특정할 것은 없다. 팝밴드라는 것도 있으니까. 말 그대로 팝을 연주하는 밴드다. 이문세가 하는 음악이 락이 아닌데 그러면 이문세의 밴드는 밴드가 아닌 것일까? 이승철도 락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밴드는 황제밴드다. 조용필도 락을 하기는 하지만 그 음악적 스펙트럼에 비해 위대한 탄생은 밴드라 불리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밴드라 하면 락을 떠올리는 탓에... 내가 가장 웃었던 것이 부활은 밴드음악을 하지 않는다. 도대체 밴드음악이 뭔데?
오히려 부활에서 리더인 김태원의 기타는 가장 뒤에 있다. 키보드가 앞서고, 드럼이 받치고, 베이스가 이끈다. 김태원의 말처럼 기타는 그 사이의 애드립만을 맡는 까메오에 불과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가운데 무엇 하나 빠져서 되겠는가? 그래서 밴드다.
모두가 만들어가는 음악. 굳이 어느 한 사람 잘 할 것이면 그냥 그 사람 혼자 솔로를 하면 된다. 일부러 팀을 만들어 음악을 하는 것은 반드시 모두가 함께여야 하는바가 있기 때문이다. 더 잘할 것도 없고, 더 대단할 것도 없고, 그렇게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음악. 말했듯 하모니. 앙상블. 조화다.
베이스는 드럼의 소리를 듣는다. 드럼은 기타 소리를 듣는다. 기타는 베이스를 쫓는다. 보컬은 드럼에 자신을 맞춘다. 어느 한 사람이 삐끗 하면 전체가 흔들리 수 있다.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고, 공연에 공연을 반복하며 어느샌가 자연스레 한 사람이 내는 소리처럼 들린다. 밴드음악이라는 거다. 쿵쾅쿵쾅 더 시끄러워서가 아니라 그것이 마치 한 사람에서 나오는 듯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내가 카라 음악을 마음에 들어하는 것도 그래서다. 카라의 음악은 밴드음악이다. 무대까지 밴드다. 철저히 분업화되었고, 협엽화되었고, 조화를 이룬다. 서로 다른 개성이 하나로 어우러지며 카라라고 하는 하나의 개성을 만들어낸다. 밴드다.
락이 아니다. 재즈 밴드도 있고, 블루스 밴드도 있고, 컨트리 밴드도 있고 다양하다. 아마 락페스티벌 같은 데 가보면 놀랄 것이다.
"저게 밴드야?"
그게 밴드다. 인디씬 돌아다녀봐도 참 다양한 장르의 다양한 음악들이 있지만 그 모든 것이 밴드다. 언젠가 말한 의지다. 여럿이 모여 하나의 의지로서 표출하는 것.
하긴 군대라는 게 그렇다. 군대란 몰개성의 집단이다. 구성원 개인이란 없다. 오로지 군만이 있다. 군이라는 의지만이 존재한다. 개개인은 그 부속에 불과하다. 물론 밴드란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원 포 올. 하나를 위한 전부. 올 포 원. 모두를 위한 하나.
소녀시대도 밴드고, 티아라도 밴드다. 유키스도 슈퍼주니어도 모두 밴드다. 자기의 영역이 있고, 파트가 있고, 그것이 조화되어 하나의 의지로서 이어진다면.
그러나 역시 그 가운데 가장 밴드스런 팀을 꼽으라면 카라다. 박규리로 알았고, 구하라에 반했고, 그러나 카라의 음악을 듣는 순간 그 다채로움과 그러나 그 조화에 놀랐다는 거다. 내가 스윗튠에 대해 무한정한 호감을 보이는 것도 그래서. 나는 이런 음악을 무척 좋아한다.
밴드음악 = 락? 아니라는 거다. 락은 밴드음악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 물론 좁은 의미에서의 밴드란 조금 달라지겠지만. 씨엔블루도 에프티아일랜드도 일단은 밴드다. 누가 뭐라나? 단지 자기 영역을 넘어서 남의 밥그릇까지 탐내려드니 짜증내는 거지.
그렇다는 거다. 좁은 의미에서의 밴드란 전에 이야기한 그런 것들. 그러나 본질적인 의미는 그냥 모여서 하나의 소리를 만들어내는 팀이다. 의지가 곁들여지면 좋지만...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으니까.
카라도 그래서 밴드라는 거다. 걸그룹이지만 또 걸밴드. 악기를 연주하지 않는 목소리와 퍼포먼스로 이루어진 밴드. 그 개성의 조화와 그로부터 나오는 개성이 좋다.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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