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사람이 바뀌면 길도 바뀌는 것이 맞을 것이다. 병원장이 바뀌었으면 새로운 병원장의 방식에 따라 병원도 어느 정도는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사부가 떠나도 돌담병원은 여전히 돌담병원일 것인가. 수간호사가 바뀌어도 돌담병원은 이전의 돌담병원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한 편으로 그럼에도 아직 바뀌지 않은 사람들이 있는데 이 사람들마저 모두 병원장을 따라 새로운 방식을 강요받는 것이 옳은 것인가.
그런 점에서 장기태 행정실장의 항변은 김사부나 오명심 등이 추구하는 낭만적인 이상과 다른 냉혹한 현실을 담아내고 있었을 것이다. 의료인으로서 김사부나 오명심이나 모두 훌륭한 사람들이지만 그러나 자신들은 단지 병원에 기대 살아가는 생활인들이라는 것이다. 병원에서 일하며 월급받고 그것으로 생계를 꾸리고 일상을 영위한다. 의료인으로서의 이상보다 현실의 삶이 때로 자신들에게는 더 중요하다. 박민국이 김사부와 오명심을 철저히 무시하고 배제한 것처럼 어쩌면 그들 역시 병원의 직원들에 대해 그리 대해 온 것은 아닌가.
환자를 치료한다는 병원 본연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또한 월급 받으며 일하는 수많은 직원들에게 직장으로서 최소한 유지할 수 있을 만큼 이익을 내는 것도 중요하다. 병원이 일정한 수익을 낼 수 있어야 적자만 보는 응습실도 유지가 가능한 것이다. 다만 그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 이번 싸움은 도윤완과의 그것과는 성격히 전혀 다르다. 도윤완과 그를 따르는 이들이 모인 자리에서 중간에 자리를 박차고 나온 것도 그를 위한 것이었을 터다. 박민국 역시 김사부와는 다른 방식으로 의사로서 자신의 길을 개척해 가고 있다. 의사로서의 사명 만큼이나 병원의 경영에 대해서도 책임져야 하는 현실의 문제도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완벽에 가깝던 김사부의 팔에 이상이 생겨야 했던 것이다. 김사부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누군가 그를 대신해야 한다. 누군가 그의 자리와 역할을 대신하지 않으면 안된다. 김사부와 다른 자기만의 방식으로. 그렇다면 김사부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은 누구인가. 무엇보다 김사부의 팔을 치료할 수 있다면 누군가에게 그 책임을 맡겨야 한다. 온전히 앞에서 이끌어가는 존재가 아닌 때로 누군가에 기대기도 해야 하는 인간인 것이다. 그런 때 그를 대신하게 될 이들의 선택은 무엇일까.
현실만 본다면 장기태 실장의 선택이 잘못되었다 마냥 비판만 할 수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박민국 교수의 방식 역시 돌담병원만 믿고 찾아오는 응급환자들의 처지를 배제했을 때 역시 타당한 부분이 분명 있다. 더구나 내가 돌담병원의 직원이라면 월급도 수당도 올려주는 박민국 교수의 방식에 적극 동의하게 되었을 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렇게 고민하고 갈등하고 때로 싸우고 대립하면서 하나씩 답을 찾아 나간다. 인간의 역사란 것이다. 인간이 발전해 온 과정이었다. 그래서 그들이 지금의 갈등과 싸움을 통해 찾고자 하는 답은 무엇인가. 마침내 그들이 찾아낸 답은 무엇일 것인가.
뻔한 짓거리를 가소롭게도 해댄다. 그리 한심하고 얄미운 캐릭터임에도 어느새 양호준에 이입하게 되는 이유였을 것이다. 한 눈에 보기에도 하는 짓거리들이 너무 뻔한데 아닌 척 하는 것이 오히려 더 짜증만 날 뿐이다. 아닌 척 티내지 않으려 애쓰는데 너무 티나는 윤아름과 박은탁도 애처로울 정도로 너무 서툴기만 하다. 로맨스가 너무 지나쳐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없으면 또 심심하기는 하다. 대놓고 로맨스는 없다고 선언한 작품에서조차 어느새 시청자들은 등장인물 사이에 커플을 만드는 놀이에 빠져 있다.
다시 버스 사고가 일어난다. 그놈의 버스 사고는 시즌1에서나 2에서나 너무 자주 일어난다. 덕분에 과거 김사부와 박민국이 처음 마주쳤을 때의 상황이 재현된다. 어떤 의미가 있을까. 박민국이 김사부의 상태를 알아 버렸다. 김사부의 팔꿈치에 이상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다. 한 주 단위로 단락을 짓는 방식을 취해 왔었다. 버스사고가 그를 위한 계기가 되어 줄 수 있을 것인가. 현장에서 다시 마주친다. 그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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