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짐작이 맞았던 것 같다. 구단주에 의한 구단의 사유화라는 보다 근본적인 부분을 드러내기 위해 굳이 권경민으로 하여금 강두기를 트레이트케 했던 것이었다. 팀을 해체하는 것도, 선수를 팔아치우는 것도 모두 구단을 소유한 구단주 마음이다. 그렇게 선수를 팔아치우고 받은 돈으로 비자금을 만드는 것 역시도. 팬을 위한 것도, 선수를 위한 것도, 구단 직원들을 위한 것도 아닌 구단주의 이해에 따라 얼마든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야구 뿐만 아니라 한국의 많은 프로스포츠가 공유하는 문제이기도 할 것이다. 대부분 구단의 운영비를 관객과 스폰서가 아닌 모기업의 지원에 의존한다. 아니 관객과 스폰서를 통해 운영비를 넘어 흑자를 기록하더라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현재 모든 대기업의 이른바 사주들이 보유한 자사주식의 지분은 10%를 채 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호지분까지 다 끌어모아도 채 과반이 안되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그런데도 사주인 것이다. 그런데도 자기 회사인 것이다. 회사도 자기 소유고, 직원들은 자기가 부리는 사람들이고. 다만 그래도 자기의 경영권을 보장해 줄 이들이니 주주들에 대해서는 배당금으로 보상하려는 노력 정도는 한다.
비로소 우승을 꿈꿔 볼 수 있는 전력을 갖추게 되었다. 프론트의 모든 구성원들이 발벗고 뛰어 역대 한 번도 가져보지 못했던 최고의 전력을 가지게 되었다. 팬들도 희망을 품었었다. 강두기라면. 임동규라면. 더구나 강두기와 임동규 모두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입단한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들이란 것이다. 여기에 메이저리그 출신 길창주까지 더해지면 한 번 큰 꿈을 꿔 봐도 좋을 전력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강두기를 트레이드해 버렸다. 2군을 전전하던 전문가조차 헷갈려할 정도의 무명의 선수들과, 더구나 20억이라는 뒷돈까지 받고.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트레이드였는가. 그리고 이제 권경민이 발표한 드림즈의 해체는 누구를, 그리고 무엇을 위한 해체인 것인가.
물론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동안 헐리우드에서 만들어진 많은 스포츠영화들 역시 비슷한 주제를 다루고 있었다. 돈이 되지 않는 적자구단을 해체시키고 싶어하는 구단주와 그럼에도 그 팀을 지키고 싶은 선수, 혹은 프론트의 필사적인 노력이 거의 클리셰처럼 반복해서 그려지고 있었다. 자본주의의 법이 자본의 소유자에게 자본을 통해 생산된 가치에 대한 모든 소유권까지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본가가 출자하여 만든 프로구단도 법인으로서 출자자의 소유가 되어야 한다. 다만 과연 구단에 출자한 주체는 단지 직접 투자한 구단주만을 가리키는 것인가.
선수는 직접 몸으로 뛰고, 프론트도 뒤에서 발로 뛰며 팀의 성적과 수익을 뒷받침한다. 팬들은 팀의 상품을 소비해주고, 바로 전회차에 나왔던 수많은 스폰서들 역시 팀의 대중적 인기에 기대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하고 홍보를 맡긴다. 선수와 프론트야 결국 그렇게 모은 돈으로 연봉을 받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팬이나 스폰서 역시 모두가 팀을 믿고 팀을 위해 돈을 내주는 소중한 존재들인 것이다. 그런데 한 마디 상의도 없이 팀에 대해 결정한다는 것이 과연 자본주의의 논리에 비추더라도 온당한 것인가.
하긴 그래서 현행 제도 아래서 구단주가 팀을 해체하고자 한다고 마음대로 해체할 수 없도록 되어 있기는 하다. 기업을 팔아치우고 싶어도 아무에게나 아무렇게나 팔아치울 수도 없다. 온전히 사주 개인의 소유만은 아님을 법이 또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적인 장치다. 그래야 극적인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 현실의 문제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 마침내 지역 여론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게 되었으니 그동안 별러왔던 구단의 해체를 바로 추진하고자 한다. 우승의 꿈에 부풀어 있던 순간 팀 자체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게 된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백승수가 모기업 재송 회장 앞에 나서며 권경민이 구단 해체를 발표하는 순간 제안한다. 내가 팔아주겠다. 내가 드림즈의 새 주인을 찾아주겠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꿈과 열정들이 비로소 고조되려는 회차였던 것이다. 그동안 꼴찌를 전전하며 위축되어 있던 프론트의 직원들이 희망을 가지고 꿈과 함께 열정을 되찾게 되었다. 두려워하지 않고 머뭇거리지 않으며 팀을 위해 하나가 되어 앞으로 나갈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팀을 분열시키던 파벌 역시 사라진 지 오래다. 꿈이란 그런 것이다. 희망이란 그런 것이다. 그래서 희망이 있기에 사람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얼마든지 견디며 버틸 수 있다. 비로소 사장의 비서가 되었으면서 팀을 위해 내부고발자가 되기를 서슴지 않는다. 그 사실마저 주저없이 사장 앞에서 고백한다. 자신 역시 야구를 사랑하는 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저 공놀이인데. 그저 취미생활에 지나지 않는데. 그러나 그 야구에 모든 것을 거는 사람들이 있다. 생업마저 포기한 채 트럭을 몰고 찾아와 시위를 벌이는 사람들이 있다. 누구의 드림즈인가. 누구를 위한 누구의 팀이어야 하는가. 그 원점에서 백승수는 마지막 승부에 나서게 된다. 드림즈의 다음 시즌에도 단장 백승수를 볼 수 있게 될 것인가. 구단주가 바뀌면 단장계약도 바뀔 수밖에 없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묻는 회차였을 것이다. 그야말로 스토브리그의 마지막 에피소드로 어울리는 가장 묵직한 주제를 다루고 있었을 것이다. 모기업의 사정에 따라 휘둘리는 계열사가 아닌 진정으로 팬을 위해 존재하는 그야말로 드림즈가 되어야 한다. 구성원인 선수와 프론트를 위해서라도, 팀을 믿고 돈을 낸 수많은 스폰서들을 위해서라도. 답은 무엇일까. 모두가 알고 있다. 이것은 드라마다. 너무나 다행스럽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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